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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자취인의 씁쓸했던 저녁
게시물ID : cook_1413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살아남자
추천 : 11
조회수 : 1176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02/24 14:05:06
언제나 저희집에서 설날 다음날은 가족의 생일이 있어서 생일상이 차려집니다. 
생일상의 기본인 잡채, 조기구이, 불고기 등이 올라가지요. 

그런데 가난한 자취인이다보니 오랜만에 고기란걸 보고는 눈이 살짝 뒤집혔나 봅니다. 

제가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다른 반찬들을 다 재끼고 오로지 고기만을 탐했었던거 같습니다. 

옆에서 같이 식사하시던 어무이가 옆구리를 툭 치시고는 다른 식구들도 먹게 적당히 먹어라 하시고서야 약간의 정신이 돌아온듯

나름대론 변명한답시고... "요새 양념하는거 너무 귀찮아서 맨날 양념 다된것만 사다먹다보니 어무이가 직접 양념한거 오랜만이라서 너무 맛있어서 정신없이 무뿠네.. 미안타.. "

어무이께서 "고기 재논거 남았으니까 그거 챙겨가서 묵으라.. 지금은 식구들 먹게 놔두고..."


그렇게 명절을 보내고 고향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어무이가 싸주신 음식들을 꺼내보니 
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제사나물과 고기재논것 뿐이었습니다. 
언제나 챙겨주시던 각종 밑반찬류.. 김치류 이런것 전혀없이 고기만 주셨더군요. 

고기를 구우면서 생각이 났습니다. 
고향에 있을때 고기양념은 제 몫이었습니다. 
어무이께서 요리는 다 잘하시는 분이셨지만, 고기양념에 대해서는 제가 유일하게 잘했기에 어무이께서 절 시키셨거든요. 
(이제는 솔직히 고기양념안해본지 오래지나서 양념비율을 다 잊어버렸지만.. )

왠지 어무이가 저 처절하게 살고있다는걸 알아채신거 같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photo_2015-02-24_13-48-17.jpg

맛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슬하고 먹먹해진 저녁 식사였습니다. 

담번에 내려갈때는 용돈을 어찌 쪼개든지 고기부페라도 가서 고기 원없이 먹어서 한을 풀은후에 내려가야겠습니다. 
최대한 새옷챙겨입고 깔끔하게 단정히 준비하고, 시종일관 동네 자랑하면서 떵떵거리면서 이야기 해놓고선 거기서 정신줄을 놓았나 봅니다. 

고기하나에 불효자가 되어버렸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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