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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도 될까요..?
게시물ID : bestofbest_1407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hua
추천 : 517
조회수 : 22828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12/25 10:35:44
원본글 작성시간 : 2013/12/25 06:07:51
 
저는 올해 스물 여덟먹은 백수 처자 입니다.
 
엄마가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 투석을 시작하셨고
 
다리도 망가져 거동이 전혀 안되셔서 일 그만두고 곁에서 있은지 2년이 다 되어갑니다.
 
 
매일 6시간마다 집에서 투석을 하시는데 거동이 안되니까 항상 보호자가 필요해요.
 
식사, 샤워, 화장실문제, 집안일.. 같은 것들을 할 사람도 필요했죠.. 불가피한 선택이었어요..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를만큼 시간이 빨리도 가더군요.
 
 
새벽 다섯시반에 일어나 밥하고 빨래를 돌리고 여섯시엔 투석 준비를 합니다.
 
투석이 끝나면 출근하시는 아빠 식사를 준비합니다.
 
아빠가 출근하시면 엄마와 둘이 아침을 먹고 빨래를 널어요.
 
그리곤 휠체어를 끌어 근처 보건소에 갑니다. 재활운동 하러..
 
재활 운동을 마치고 12시에 집에와서 두번째 투석 준비..
 
점심먹고는 엄마랑 같이 샤워하고 티비도 보고 퍼즐 맞추기 같은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요
 
그럼 어느덧 다시 저녁 여섯시.. 또 투석을 하죠..
 
아빠와 동생이 퇴근해서 오면 식사 준비를 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저는 이때부터 잠깐 쪽잠을 잡니다.. 새벽에도 엄마가 찾는 경우가 계셔서...
 
그리고 밤 열두시에 하루의 마지막 투석을 하면 제 하루는 끝이 나요.
 
 
사실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맏이니까 해야 한다고 생각 하면서도 매일 밤 서러움에 많이도 울었네요..
 
 
아코.. 말이 참 길죠...
 
어쨌든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어제도 엄마를 모시고 재활운동을 갔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을까요?
 
처음으로 아무 도움 없이 두 걸음 걸으셨어요..
 
이내 털썩 주저앉아 버렸지만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서
 
다른 환자분들을 당황캐 했지 뭐예요...
 
 
재활센터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노래교실도 하고
 
뭐 이것저것 환자들을 상대로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어젠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케익 만들기를 했어요.
 
 
그리고 이제 다음주 부터는 보행 보조기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걷는 연습을 시작해보자는 재활선생님의 말에 자꾸만 울컥하네요..
 
너무 기쁩니다. 너무 너무 행복한 크리스마스 입니다.
 
 
 
2013-12-24 17.53.11.jpg
 
어제 엄마가 만드신 케익이예요.
 
모양은 그저 그렇지만 정말 맛있게 온 가족이 나눠 먹었습니다.
 
저는 이제 투석준비 하러 가야겠네요.. 쓰다보니 늦었.....
 
모두 행복한 성탄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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