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의 초딩들을 알고 떠나보내고 겪으면서 이런저런 일도 많습 니다만.. 어쨌든 그동안 초딩들의 소비 패턴을 보면서 '초딩은 돈을 이러이러하게 쓴다' 라는 느낌이 정립되었기에 글을 써봅니다. 공감하는 분들도 있으려나 ㅎㅎ
물론 초딩들이 다 아래처럼 돈을 쓰진 않지만요.
1. 돈 액수가 아무리 커도 몇백원씩 쪼개 속닥속닥 사먹는다 - 돈 천원이 있어도, 오천원이 있어도 쪼잔의 극치처럼 백원씩 이백원씩 계속 나눠 사먹습니다. 오천원이 있으면 천원짜리도 팍팍 사먹고 그래라~! 하지만 백원씩 오십번 사먹는게 더 나은가봅니다. 역시 초딩은 질보다 양~! 어른들이 애들 데려와서 먹고 싶은거 골라잡으라 하면 오백원짜리 천원짜리 몇개 집는게 아니라 백원짜리 불량식품을 열개~수십개 욕심껏 고르는 애들이 많습니다. 초등생 상대하는 장사가 피곤하다고 하는 이유가 저 몇번에 걸쳐 나눠 먹는것 때문이죠. 혹시 일억원 당첨되면 백원어치씩 백만번 사먹는거 아닐지 ^^
2. 한꺼번에 사고 돈을 거스르면 될텐데 하나 사고 거스름돈 받은 뒤 다시 그걸로 사먹는다 -천원을 내고 백원짜리 하나를 사고는 돈을 거슬러달라고 합니다. 백원어치만 사나보다 라고 하여 구백원을 거슬러주면 다시 그걸로 백원씩 내며 먹을걸 삽니다. 결국 천원어치 다 사는데 중간에 거스름 돈을 거슬러 달라고.. 아직 계산이 약한 저학년이나 머리 나쁜 고학년 애들이 애용하는 방법입니다.
3. 다 사고는 거스름돈 받아 가다가 다시 돌아와 사먹는다 - 한 오백원어치 사먹고 오백원 거슬러 가서는 가다가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서 또 사먹고 싶어졌는지 가던 길을 한참 되돌아와 다시 남은 돈을 씁니다. 서너번 그런 걸 반복하는 애들도 많습니다. 끝없는 군것질의 유혹~ 애초 못참을 거면 그냥 처음에 왕창 사가란 말이닷
4. 구걸도 뻔뻔하게! - 요즘 초등학생들 보고 놀란 것은 소위 '구걸' 처럼 보이는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는 겁니다. 초딩들 사이에서 서로 '백원만' '백원만 사줘' 하는 말을 귀에 신물이 나도록 듣는데요. 친구가 돈 몇백원 갖고 사먹으러 들어오면 따라들어와서는 '백원만' 을 연신 구걸하는 애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집이 가난해서 그렇다거나 그런건 아니고 자기 돈을 다 사먹고 이제 돈이 없으니 다른 친구에게서 구걸하는 것이죠. 위에 말했듯 구걸이나 다를바 없는 그런 말과 행동이 아무 생각없이 몸에 배어 있는 아이들을 보며 걱정도 됩니다만.. 개중에는 더욱 뻔뻔 하게 주인보다 더 많이 돈을 요구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즉 친구가 오백원을 가지고 사먹으려 하면 '나 삼백원만 사줘' 라는 식이죠.
5. 아무리 먼길이라도 도박 한판을 위해 왕복할 수 있다 - 걸어서 10~20분 되는 동네에서 우리 가게로 뭐 사러 걸어오는 초딩들 중에는 뽑기나 메달게임 같은 소위 도박성이 있는 걸 하기 위해 오는 애들도 있는데요. 단돈 백원을 가지고 '뽑힐 수 있을거야' 라는 희망을 가지고 한여름 뙤약볕에도, 한겨울 추위에도 한참을 걸어와서는 백원 내고 떨리는 손으로 뽑아 꽝이 나와 힘없이 돌아가는 애들이 많습니다. 파는 저도 허무. 이거 하려고 그 먼 길을 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