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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도전했다 미끄러졌던 시를 한편 남깁니다.
게시물ID : readers_140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닉넴세탁
추천 : 5
조회수 : 45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7/18 17:50:28

 

독신녀는 꽃잎을 타이핑한다

 

 

서로 사랑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듯이, 어쩌면 나무속에서 맨살 녹이고 사는 물의 혈액형을 그녀는 알 것도 같습니다

숨 안의 부르틈과 처음 닿은 물

체온계를 울음에 꽂아뒀지요 공중이 휘발해 이 꽃을 꽉 채우고 나면 습하고 뜨신 허기로 변하는 숨의 체위들

 

인기척이 한 겹씩 밀생하고 물의 활자들이 방류되는 계절이 오면 잎이 촘촘한 문장으로 걸러낸 독신, 살아 있다는 것이 이토록 빽빽하다는 것을 행여 들킬까 겁을 냈지요

 

그녀는 여러해살이 음

 

모니터에서 배어나오는 홀씨들은 저마다 줄을 맞춰 수군댔습니다 여기 띄워진 혈액형이 누구야, 하는 중, (?) 하는 중, (?) 하는

색바랜 키보드를 새벽에 몰래 버렸습니다 자주 쓰는 활자가 흐릿해지는 것은 욱신거리는 일 그런걸 두고 섹-시하다고 했나요? 자궁께에는 나지막이 흘려둔 수술들이 맴돌았습니다 홀씨들은 그 공중에서 아까 꽂아놓은 체온계와 함께 어느날 몸을 섞었습니다 잊혀지는 일은 그토록 흥분되는 질펀함이었으므로

화분은 독방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꽃이 물을 낳는 것은 이토록 비밀입니다

 





 

잘 뜨는 아가미

 

 

 

눈으로 시야를 씹다가 뱉을 때

 

동트는 동안 눈꺼풀은 계속해서 해안선을 그어낸다 이 바람과 저 바람의 지나간 여울들을 한올씩 집어 손금에 가라앉힌다 내 연안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항상 속이 젖는다 체중을 한꺼번에 싣지 않으면 사람은 가라앉을 수 없어

 

이만큼만 내쉬는 거, 파도

바람의 몸무게

예보가 좋지 않아, 입을 닫으면 출렁거리는 내해內海들 여전히 육지가 멀리있고 가까워지려고 하면 자꾸 해안선이 파르르 떨려서 수평을 잡을수 없는 반대쪽 아가미들

 

피는 바다맛이 난다

밤만 되면 눈꺼풀들이 아가미처럼 우르르 닫힌다 거대한 부력이 드리운 대기속을 헤엄치다가 빠져죽는

사실 우리는 모두 물고기다

부레처럼 심장이 내해를 떠돈다




이젠 거의 포기상태지만 

한때 시에 주파수를 적셔두었던 날들이 떠올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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