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그러니까 오늘 저녁에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울산 공업탑 부근 <처용서림>이라는 서점과, <아이온>이라는 PC방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놀았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지갑이 없어요.
아마도 PC방에서 놀때 바지 주머니에서 떨어졌나봐요. ㅠ
너무 게임에 몰두하다보니, 떨어진 줄도 모르고 계속 놀았나봐요..
정말 소중한 추억이 담긴 지갑인데 말이죠.
고등학교 다닐적 친구들과 찍어뒀던 소중한 사진들이 들어 있고, 제가 개인적으로 여행다니면서 끊었던 승객 보관용 버스표와 비행기 좌석표, 고2때부터 봤던 영화 티켓들 전부..
잊어버리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수많은 기억들이 그 지갑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게다가 그 지갑은, 해양경찰이신 아버지께서 독도작전에 참가하신 후, 청와대로부터 선물받은 지갑입니다.
평범한 지갑이 아니라, 아버지의 투철한 직업정신과 국가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고마운 놈이라 생각하며
제아무리 비싼 명품 지갑 부럽지 않았고, 항상 자랑하며 들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걸 잃어버렸습니다.
돈, 교통카드, 주민등록증, 학생증, 롯데리아 적립카드, 북스리브로 서점 적립카드, 농협 체크카드, 스카이패스, 현금영수증 카드 따위..
돈이야 다시 모으면 되고, 카드야 다 다시 만들면 되지만,
내 소중한 추억들은 어떻게 하나요?
친구가 그러더군요. 금방 잊혀진다고.. 힘내라고..
그렇겠죠.. 금방 잊혀지겠죠..
그런데 어쩌죠??
잊기 싫어서 가장 소중한 지갑에
소중히 담아뒀는데.. 정말 놓치기 싫었는데
그 모든 것들을 금방 잊어버리면 저는 어쩌죠??
지금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요.
항상 누더기같은 낡은 지갑 쓰시면서도 나에게 선뜻 지갑을 주시던 아버지께 너무 죄송스럽고,
언제나 우리 우정 변치 말자며 의형제와 찍었던 사진, 졸업앨범에 실리는 내 친구들의 어색한 증명사진들, 고등학교 졸업때 그 수많은 사진들, 졸업 후 다시 만나 회포를 풀며 찍었던 그 많은 사진들,
중학교때 제주도로 전학가면서 처음 탔던 비행기 티켓 좌석표, 토론대회때 상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끊었던 버스표, 고등학교때 울산으로 전학오면서 탔던 비행기 티켓, 부산 지하철 처음 탔을때 구간 계산 잘못해서 막힐때 그냥 도망가고 나서 기념으로 간직했던 지하철표, 통영으로.. 마산으로..또 창원 할머니댁에 갈때 끊었던 버스표, 대학때문에 서울 상경하면서 끊었던 동서울행 버스표, 대구행 버스표,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신기해 그냥 돈넣고 사서 지하철 안탔던 대구 지하철표..
그 추억의 편린들이 이젠 사라져 버렸네요.
하하.. 실없는 웃음뿐이네요.
다시 다 뒤져봐도, 그 PC방 쓰레기통 뒤적거려도, 내가 앉았던 자리 밑을 바라봐도 없네요...
혹시나 해서 내 방까지 구석구석 다 들어내 봤는데도.... 없네요.
이제 전 아버지 얼굴 어떻게 보죠?
그 친구들 만나면 미안해서 어쩌죠?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어쩌죠?
다시 찾을순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