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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폭행, 제 동생이 가해자라고 합니다.
게시물ID : gomin_14053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drZ
추천 : 11
조회수 : 864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5/04/11 15:59:49
안녕하세요. 한동안 눈팅으로만 오유에 왔다갔다 했다가 처음 가입하고 고게에 글 올리는 20대 여징어 입니다.

 그간 가입은 할지말지 고민은 했었고 가입을 해도 내가 글을 올릴날이 올까했는데 그날이 오늘일줄은, 첫 게시판이 고게일줄은 몰랐습니다..

  조금은 긴 글이 될수도 있겠지만 읽어주시면 더할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계실지 모르지만 귀중한 조금 더 할애해주셔서 고견주신다면 감사히 귀중히 듣겠습니다.

(저는 군대에 대해선 지식이 거의 없어 제가 적어가는 글의 군대 내 용어나 상황같은 것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이틀전, 업체와 점심을 먹으면서 미팅중에 동생에게 군대번호로 전화가와서 잠깐 나가 반갑게 전화를 받았는데 축 쳐진 목소리로 대뜸 미안해누나 누나 미안해 하더군요.

전화를 걸자마자 미안해라니 무슨말이냐? 했더니 중대장님한테 혹시 전화온거 없었냐 하더라구요. 그래서 따로 전화온게 없었다고 하니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한참을 아무말없이 있었습니다.

약 한달전에, 이주뒤면 휴가를 나온다고 들떠있던 동생이었는데 휴가를 나오려던 날짜에 갑자기 어떤 새로운 보직(?)교육을 받아야된다며 휴가날짜가 이주정도 미뤄질 것 같다고 약간은 아쉬운 목소리로 약 일주일 전에 전화를 했었거든요.
저는 또다시 휴가가 미뤄져서 나가서 신나게 놀자 했던 약속을 못지켜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미안해라고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슨일있어? 하면서 약간은 웃으며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자신이 사고를 쳤다라는 것 이었습니다. 그것도 후임병 폭행...

훈련소에서도 우수한 훈련병이라고 마지막 나오는날 사단장 표창을 받았었고, 지금 있는 부대에서도 오랫동안 후임병이 없었다가 들어온 이등병인데 걱정과는 달리 동생이 많이 싹싹하고 훈련도 곧잘받아 선임들에게도 좋은 평가받고 이쁨받으면서 잘 훈련받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며, 되려 동생 부대로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중대장님한테도 전화를 받은적도 있어서 내심 적응을 잘해나가고 있나보구나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먼일 같았던, 그것도 주변도 아닌 인터넷 기사에서만 보던 군대 내 폭행이라니? 최대한 침착하게 전화를 받고자 했지만 이게 무슨일인가 어리둥절하기도하고 놀라기도 놀랐습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해봐라, 했더니 동생의 대답은 이거였습니다.

아 그전에 상대 후임병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동생이 들어오고 한달정도 좀 넘게 있다가 바로 후임이 들어왔는데, 이 친구가 너무 얼타서 되려 후임병 들어오고 본인이 선임들에게 많이 혼난다고 저에게 전화할때마다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차이 안날지라도 기수(?)가 다른, 엄연히 너가 맞선임이고, 후임병이 적응 제대로 못하고 훈련 제대로 못받으면 그건 교육을 잘 못시킨 맞선임 잘못이다. (부대 특성상) 너가 상병달면 우리 다 전역하고 너가 부대 내 최고 참이 될텐데 그때는 너가 어떻게 할거냐, 지금부터 제대로 잡지 않으면 너가 더 힘들어 질거다'

라고 선임분들이 말씀하시면서 너가 제대로 해야한다라고 자주 혼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대로 가르치려고 하는데 말도 잘 안듣고 의도한대로 잘 따라와주지도 않고 답답하다면서 자주 말해왔었거든요.

 그래서 동생입장에서는 참고 참은 것 같은데, 이틀전에 그게 결국 터진 듯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동생의 말로는, 참다참다 (아마 상황이 후임병이 말을 안들었다고 한것 같습니다) 얘기하려고 화장실로 데려갔다가 듣는자세도 삐딱하고 개기는 것 같아 화가나서 먼저 몸을 밀쳤는데 그 후임병 역시 화가나서 몸을 밀쳤다고 합니다. 그것에 동생이 이성을 잃었는지 홧김에 머리로 얼굴을 가격했다고 하네요.

  결과는 동생은 다친곳은 없고, 그 후임병은 코뼈가 골절되고 그 부근이 피멍들고 눈 가까운쪽이 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지금 조사받는 중이고, 한차례 조사를 더 받아야될 것 같다. 어쨌든 군대 내 폭력사건이니 휴가일수가 줄어들고 영창은 가게될 것 같고 후임도 그렇고 그쪽 부모님도 법적으로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는 않는것 같은데 비용적인 부분에서는 보상을 해줘야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얘기를 듣자니 놀래기도 했지만 그보다 집안 사정상 제가 거의 가장이다시피 한데 겪어본적도, 주위에서 본적도 없는 일로 제가 보호자로써 동생에게 뭐라고 얘기를 해야할지. 무슨 얘기를 해줄 수 있을지. 형이라면, 아버지라면 공감과 충고 등 지금의 저보다도 동생에게 더 필요한 얘기까지 해줄수도 있을 듯 한데 누나라는 입장의 한계까지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어쨌든 당시에는 업체랑 미팅중이라 길게 통화를 할수 없어서 우선은 알겠다, 이유가 어찌됐든 폭력은 잘못된거다. 폭력이 없었다면 그 친구가 잘못한거였고 너가 그 친구에 대해서 좋지 않게 말해도 정당한게 됐겠지만 너가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너도 똑같이 잘못한게 됐고 어쩌면 너가 더 잘못했다고 말해도 충분한 상황을 너가 만들게 된거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분명 반성해야한다. 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본인도 반성하고 있고 후회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우선 조사 잘 받고 밥 잘 챙겨먹어라,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다고 다시 전화할 수 있을때 다시 해라. 긴 얘긴 그때하자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전화는 아니고 메세지가 왔는데, 비슷한 얘기였습니다. 후임병도 반성하고 있고, 나도 반성하고 있다. 한차례 남았다는 조사는 아직 안받았고 말했듯이 법적으로 시끄러워지는건 후임병도 그쪽 부모님도 원치 않으시는 것 같다. 다만 군병원은 못미더워 민간병원으로 치료받길 원한다. 비용은 잘 모르겠는데 내 쪽에서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쪽 부모님이 후임병 상태를 직접 보고 싶어하셔서 부대로 날을 잡고 오시려는 것 같다. 아마 그날 나도 보려고 하실 것 같은데 언젠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저는 통화로 해줬었던 비슷한 얘기를 해주면서 그쪽 부모님이 오신다는데 너만 직접 만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나도 고민해보고 필요할 것 같으면 그날 연차를 내서라도 나도 가던지, 그쪽 부모님과 연락을 취해보던지 하겠다. 비용면에선 너무 필요 이상으로 의기소침해 하지말고 밥 잘 먹고 훈련 잘 받고 있어라. 라고 얘기했습니다.

 이쯤되니 더 복잡해집니다. 동생에게는 누나로써 어떻게 말해주고 가르쳐줘야 할지. 어떤 표정으로 어떤 목소리로 대해줘야 하는지. 본인도 잘못한거 알테니 별일 아니라고, 남자면 그럴수도 있는거 아니겠어? 앞으로는 그러지마라 휴가나와서 싸제기름이나 같이 먹자하면서 호탕하게 웃어보일까. 

 심각하게 왜 그랬냐 사정 안좋은거 알면서 싸우고 너가 나한테 소중하듯 그 친구도 누구의 소중한 가족일텐데 그  하나있는 코까지 다치게 했냐. 다 커서 이성적으로 생각안하고 몸부터 썼냐. 군대 들어가서 정신 좀 차리고 의젓해진줄 알았는데 아니었냐 하면서 혼을 내야 하는지.

 또 상대 부모님과 전화로든 직접 대면이든 해야할텐데, 분명 나이가 지긋하실텐데 내가 상대적으로 어리다고 얕보여서 더 역효과가 나는건 아닐까. 어떤 태도로 부모님을 대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해야할까. 아직 얘기하지 않아서 어떻게 합의하시길 희망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비용에 대해서 제가 할건 여기까진듯 합니다 하면서 합의를 해야되는건지. 치료비용만 물어주는걸로 마무리짓는거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건지. 그 이상을 원하신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 애초에 합의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또 영창을 가면 군대 내에서 불이익을 받는건 아닌지. 이제까지 본인이 쌓아뒀던 신뢰들이 와르르 무너질텐데 군생활이 힘들어지진 않을지. 영창을 갔다는 기록으로 사회생활에도 문제가 생기는건 아닌지....

휴.......
 
  짧게써야지, 짧게써야지 했는데 글이 많이 길어져 버렸네요. 고민이라고 글을 쓰다보니 조금은 머리와 생각이 정도 되는듯도 하고, 읽어주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벌써 위안을 받는 느낌도 듭니다. 설레발중의 설레발이겠지만.... 이래서 고게고게 하나요?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긴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걱정없이, 서로 봄처럼 따뜻한 하루, 따뜻한 주말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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