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만 경찰을 너무 오해하실까봐 이런 얘기들을 하는겁니다. 저는 지난 고 노무현 전대통령 정권에 전투경찰이었고 어쩌다보니 진압실무를 담당하며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이 돌아가는 방식이라는걸 좀 알게 되었지요.
전 서울에서 태어나 우리 월산명박형도 싫어하고 김정일과 그 측근들, 공산당도 싫어하고 오바마형은 유색인종이 미국에서 대통령까지 되었다는 점에서 존경할만한 성공모델이지만 그닥 좋아하지않고 독도 노리는 쪽바리들 싫어하고 이번 FTA에 반대하고 국보법에는 제대로 된 대안이 있다면 폐지찬성에 제주 해군기지는 찬성이라는 짬뽕노선을 가지는 예비군훈련 안빼먹고 꼬박꼬박 참석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예비역입니다. 이번 반FTA시위를 지지하고 또 FTA을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의 실태가 부디 다음 총선까지 국민들의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시민분들이 너무 경찰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경찰은 권력으로도 돌아가지만 시스템으로도 돌아갑니다.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요. 예전과는 정말 많이 다릅니다. 승진과 파벌 싸움속에서 누구도 믿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건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이죠. 출세하고 싶으면 결국엔 혼자 살아남아야해요. 지휘관들이 정권을 위해서 하는 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가 거의 한계입니다. 그 이상은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누는 꼴이거든요. 경비경찰인 지휘관과 현장을 채증하는 정보경찰은 다른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채증자료가 언제 자신한테 돌아올지 모릅니다. 그리고 세상이 많이 바뀌어 시민의 권리에 대해 깨어있는 분들도 많구요. 수족처럼 부리는 전투경찰도 저처럼 전역하면 결국 다 남이고 아저씨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시위가 문제가 되는건 시위진압을 하는 당사자들이 징집병인 전투경찰이라는 것과 오랜 시위속에 꽃피는 이른바 시위꾼들 그리고 꾼들을 조정하는 정치적 세력이 양측에 모두 존재하기 떄문입니다.
혈기왕성한 20대 청년들이 머리 박박밀고 입대해서 죽도록 구르고 욕먹고 그러다 24시간 붙어지내는 동기, 후임, 고참이 끌려가는 얻어맞는걸 보면 그걸 인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의경이 연봉 몇천씩 준다고 뽑는 특채도 아니고 연봉 몇천씩 받는 회사에도 또라이가 있는데 전의경 내부에서도 여러분들이 흔히 군대에서 겪었던 고문관들과 사이코들이 존재하지요. 애들 분위기 잡아라(가라앉혀라), 잡아라, 잡아라 뒤에서 아무리 그 무서운 선임들이 갈궈도 결국 그 선임들도 겨우 몇개월 빨리 들어온 똑같은 20대 청년에 군중에 묻혀버린 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팽팽한 긴장속에 가벼운 시비, 찡그림, 웃음에도 서로 격분하게 되고 사람들이 몰리면 정상적인 판단을 잃게 되더군요. 전 현장에 딱 2번 서 있었습니다. 수많은 현장을 나갔지만 제대로 장구 착용하고 젤 앞열에 서본 경험을 말하는 겁니다. 꼴에 고참이라고 덜덜 떨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주며 참았습니다.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그때 그 원인은 어찌보면 사소한 것이였습니다. 채증을 한다고 오해한 시위대분이 한 운전대원의 카메라를 뺏으려 하였고, 그 대원은 비품인 카메라를 뺏기지 않으려고 물러나는 사이에 고성이 오고가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간신히 사이로 파고들어 사람들을 때놓고 결국엔 합의하에 양측의 대표자가 한명씩 와서 사진을 확인했지요. 그 대원의 개인 셀카였습니다. 결국 별거 아니니 무마 되고 그뒤로는 연좌농성에 들어갔지만 이미 몇명의 대원들과 시위대분들 그 와중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습니다. 군중심리라는게 참 무섭지요?
정신적으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미숙한 나이에 처음 집을 떠나 겪는 계급생활, 난생 처음보는 광경,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누군가들로부터 불특정 다수로부터 욕을 진탕 먹고, 침도 맞아보고, 인분에도 맞아보고 피켓에도 맞아보고 길거리에 주저앉아 급하게 밥을 반찬에 뭉쳐먹습니다. 육군출신이 많은 직원들의 꿀빠는 전의경들 이란 인식과 대원관리의 편안함때문에 오는 묵인과 형식적인 관리, 연구와 메뉴얼이 아닌 전형적인 선임으로부터만 의존하는 교육훈련. 담 하나 넘으면 여전히 빛나고 반짝이는 밤거리인데 주5일은 커녕 일요일도 없고 일과시간도 지켜지지 않는 날이 태반입니다. 절대 폭력은 옳지 않고, 더더군다나 경찰이 시민에게 행하는 폭력은 더욱 옳지않습니다. 사회의 정의를 지켜야할 최후의 보루인 경찰의 한가운데서 오히려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전의경의 자살률은 육군보다 항상 높습니다.
"아니 싸제 물품쓰고 뜨거운 물 나오고, 맨날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어딜 감히!! 니들이 나약한거야!"
전방 후방 모든 곳에서 고생하는 육해공군장병의 노고를 결코 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제 또래 친구들이고 형님 동생들이며 병역을 치루신것을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사실 모든 사병들이 제대로 존중받고 있지 못하지요. 전의경 자살률이 정상적이 아닌것만은 분명합니다.
또 많은 현장을 나가보면 익숙한 얼굴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위꾼들이지요. 단순히 모 단체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전문적으로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겪었던 수많은 시위에서 공장에서 찍어나오듯 나오는 규격품스러운 기본도구들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걸까요? 시위가 시작하기전엔 한창 흥을 돋구며 잔뜩 열을 올리다가도 어느새 끝날때즘 보면 그들은 자리에 없습니다. 또 업으로 삼는 것과 별개로 아무리봐도 누구편이지 알수 없는 별종들도 존재하고 좋지않은 의도가 뻔히 보이는 분들이 보입니다. 아침부터 주변을 서성이며 돌아보다가 저녁엔 술취한척 연기하시는 분, 갑자기 엎어지며 맞았다고 하는분, 여기저기 얼빵하고 어려보이는 애들을 골라가며 부모욕까지 해가며 살살 약올리는 분에 어여쁜 여대생인줄 알았는데 비닐봉지에 들고있던 패트병엔 모래와 자갈이 가득한 둔기였더군요. 역시 반대로 심상치 않은 대원들도 있습니다. 저랑 직접묶이는 부대는...글쎄요 제앞에서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좀 융통성이 없거든요.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차출된 부대들과 대규모 시위진압에 나서면 마치 많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다고 느끼는건지 본성을 드러내는 폭력적인 놈들도 있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될것을 제성질을 못이기고 같이 욕을 하거나, 비웃거나 슬며시 티가 안나게 폭력을 가하는 것들이 그런 류이지요. 그리고 바로 거기서 사단이 생기는거구요.
이제 조만간 전의경 제도가 폐지가 된다고합니다. 최후에 남을 대원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고생좀해라(얘넨 쫄병이 없어요 ㅠㅠ. 부대 마무리니까 정리작업만 죽도록 할꺼아냐) 하지만 너무너무 기쁩니다. 직원중대로 교체되면 한정된 예산에서 고급인력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처럼 무식한 진압방법을 쓰지는 못할겁니다. 더 좋은 교육과 더 좋은 장구들 그리고 본인의 인생을 두고 고민끝에 직접 지원한 사람들도 구성되니 전과 같은 안타까운 일들이 안생기겠지요. 안전사고나 본인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확대되는 폭력사태도 많이 줄것입니다.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소수의 부대를 운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진압방법은 더욱 과격해질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전의경폐지와 함께하여 다가오는 다음 정권도 어느쪽이되든 대오각성해 시위자체가 안 일어나도록 국정을 잘 이끌어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