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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개발독재는 대중독재, 합의독재다.
게시물ID : sisa_1409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친Book좌파
추천 : 4/6
조회수 : 99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11/26 01:35:56
 대중독재란 언뜻보면 모순되는 개념이다. 독재란 일반적으로 한 사람 혹은 아주 소수의 권력을 가진 집단이 다수를 억압하면서 꾸려가는 것을 말하는데 대중독재란 다수가 독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권좌에 오른 히틀러, 이탈리아 파시즘, 소련의 스탈린체제, 한국의 박정희 체제 등에서 보듯, 20세기 성공적인 독재는 대부분 대중의 지지, 혹은 대중의 욕망을 읽었다는 것이 대중독재론자들의 중론이다.
 지금까지 독재론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설명은 이랬다. 권력을 독점한 소수가 폭력과 강제적인 물리력을 행사해 다수의 무고한 민중을 억압하고 지배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대중 독재는 독재론에 대한 이런 논리를 거부하면서 새롭게 제창된 개념이다.
이 개념 골자는 권력에 복종하고 억눌리며, 핍박받던 대상으로만 간주되던 대중이란 실체를 주체적으로 끌어올려, 독재에 대한 책임이 그들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독재론은 대중이 독재와 결합하는 과정을 어떻게 상정할까?
대중독재론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강제와 동의'(coercion and consent)를 주목한다. 즉, 대중은 권력을 독점한 소수에게 강제되거나, 또는 독재에 암묵적 혹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동의함으로써 독재 체제를 강화하는데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중독재론을 증명하는 가장 비근한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나치즘 체제에서의 독일 대중과 박정희 체제에 대한 한국 민중(국민)의 태도이다.
나치즘은 당시 독일 국민 대다수가 선거를 통해 택한 체제였으며, 박정희 체제 또한 그 반대자만큼이나 지지자 또한 적지않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한다. 


인터뷰

 독재에 대한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독재정권을 생각할 때 독재자 한 명만 없으면 독재정권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재자를 제거하고 나면 독재가 없어질거라 기대하는 건 독재와 치열하게 대면하지 않으려는 일이다. 일종의 선악구분인데 이런 논리는 사람 사는 것과는 맞지 않는다. 
 
대중독재론이란 틀에 짜 맞추면서 현실적 긴장과 실천을 잃었다는 지적이 있다.

 내가 박정희 시대를 전공한 게 아니니까 대중독재의 시각에서 문제를 살펴보는 건 어떤가라는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한거다. 박정희 정권을 사악한 정권이라 규정한다면 왜 국민들은 박 정권을 지지했을까라는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나치 정권 때 독일인들은 자신이 유대인이나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면 평화로운 시절을 보냈다고 기억한다. 치안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거리에 세워둬도 누구하나 훔쳐가는 사람이 없었다.

박정희 체제도 마찬가지다. TV도 보급됐고, 냉장고도 들어오는 등 전반적으로 생활이 나아졌다. 개발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정부와 기업가들을 '산업의 전사'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독재타도에 나선 건 대학생 등 소수에 불과했다. 그들은 끔찍한 억압의 시대로 유신을 기억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과연 그렇게 유신을 기억할까? 사람들은 왜 나쁜 체제를 지지하는지, 또 그 같은 유산은 왜 사회적 잔재로 남아있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 정말 독재를 정면으로 성찰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대중독재란 대중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거 아닌가.

 독재체제를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선택했으면 그게 독재인가 민주주의인가. 과연 독재의 반대말이 민주주의일까? 근대 권력은 민주주의와 독재가 아슬아슬하게 왔다갔다 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민주주의가 있다는 건 시스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최종 목표인 것처럼 매진해왔을 때 노무현 정권에서 나타난 것처럼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정치적 민주화가 당연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 조금 더 성찰적이고 고민하는 민주주의가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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