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판타지랄'07 ~개념까지도 씹어삼킨 병신 두마리의 장~ -제1화
게시물ID : humorstory_1413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絶望先生
추천 : 10
조회수 : 148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7/08/17 22:24:11
-제 1 화-



 우리집 뒷산에는 마왕이산다.

 웃지마라. 제발. 나 진지하다. 진짜 뒷산에 산다니까? 아 짱날라하네. 인증샷 올리면 개념인정? 그럼 지금 바로 인증하러 가겠...다는 것이 가능할리가 없구나. 훗, 지금 세계관에 디카가 있을리가 없지...카메라도 없는데.

어쨌든! 진짜 마왕이 살고 있으니까! 믿기 싫으면 백스페이스를 누르던가, 태클걸기도 귀찮고 할 짓도 없으니 한번 읽어나 봐야겠다 싶으면 걍 스크롤 압박을 참으면서 나의 모험담을 읽어라. 겔겔겔 

 그러니까...어디까지 얘기했더라. 그래, 마왕이 산다고 했었지. 그 마왕의 이름은! 그러니까...대충 스미스 정도로 해두자.

 ...미안하다. 내가 국사는 좀 약해서 마왕 이름을 잘 못 외운다. 다음에 기억나면 수정해 주겠다. 정말 독자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도 지금 필사적으로 이름 생각해 내고 있으니 너무 책망하지 말아달라. 그러니까 아마 스...미골은 아니였던 거 같고, 스...렉? 아니 이건 뭔가 초록동물의 느낌이 나는데? 일단 이것도 보류. 그러니까...아 근데 마왕이름 따위가 중요한가?! 지금 마왕따위보다 중요한 건 그 마왕새끼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댄다는 것이다!

 아 진짜 어떤 미친놈이 이딴곳에 마을을 만든거야?! 그리고 마왕새끼는 왜 시도때도 없이 울어대는 거야?!!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정부에 탄원서를 몇십장씩 스팸메일로 아니, 그냥 편지로 보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정부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그 부분은 저희가 대답해 드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빠른 시일내에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였다. 이런 블리자X 서버 운영자 같은 새퀴들...이러다가 우편함도 닫아버리겠는 걸?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해결한다면서 2년을 질질끌다니. 이젠 마왕놈의 울부짖음이 자장가처럼 들릴 정도다. 아 큰일이야. 정들고 있어. 오라질. 마왕나쁜놈. 국왕은 더 나쁜놈.

 이런 망할놈의 정부시스템에 불만을 가져버린 나는! 오늘에서야!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오늘 이 망할놈의 국가체계를 갈아엎어 버리겠노라! 썩어빠진 공무원들은 시험 한 번 붙었으면 장땡이라는 마인드로 국가 행정을 처리하고 있으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철밥통이면 다야?! 이래서 직업공무원제를 실시하라는 거 아냐! 아 열받는다아아아아아~! 노동자여 단결하라!!...가 아니라 잠깐 이건 좀 주객이 전도 된 상황인데? 그러니까 음...먼저 해야할 일은...

 "마왕 잡으러 가자!!!"

 아 놔 염통 터지는 줄 알았네. 왠 문 부서지는 소리가...해서 문을 돌아보니 왠 미친놈이 대낮부터 남의 집문을 때려부술듯이 발로 차 열면서 이 몸의 반란계획을 방해하고 서 있었다.

 그 놈의 아무렇게나 기른 갈색머리는 마치 개털마냥 바람결에 휘날리고 있었고 멸치새끼마냥 말라빠진 보통키의 그 놈 몸에는 지 머리색깔 만큼이나 우중충한 갈색의 로브가 걸쳐져 있었다. 뿔테 안경을 썼음에도 전혀 지적으로 보이지 않는 저 멍청한 페이스는...

 이거이거 나의 불X친구 레이드 아냐?! 그나저나 이놈 또 이상한 플라스크를 들고 왔네. 뭐야 저거...몰라..무서워...

 "이 몸께서 시끄럽게 응애응애 울어대며 칭얼대는 우리 마왕양을 잡기위해 또 하나의 마법을 창조해 주셨노라!!!"

 아 그래 네놈에게는 쿠어어어어어~! 크아아아아앍!!이 응애응애로 들린단 말이지? 게다가 마왕양? 그게 크아아아앍이 과연 XX염색체를 지닌 녀석의 목소리 일까. 이색히 다음에 귓구녕을 한번 갈아엎어줘야겠다. 기왕 하는 김에 뇌도 한번 싹 갈아치우는게...

 "레이드. 제발 부탁이니까 정신 좀 차려. 마법은 개뿔 맨날 화염병 던지면서 파이어필드다! 와하하하하하거리지 말고."

 "훗, 이 친구 아직 마법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군. 난 아직 18살이라서 마법을 쓰지 못하는 것 뿐이야! 25세까지 동정을─"

 이거 안 되겠어 이 이상 얘기하게 놔 두었다가는 심의위원회에 걸리겠는 걸? 이미 있는 욕 없는 욕 다 한 주제에 잘도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좀 정상은 아니지만.

 "오케이, 거기까지! 알았으니까 개념챙기고 집으로 돌아가 주세요. 제발."

 개념챙기라는 나의 말이 나오는 순간 레이드 녀석의 입가에 한떨기 썩소가 피어났다. 이 녀석 또 뭔가를 까발리려고...?

 "감히 네놈이 나한테 개념얘기를 꺼내다니. 기사시험 보겠다고 곡괭이들고 곡괭이부르스를 추던 네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아니 엊그제 맞구나! 언제까지 그렇게 살텐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이색히! 독자들에게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난 기사지망생 아무개다! 오늘부터 내이름을 가슴속에 새겨두거라!!'라고 폼나게 나를 소개하려고 했는데 여기와서 초를 치다닛!

 안되겠어 이 귀찮은 뇌도 없는 짚신벌레같은 녀석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 레이드녀석의 얼굴 전체에 비열한 웃음이 폭넓게 퍼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작년 겨울에는..."

 "아, 안돼! 수행하러 떠난 답시고 눈속에서 길을 잃고 질질짜고 있었다는 얘긴 그만둬!!"

 라고 말해버린 나는 이미 패닉.

 "...멍청한 놈."

 이건 뭐. 부정할 수가 없구나. 레이드 같은 새퀴랑 몇십년을 같이 놀다보니까 내 뇌에도 저질세포가 자라고 있는게 틀림없어. 망할 미국산 쇠고기보다 위험한 새퀴.

 "오랫만에 네놈의 의견에 동의하는 군."

 이런 골빈대화를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서서히 개념들을 하나하나 증발시키고 있다가 우연히 레이드 녀석의 손에 들린 플라스크에 눈길이 갔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그 병을 가리키며 그 안에 들어있는 희끄무레하고 허여멀건 한 액체의 정체를 물어보았다.

 "왓 더 헬?"

 "정말 예의바르게 물어보시는군요 개님아."

 "닥치고 이번엔 또 무슨 지랄맞은 마법을 발견해 오셨는지 보여주실까."

 내가 무슨 시험관처럼 거만하게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며 레이드를 쳐다보자, 그놈은 플라스크 병의 끄트머리를 잡고 안의 액체가 찰랑거릴 정도로 흔들어댔다. 뚜껑도 안 막고 저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참으로 걱정이 된다.

 저놈이 만들어 냈다는 마법들은 하나같이 폭발하거나 터지거나 얼리거나 하는 [물약]들 뿐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분명 플라스크에 해골마크를 그려넣어야 되는 위험한 약물일 것이다. 그러니까 뚜껑좀 닫고 지랄해줬으면 좋겠다. 아니 우리집 거실에 뚜껑을 안 열고 저딴 위험한 물품을 들고오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자자~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니에요~이 약으로 말할것 같으면...아니 이 마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정정할거면 애초에 약쟁이 자세로 나오지 말지 그랬냐."

 나는 여전히 거만한 자세를 취한채 거만한 목소리로 레이드를 거만하게 쳐다보며 거만한 태클을 넣었다. 그런 나의 당당한 자세에 약간 당황했는지 레이드는 비겁한 변명을 해가며 말했다.

 "으흠흠, 아버지 직업이 그렇다보니, 어헣헣헣... 어, 어쨌든 이 마법은 말이다! 내가 이름짓기를 애시드 테러! 라고 지었지 와하핳ㅎ하ㅏㅏ핳하!"

 "웃지마! 웃지말라고!! 애시드 테러고 지랄이고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네가 웃을때마다 그 안에 있는게 찰랑거리는 게 꼭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단 말이다!"

 또 지 잘났다고 한참을 웃어대던 레이드는 신돈마냥 티없이 맑게 웃다가 나의 만류에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듯 웃음을 뚝 그쳤다.

 "쏟...아, 그래. 쏟아지면 안 되지. 이거 존내 위험한 거 거든."

 언제는 위험한 거 안 만들었던 것처럼 말하네. 아─이제 일일히 태클 걸기도 귀찮다.

 "이건 말이지! 수분이 있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환상의 마법이라고! 자 여기서 박수 한번 주세요~!!"

 이 미친놈이. 약병을 들고 박수를 치고 있다. 수분이 있는 모든 물체를 녹여버린다는 미친 액체를 뚜껑없이 쳐 들고 와서는 박수를 치고 앉아있단 말이다!

 "야이 미친놈아! 마왕이고 지랄이고 네 손부터 녹겠다! 박수치지마!!"

 레이드자식은 아쉽다는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플라스크를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헛소리를 잘도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이건 여기에 놔두고. 아까 했던 마왕얘기나 해봅시다."

 "아니 별로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에이 형씨 왜이러시나. 그러지말로 우리 둘이서 용자가 되어봅시다. 어때? 멋지잖아?! 책도 나올거라고!! 위인이야! 인기인이라구!"

 나는 한심해져서 한숨을 푹 내쉬며 녀석에게 충고했다. 내가 또 오랜만에 진지해져 본다. 이 글에서는 처음으로 진지해져 보는 거군.

 "하아─ 에라이 초딩아. 우리가 지금 그딴 꿈이나 꿀 나이냐? 우리 18세야 18세! 취직준비해야 한다고!! 내가 기사가 되고싶다면서 헛소리를 해대던 것도, 그것때문에 무술을 하는 것도 기사가 되서 영주한테 조그마한 땅덩이라도 얻어보려고 하는 소리잖아! 근데 넌 어려서부터 모험담 소설이나 읽고 마왕이나 잡으러 다니자는 소리밖에 안 해왔지.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좀 더 현실을 현실적으로 볼 순 없는거냐? 너 임마 약품 좀 다룰 줄 알면 그냥 평범하게 약사로서..."

 내가 레이드에게 현실의 중요성을 가르치며 훈계를 하기 시작하자, 레이드 녀석의 눈빛이 갑자기 진지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뭔지모를 그 용자풍의 기세(대략 눈에서 초록색 빛을 발하면서 파이널 퓨전이라도 외칠듯한 기세)에 짓눌려 하던말을 멈추었다. 내가 말을 멈추고 잠시 동안의 정적이 찾아오자 레이드가 진지한 목소리로 그 침묵을 깼다.

 "네놈이 방금했던 말, 초딩이라는 단어의 뜻 말고는 전부 이해하겠다. 10자 내외로 서술하라면 현실적으로 살라는 거겠지."

 나는 녀석의 말에 단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레이드의 눈은 여전히 용자들이나 할 법한 눈이었기 때문에 태클걸면 맞을것만 같아서 태클은 참기로 했다. 레이드 놈은 그런 내 쪽을 보지도 않고 등돌아서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 우리같은 일반인이 마왕을 잡는다니. 현실적이지 않아. 마왕에게 가기도 전에 동굴에서 박쥐한테 물려죽는 것으로 게임오버가 될 지도 모르겠지."

 아 왠지 상상된다. 그것만큼은 죽어도 싫어...

 "누구나가 다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야. 그럼 우리 동네 바보 한스도 용자가 될 수 있고, 마왕은 죽느라 바빠서 부활도 하기 싫어하겠지. 그래, 마왕을 잡는 건 아무나가 하고 싶다고 아무때나 심심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그.렇.지.만!"

 레이드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면서 내쪽을 확 뒤돌아 보면서 꽉 쥔 주먹을 치켜 올리며 외쳤다.

 "노력과 근성이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뭔가 멋있는 말을 기대했던 내가 병신이지.



 -1화 [정부는 우리를 버렸고, 레이드는 나를 부추겼다. 그래서 난....]편 끝. 


<계속>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