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지금까지 짧은 만남 조차 없었던 완벽한 모쏠 남자입니다.
사실 이게 연애를 하려는 의지나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닌데...
그,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고 해야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인생이라는게 각자에게 할당된 시간들이 있고, 그 할당된 시간을 어떻게 분배하느냐를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능한 그 주어진 시간을 유의미하고 충실하게 투자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겠지만
그 "유의미" 한 시간이라는 것도
그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의미를 갖는 것, 즉 온전히 내 시간을 향유 하고 있다는 "향유 자체의 유의미" 와
그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의 인생에 유의미하다는, 즉 "시간을 지불" 하고 있다는 유의미로 나눠질 수 있잖아요?
예를들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음식을 즐기는 그 시간 자체가 행복한 거잖아요?
그런데 그 음식을 먹기 위해 식자재를 구입하고 요리를 하는 과정은(요리 자체가 취미가 아닌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필요에 의해 유의미한 시간이긴 하지만, 그 시간 자체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행복을 취득하기 위해 지불하는 시간이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에게는 연애하는 모든 과정이 "그 시간 분배를 향유하는 것 자체가 행복" 한 투자인 거겠지만
저한테는 연애에서 상대방과 이뤄지는 모든 커넥션 자체가 충실하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외로움이라는 욕구를 덜어내줄 필요에 의해 관계를 지속시켜나가야만 하고, 그것을 위해 소비하고 있는 시간으로만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둣, 솔직히 외로움이나 연애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나름대로 간절함도 있는 편이에요.
다만 위에서 말한대로 예를 들자면 상대방과 연락을 하는 것 자체가 참을 수 없이 즐거워서 하루종일 카톡을 붙잡고 산다기 보다는
연락이 오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연인' 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적 행위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 밖에 들지 않는다고 해야할까요?
그럼 개인적으로 그냥 향유하는 것 자체로 즐거운 게 어떤거냐 하면 그냥 혼자서 취미 활동하는게 좋아요.
나름대로 보통 사람보다 수많은 취미들을 보통 이상으로 깊게 파고들면서 즐기고 있는데
그런데 이게 또 취미들이 하나같이 여럿이서 즐기는게 아니라 혼자서 즐기는 종류들이네요ㅋㅋㅋㅋ
수집 종류의 취미라든가, 책을 읽는 거라든가,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린다든가, 잎차를 구해서 끓인다든가, 미드나 만화를 감상한다든가 하는 취미들 뿐이네요.
예전에 오유에서 봤던 것 같은데, 내성적인 것과 내향적인 것은 다른 거라며
내성적인 것은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서툴고 관계 맺는 것이나 자기표현이 어려운 성격을 말하는 것이지만
내향적인 성격은 에너지 충전 방식이 타인에게서 에너지를 얻느냐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느냐의 차이라구요.
그 글 대로라면 전 100% 내향적인 성격인 거 같거든요.
뭐 독서같은 취미도 그럼 독서 클럽 같은 활동을 하면 되지 않냐 하는 조언도 많이 받았었는데
전 책을 읽는 게 좋은거지 그 감상을 타인과 공유하고 교류하는 건 전혀 별개의 것이거든요...
상황이 그렇다보니 주변에서 제 성적 지향이라든가, 혹은 성적 정체성 같은걸 진지하게 고민해보라는 분들도 계신데...
(취미가 하나같이 여성스러운 탓도 있어서요)
진지하게 검토해보아도 성적 정체성은 제 생물학적 성별인 남성과 확실히 일치하는 것 같고,
성적 지향도 제 스스로 느끼기에 확실한 여성애자로 느껴집니다.
무성애자에 속하는 것 같지도 않구요... 이 점은 거의 의심의 여지없이 남성애자나 무성애자가 아닌 여성애자라고 생각됩니다.
그저 계속 말했듯이 연애라는 관계를, 연인이라는 관계를 지속해 나가기 위한 투자들이 너무 피곤하네요.
어쩌다보니 나름대로 거창하다면 거창하게 이야기 한 것 같은데,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그 시간을 향유하는 것 자체로 즐거움을 느끼는" 자기 자신만의 취미 활동 같은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연애라는 필요성은 절실히 느끼지만 그 필요성 때문에 시간을 지불하는" 것 보다 훨씬 우선 순위로 올라온다는 점입니다.
다만 20대 중반이 되었고, 앞으로 후반이 되고 30대가 될텐데
점점 평범이라고 하는 카테고리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초조함이나 압박감이 생겨나서
답답한 마음에 주저리 주저리 써 보았습니다.
그냥... 따끔한 훈계 해주실 분은 해주셔도 감사할 거 같고,
혹시나 비슷한 처지이신 분 계시면 공감도 받고 싶고...
과거에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던 분이 계시면 조언을 해주셔도 감사할 거 같고
하는 복잡 미묘한 기분에 글을 올려봅니다.
시간도 늦어서 센티멘털해진 것 같네요.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