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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소설 나눔합니다. 예시 소설 스압 주의!
게시물ID : mabinogi_141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lpida
추천 : 10
조회수 : 745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6/04/13 22: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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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취미로 끄적이는데, 요새 뭘 쓰려고 해도 도무지 글이 써지질 않아서 여러분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
캐릭터 명(필수), 컨셉, 뭐 이런 것들 간단히 알려 주시면 선착순 한 분께 단편소설을 써드리려고 해요. 반응이 좋다면 다음에 또 할 수도...
 
예시 : 제 캐릭터가 에린을 정복하게 해주세요.
         알터를 울려주세요.
 
자세히 써주실수록 좋아요. 캐릭터 설정이나 성격, 원하시는 배경과 상황 이런 것들이요. 캐릭터 사진을 같이 올려주셔도 좋고요.
제가 글 쓰는 게 조금 느릿느릿하다보니, 신청하시고서 이틀 정도는 걸릴 것 같아요. 기다려주실 수 있는 분만 신청해주세요... 흑흑.
 
음. 제 글을 모르고서 신청하시긴 조금 꺼려지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예전에 길드원 분께 신청받고 썼던 글을 가져왔어요.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신청해주세요.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요청 : 집착하는 카즈윈)
 
 
 
 
 
 
 
* * *
 

 
  씨앗을 품고 물을 머금은 흙냄새가 가득했다. 카즈윈은 팔뚝으로 눈을 가린 채 풀밭에 누워 있었다.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칼이 풀과 한데 엉키는데도 그에는 관심 한 톨 주지 않았다. 애초에 카즈윈이 신경쓰는 것은 얼마 없다. 사람들이 우르르 모였다 흩어지는 동안 온갖 무기들의 거슬리는 소음들, 대화와, 가죽 혹은 금속이 돌에 닿는 소리, 웃음, 몇 차례의 반복, 그리고 그 끝에…….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카즈윈이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오랜 시간 한 자리에 같은 자세로 누워 있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몸놀림이었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저 끝에 그녀가 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자니 사람들은 또 빠져나갔고, 어느 새 주점 뒤의 알반 문양 앞에는 그녀만이 남았다. 그녀는 카즈윈이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카즈윈이 그녀와 마주섰다.

  "우연."
  "머리에 풀 좀 봐."

  가느다란 손가락이 카즈윈의 머리를 향해 뻗어졌다. 카즈윈은 고개를 숙여 그 손길을 받았다. 설우연이 킥킥, 작게 웃었다. 머리에서 풀을 털어낸 손은 그에 멈추지 않고 카즈윈의 가슴팍에 달린 헤루인의 엠블럼과, 독수리 문양의 갑주를 스쳤다.

  "아벨린이나 톨비쉬는 그렇게 전투를 많이 하면서도 갑옷은 항상 번쩍번쩍하던데. 카즈윈 갑옷은 왜 이 모양이야."
  "별로."

  별로는 무슨! 설우연이 양 손을 허리에 짚으며 짐짓 엄한 목소리를 냈다. 카즈윈이 시선을 비꼈지만, 그게 무시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설우연은 잔소리를 할까 하다가 그보다는 좀 더 다감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녀가 벤치에 앉자 카즈윈이 텀을 두고 옆에 앉았다.

  "나 이제 카즈윈이랑 함께 싸울 수 있어."
  "그래."
  "정말이야. 내가 알반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도와 싸우는 데에 있어서 신성력이 모자랄 일은 없을 테니까."

  밀레시안은 알반 기사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카즈윈은 그것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그걸 물어 그녀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아 그는 입을 다물었다. 이미 첫 만남에 그녀는 자신에게 확답을 주었다. 그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가라앉았다. 카즈윈도 설우연도 그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곧 해가 질 것이다.

  "그 대 밀레시안 임무라는 거 말이야."

  설우연이 약간 잠긴 목소리로 운을 뗐다.

  "카즈윈은 수많은 밀레시안 중에 어째서 나를 담당하게 된 거야?"
  "글쎄."

  카즈윈이 설우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설우연의 정수리 쯤에 닿아 있었다.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져 벤치를 넘어 바닥에 닿았다. 카즈윈은 잠깐 고민하다가, 그녀의 머리를 한 손에 쥐어 제 앞으로 끌어왔다. 자신을 열심히 가꾸고 수련하는 것과 별개로, 그녀는 묘하게 이런 부분에서 섬세하지 못했다. 길다란 머리 끝에 묻은 흙먼지를 손 끝으로 털어내며 카즈윈이 말을 골랐다.

  "다들 가끔 잊지만 나는 신성 기사다."

  설우연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싶었다. 어디까지 말해주어야 할까. 그녀의 머리에 더 이상 흙은 묻어있지 않음에도 카즈윈은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설우연도 그를 가만히 두었다.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당연하지. 그때도 카즈윈은 누워 있었잖아."

  카즈윈이 설우연과 똑바로 눈을 맞췄다. 첫만남을 생각하며 얼굴에 미소를 띠웠던 설우연은 의아한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다시 묻지. 너는 밀레시안이, 네가, 신이라고 생각해?"

  설우연의 다홍빛 눈동자에 미미한 깨달음이 스쳤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카즈윈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다른 이들의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가 낙원을 건설하고 실패하고, 거기에 어느 종족이 얽혀 어떤 저주를 받고 어느 종족인가는 멸족이 되고, 거기에 밀레시안이 에린을 구하든 말든, 그런 것은 하나도 상관이 없다. 그녀는 그때도 지금도,

  "아니. 난 신이 아니야."

  그거면 되었다. 카즈윈이 여즉 손에 든 설우연의 머리 끝에 입을 맞추었다.




* * *




  대 밀레시안 임무라는 것은 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를 때에 대비하여 밀레시안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두는 것이 맞았다.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아무리 바깥으로만 도는 카즈윈이라도 속사정을 꿰뚫고 있었다. 애초에 그는 무슨 일이든 한 발 떨어져 관찰하는 편이었기에 더욱 잘 보였다. 이번은 그 유들유들한 톨비쉬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설우연을 지키는 것은 자신이어야 했다.

  "카즈윈. 이래서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아벨린이 뾰족하게 말했다. 그녀는 기사 같지 않은 카즈윈을 향해 종종 저렇게 날을 세우곤 했는데, 카즈윈은 그렇기 때문에 아벨린을 신뢰했다. 물론 그것과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는 것은 별개였지만. 카즈윈이 입을 다물고 있자 아벨린이 한숨을 쉬었다.

  "조원들이 이번 임무의 중요성을 얼마나 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밀레시안에게만 집중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요."
  "그런 건 정보조에게 맡겨."
  "그 사람들은 더 중요한 업무가 있다는 걸 알면서!"

  아벨린은 높아진 목소리를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즈윈은 그러거나 말거나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설우연은 다시 수련을 하고 있을까. 어제 듣기로 그녀는, 반복적으로 기술을 사용하는 데에 조금 지친 모양이었다. 아벨린이 카즈윈의 주의를 끌기 위해 창틀을 톡톡 두드리고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저는 카즈윈을 믿습니다. 정확히는 카즈윈의 신성력을요. 그리고 이전에 보여줬던 통찰력도 잊지 않고 있죠. 지금까지는 카즈윈에게도 생각이 있을 거라고 다잡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제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주십시오. 우리는 밀레시안의 경계를 풀어두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필요 이상으로 마음을 줘서도 안 됩니다."

  아벨린은 훌륭한 기사다.

  "잊지 마세요. 그들 안에 어떤 힘이 잠재되어 있는지."

  하지만 아벨린. 이미 준 마음을 거두는 방법을 나는 몰라.




* * *




  그런 대화를 하고도 보고서에 쓸 내용은 별로 없었다. 어차피 필요한 내용은 기사단 내부에서 공유되었고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아벨린은 그저, 피네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까 자신이 걱정되었던 것일 뿐일 터였다. 카즈윈은 이멘 마하의 주점 뒤 벽에 기대 생각을 정리했다. 걱정이 된다. 걱정. 문양을 타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왔다. 카즈윈은 거기서 설우연을 발견하자마자 양해도 구하지 않고 허리를 낚아 챘다.

  "꺅! ……카즈윈?!"

  설우연이 그 작은 손에서 나오는 거라곤 생각도 못할 만큼 강한 악력으로 카즈윈의 팔을 쥐었다가, 익숙한 앰블럼을 보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카즈윈의 턱과 단단히 다물린 입이 보였다.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

  걱정. 말을 안 한다고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카즈윈이 성큼성큼 걸어 인적이 드문 골목을 지났다. 설우연은 눈만 깜빡이며 카즈윈의 팔에 매달려 있다가 부루퉁한 목소리를 냈다.

  "내가 아무리 가벼워도 이렇게 들면 엄청 불편하거든. 내려줘."

  카즈윈은 설우연의 눈썹 부근을 흘리듯 쳐다보고는 그녀를 가만히 내려놓았다. 설우연이 자, 하며 손을 내밀었다. 같이 걷자. 같이. 이전에도 카즈윈은 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혼자서 고민했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설우연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소중한 친구를 잃었을 것이었다. 카즈윈이 천천히 손을 겹쳐 잡았다. 가무잡잡하고 커다란 손과 희고 작은 손. 손바닥이 마주닿고, 손가락이 오므라들고, 손등을 감싼다. 같이.

  둘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영주성 안쪽의 작은 정원에 나란히 앉았다. 카즈윈은 이야기의 시작점을 찾아 잠깐 헤맸다. 설우연은 그런 그를 보채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너는 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네 안에 신의 힘이 깃든 건 사실이다."

  설우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즈윈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어렴풋이 짐작은 간다. 알반 기사단은 창조주 아튼 시미니의 뜻을 따르는 유서 깊은 비밀 결사단이다. 그의 뜻을 따르며 인간을 수호하는 신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안에는 에린을 파괴하고 새로이 그들의 세계를 건설하려 하는 키홀의 힘까지 들어 있다. 그렇기에 물었던 것일 테다. 신이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싶어서.

  "나는 앞으로 기사단에서 어떤 지침이 내려올지 몰라. 지금까지는 톨비쉬가 전면에 나서 밀레시안과의 협조를 이끌어 냈지만, 그렇다고 비밀 조직의 음습함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지. 나는, 나는……."

  카즈윈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여전히 손은 마주 잡은 채다.

  "나는 너를 배신할 수도 있어."
  "알고 있어."

  설우연이 해맑게 웃었다. 직접 보지 않아도 그 따스함이 닿았다.

  "밀레시안이란 그래. 우리는 여기가 따뜻해서 살고 있는데 주변에서 가만히 두질 않지. 누구든 다가오고, 동경하고, 실망하고, 배신해."

  카즈윈이 설우연의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설우연이 반대쪽 손을 가져와 그의 커다란 손 위에 얹었다. 카즈윈이 고개를 쳐들고 설우연의 눈을 쏘아보았다. 드물게 격한 음성이 터졌다.

  "내, 의도는 아니야."
  "……그래."
  "할 수만 있다면 아튼 시미니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도 남기지 않도록 네게 속한 칼리번을 빼앗고 싶다. 내 신성력을 모두 쏟아부어서라도 포워르의 흔적을 지우겠어. 그 누구도 네가 신의 자리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하게끔 네게 속한 모든 힘을 없앨 거야. 아무 것도, 너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아무도 널 경계하지 않도록."

  카즈윈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설우연의 표정에서는 아무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카즈윈은 그 안에서 한 톨의 다정함, 상냥함, 아니면 동정이라도, 그 작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다가 가만히 고개를 떨구었다. 부서질 듯 잡았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세상사 대부분은 말해도 소용이 없다. 돌이킬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는, 왜냐면 말에 담기는 건 허무한 욕심 뿐이니까. 그럼에도 굴러가기 시작한 실타래는 실이 다 풀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
  "할 수만 있다면."

  격한 감정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공허함. 무거운 침묵의 끝에 설우연이 작게 웃었다. 토닥토닥. 작은 손이 카즈윈의 힘빠진 손을 위로했다.

  "나는 신이 아니야."
  "……."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그런 의미가 아니다. 본인의 다짐과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카즈윈이 고개를 젓자 설우연이 혼내듯이 카즈윈의 손등을 찰싹 내리쳤다. 전혀 아프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없어. 카즈윈이 알반 기사단의 사정으로 날 만나지 못하거나, 혹은 날 상처입히게 된다고 해도, 너에게 나는 그저 인간일 거야."
  "……."
  "네가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그거면 됐어."

  해가 지는 이멘 마하. 아무도 찾지 않는 텅 빈 영주성의 작은 정원. 알 수 없는 끝은 투명한 호수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카즈윈이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출처 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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