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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한 현실, 근무와 인간관계에 치여 에린을 잊고 지냈다
하지만 그날 밤은 꼭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누워있으니 무언가 아득해지는 소리와 기계 마찰음들이 긁히듯이 들리더니 잠잠해지며 조용해졌다
쌉쌀한 풀 내음, 사각사각대며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 콰콰콰콰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 누워있는 내 머리카락과 귓가에 느껴지는 짧은 잔디풀의 간질거림...
순간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살에 천천히 눈을 뜬다
나는 에린 시간으로 5년만에 나타났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털썩하니 앉아서 주변을 두리번대려다가 내 손을 내려다 본다. 나이를 먹은건지 꽤나 작았을텐데 길쭉길쭉한 손가락과 다리 길이를 보며 한숨을 포옥 내쉬고는 가방에서 큰 옷을 꺼내서 대강 갈아입는다. 그나저나 여기 어디지?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코리브 계곡? 파란색의 잎사귀가 달린 나뭇잎이 춤을 추는 것이 보인다.
아 여기 아발론 게이트구나. 그제서야 주변을 다시 두리번대다가 높고 굳건하게 지어져있는 성곽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사실 몸을 일으켰지만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언제나 날 반겨주던 곳이지만 갑작스럽게 5년동안이나 종적을 감춰버린 무명의 밀레시안을 다시 반겨줄 정도로 그들이 대인배일까? 아니 우선적으로 견습기사들의 조장으로써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음에 책임을 지라고 하겠지.
“하아...어쩌지?”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폭포소리에 묻혔지만 작게 바스락대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앞을 본다.
“아 이런, 도망가기도 글렀네.”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해죽 웃어버린다, 눈앞에 지령을 마치고 돌아온 듯 한 모양세의 아벨린이 조원들을 데리고 돌아오는 길이었는지 걸어서 성곽을 들어가던중에 나랑 눈이 마주쳐 버린 것이다.
기사단의 규율은 엄격하다, 나는 당연하게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우선 나의 위치는 모두 박탈당해 있었기 때문에 복귀를 했다는 서류와 상부에서 지시사항이 떨어질때까지 기사단에서의 모든 활동과 수련, 그리고 기사단에서의 모든 정보수집을 금지하고 기사단 숙소에서 강제로 정리된 나의 짐들을 정리하라는 지시사항을 이행해야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꽤나 신선했던건...
“아벨린...”
아까 전 아발론의 폭포앞에서 멀리서 날 보고 굳어버린 아벨린이 나에게 미친 듯이 달려와 와락 안겨버렸던 것이다.
“아벨린?!”
나는 짐짓 빰이라도 맞을거 같아 눈을 질끈 감고 온 몸에 힘을 팍 주고 있었다가 당황해서 목소리가 삐끗하며 아벨린을 불렀다. 하지만 아벨린은 아무말도 하지않고 약간 부들대는 떨림이 있었지만 나에 품에 얌전히 안겨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달래가며 먼 발치에서 떨어져있던 그녀의 조원들을 불러서 그녀를 내 품에서 떨어질수있게 도왔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무말도 할 수 없어 가만히 그녀가 조원들과 성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단지 그녀의 곁에 조원으로 있던 알터가 없을 뿐이었다, 알터는 어디 간걸까?
멍하니 내 짐이 들어있는 박스들 앞에서 서있다가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뺨을 짝짝 두 번 치고는 장갑을 끼고 박스들을 마차에 옮기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아발론 게이트의 성곽 정문으로 들어가기에는 조원 아이들의 눈빛이 무서워져 성곽으로 들어가는 다른 문 앞에 알파카 마차를 세워두고 들어왔으니 조용히 나가기만 하면 될 것이다. 이미 아벨린한테는 들켰지만 복귀서류며 기타등등의 서류들은 다른곳에서 정리해서 부엉이 배달편으로 보내면 될 것이다.
“으으~ 방에 내 짐이 이렇게 많았나...”
박스의 수량이며 무게며 꽤나 든든하기 그지없다. 끙끙대며 짐을 옮겨 뒷문으로 나오는데 마차위에 누군가가 앉아있다. 앉아있던 자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흘끗 나를 돌아본다.
“카...”
“무?”
놀라서 짐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름을 입에서 꺼내기도 전에 나에게 평소처럼 이야기하는 카즈윈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아 좀 무겁네, 집도 좀 많고...”
“...”
그는 묵묵히 마차에서 일어나더니 내 손에 들린 박스를 마차에 대신 옮기고는 내 앞으로 다시 도르륵 돌아와 나를 빤히 바라본다.
“저게 끝?”
“아..아! 아니야! 짐 좀 더 있어, 숙소에 은근히 짐이 많았나봐.”
“가자.”
누가 누구의 짐을 꺼내는건지...나보다 앞장서서 내 짐이 있는 보안 창고로 걸어가는 카즈윈의 모습에 나는 다시 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 살았다!! 도와줘서 고마워 카즈윈.”
손을 탁탁 털고 기지개를 쭈욱 켜는 카즈윈을 보고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카즈윈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지?”
“음...글쎄?”
빤히 날 보는 눈빛에 나는 슬며시 시선을 돌린다. 선택받은 밀레시안의 말로는 언제나 똑같은 결말을 맞곤했다, 날 기억해주는 사람들은 멀리 떠나거나, 나를 잊어버리거나 둘중에 하나였지.
“뭐 어디던 간다면 자리를 잡겠지.”
나는 일부러 히죽 웃었다, 별로 우울해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즈윈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널 이렇게 보내게 두지 않아.”
“응?”
웃던 표정을 거두고 카즈윈을 바라본다. 그는 전에 피네를 걱정하던 그때의 모습처럼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의 그 누구도 널 그냥 보내지는 않을거다, 좋은 뜻이던 나쁜 뜻이던 말이지.”
“그래, 꽤나 많이 맞을 거 같은 기분이 들어.”
“그렇게만 생각하나?”
다시금 미간을 살짝 찌푸린 카즈윈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네가 그렇게까지 본인을 자책하는 것이 취미생활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카즈윈이 저벅저벅 걸어서 내 앞에 오자마자 와락 품에 안아버린다. 내 등 뒤로 날 껴안은 손이 날 꽉 잡는 것이 느껴진다.
“나도...”
카즈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단지 내 어께에 고개를 푹 숙여서 기댈 뿐이었다. 나는 갑작스럽고 우왁스럽게 안겨버려서 당황한 와중에 기댄상태 그대로의 카즈윈이 중얼거리듯이 말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네가 자리를 비웠음에도 그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을 생각해.”
그러고는 스르르 어께위에 살랑거렸던 머리카락이 간지럽게 떨어져 나가고, 내 등을 꽉 잡았던 손이 스르르 풀림을 느낀다,
“조원들은 한번 보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카즈윈이 원래의 멍한 모습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을 하더니 그대로 슉 사라져 버렸다.
아발론 게이트의 거대한 성, 그 정문을 가기위해 가로질러있는 다리를 저벅저벅 걷는다. 사실은 그렇게 긴 거리가 아니지만 너무나도 아득하게 느껴진다. 가고싶지않은 마음을 달래며 겨우 걸음을 옮겨 성 안으로 진입한다. 언제나처럼 내가 들어오면 돌아보단 로간과 카나가 먼저나를 본다. 그 둘의 눈이 커진다.
“조...조장님.”
“조장님!!!”
카나가 나에게 달려와 덥썩 품에 안긴다, 로간도 울먹대는 눈으로 다가와서는 어쩌지도 못하고 멍하니 날 바라보고 서있을 뿐이다.
“뭐라고? 조장ㅇ...”
카나의 소리지름에 먼발치에 있던 조원아이들이 하나둘 몰려온다. 나는 우선 품에 안겨있는 카나를 달래며 싱긋이 웃어보였다.
“미안, 내가 많이 늦었네.”
아이들은 그세 수련을 열심히 한 건지 자라서 그런건지 다들 약간씩 성숙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내 품에 안겨있는 카나도 매우 성숙해졌다.
“다들 소식이야 다 알거고 이제 나는 명령이 떨어질때까지 너희들과 못있겠지만 각자 다들 너무 잘하고 또 이렇게 멋있어졌으니까 잘해낼거라고 믿어.”
그동안 내가 잠적한 이유를 알릴수는 없기에 그럭저럭 좋은 말로 위장하여 말을 돌린다. 엘시는 이미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울먹댄다.
“조장님!”
“조장니임!!”
“나 너희랑 긴 시간 대화하는것도 상부에서 통제될 거야, 이만 가볼게.”
토닥토닥 카나를 달래고 엘시의 눈물을 닦아준다. 내 옷자락을 붙잡은 손들을 뿌리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대로 고개부터 돌리고는 발걸음을 움직인다.
“안녕.”
“조장!!!!”
나는 성문 주변 알파카 마차에 다다르자마자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흘끗 돌아본다. 타닥 나에게로 뛰어오는 발걸음이 들린다.
“디이다.”
“조장..”
가까이 다가오니 키가 완전 커졌다. 아까 다른 조원아이들과 모여있을때는 나에게 가까이 오지를 않아서 그냥 디이인가 했는데, 가까이 오니 지금은 내가 올려다봐야할 정도다. 얼굴도 꽤나 어른스러워져 지금 나를 보면서 짓는 진지한 표정이 오히려 적응이 안될 정도다.
“와 이제 디이 나보다 약간 작더니 키도 완전 커졌네.”
“조장 너무 태평하잖아~”
디이는 의외로 내가 평소처럼 이야기를 하자 예전 나의 조원이었을때처럼 힘을 풀은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히힛, 이게 내 강점이잖아.”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거지만.”
“응응, 나도 디이같은 셩향의 사람 좋아해.”
내가 배싯 웃으면서 디이에게 말을 하자 디이는 갑자기 표정이 진지해져버린다. 이 바보같은 녀석, 너 표정으로 뭔진 몰라도 뭔가 다 드러난다고.
“나는 사실 기다리고 있었어.”
“무엇을?”
“조장은 가끔 밀레시안의 원래의 일상을 무슨 무용담을 하듯이 나에게 해줬던 적이 있어서 사실 조장이 갑작스레 사라져버리고나서 내가 제일 동요하지 않았어, 나는 알고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나의 반응은 이 알반 기사단 안에서는 굉장히 건드려지는 요소가 되어버렸던 거 같았어.”
슬퍼보이는 표정을 지어보임에 나는 손을 뻗어 디이의 뺨을 어루 만진다. 내 손길에 살짝 움찔 하다가 내 손에 볼을 살짝 부비적 비비고는 말을 이어간다.
“나 기다리는건 잘 할수 있어, 게다가 조장의 일을 아는 나는 뭔가 적어도 신뢰받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지내니 나 그래도 힘낼수 있었어.”
나는 이 애한테 굉장히 큰 짐을 맏겨버린건가 하는 생각이 얼핏 스친다. 분명히 내가 사라지고나서 이 아이또한 상부의 취조에 굉장히 많이 불려갔을 것이다, 특히 아꼈던 조원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아이 의외의 포인트에서 입이 무거우니까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힘 많이 냈겠구나.”
“응 나 진짜 힘냈어. 근데...”
디이가 고개를 푹 숙이기에 나는 뺨에 대고있던 손을 스르르 떼어낸다. 하지만 얼마못가 천천히 움직이는 내 손이 덥썩 잡혀버린다.
“근데 말이야 조장...정말 정말로...”
스르륵 내 손을 잡은 커다란 손이 내 손목을 따라 팔로 미끄러지듯이 쓸며 올라가다 내 어께를 확 잡고는 끌어당긴다. 나는 디이의 가슴팍에 얼굴을 푹 묻어버리게 되었다.
“정말로 보고싶었어, 당신이 없는 이 기사단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 하루하루가 너무 싫어서 나는 그 평범한 일상을 거절했었어. 마음이 너무 아파 찢어지는거 같았어.”
내가 정말 소중하다는 듯이 안고있는 이 여린 아이는 키와 외형만 어른스러워졌지 속내는 나의 조원일때의 그 모습이구나 하고 느낀다. 그때도 지금처럼 마음이 여렸지.
“디이야...”
“조장, 사실 많은 사람들이 힘냈어. 나도 작지만 그 힘을 보탰었거든. 우리는 당신을 이대로 보내지 않아, 아니 적어도 나는...나는 못보내.”
이 어린아이가 힘을 냈다고 하며 나를 마음을 울린다. 나는 조용하게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가만히 느끼고 있었다. 내가 우는 것이 느껴진건지 디이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한손으로 내 눈의 눈물을 닦아낸다.
“아핫, 조장 뺨 말랑말랑하다.”
디이는 실없는 말을 하면서 약간 일그러지듯이 웃어보인다. 그 모습이 너무 아파서 나도 웃어보인다, 눈에서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내 눈물을 훔쳐낸 손이 내 볼을 스치고 가볍게 내 입술에 닿는다. 내 턱을 가볍게 끌어내고 디이는 나에게 꽤나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키스를 한다, 내가 숨이 부족하지 않게 꽤나 매너 있는 입맞춤이었다. 한참의 키스 후 디이는 작게 소근거렸다.
“기다릴께.”
마차를 천천히 움직이고 아발론 게이트를 나선다. 박스 위에 올려져있는 많은 서류들을 꺼내 천천히 마차를 움직이면서 서류들을 훑는다. 기사단 내의 중요자료들은 파기 된 듯 중간중간 뭔지 알수 없는 공백이 있다. 그러나 그 서류들 중에서도 뒤통수가 아플정도로 충격적인 서류가 하나 있었다.
“알터가 기사단 수용소?!”
어떠한 이유인지는 기사단 내부 사정이라는건지 나와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터가 수용소에 들어가있다는 것이 극비 사항일텐데 이 서류가 나에게 왔다.
“나 때문이야...”
구깃하고 양피지가 구겨진다. 나는 굳어버린 표정으로 더 이상 마차를 움직일수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건지 알길이 없음에 혼란스러움과 죄책감으로 속이 뒤섞인다. 뭔지 모르지만 이건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일 것이다. 이 서류는 아마 이 죄책감을 위한 상부의 지시사항일 것이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밀레시안이라는 이 자리가 이렇게 깊고 무겁다.
순간 나는 아직 벗어나지 못한 스카하 해변가의 수정골램이 뛰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매우 가까이 다가와서 내 마차를 밟으려고 할 때 이것이 다가왔다는걸 눈치챈다.
“아..”
교통사고가 나듯이 그 광경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진다. 그리고 순간 내 주변으로 파핫! 하고 실드가 쳐진다. 실드가 쳐져서 깜짝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니 골램은 죽어있었다. 그 옆에는 머리까지 뒤덮힌 로브를 입은 사람이 커다란 검을 들고서 서 있었다.
“미쳤습니까?!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다고 사냥실력과 그 반사신경도 다 죽은 겁니까? 아니면 그냥 죽고싶었나요? 아아 아니지 불로불사의 밀레시안이 죽는다니 말이 안되니까 이 목숨정도야~ 하고 있었습니까? 그렇게 최악인 사람이었나요?!”
“아..아하하 안녕 톨비쉬.”
“아하하? 웃음이 나옵니까, 지금? 당신 지금 죽을ㅃ...!!”
“고마워.”
나는 톨비쉬가 나에게서 좋아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안다.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까지 화낼 위인이 아니다. 게다가 고맙다는 말까지 추가한다면 아마 더 이상 화는 못내겠지.
“으..읏! 밀레시안님 야비하십니다.”
“그만큼 내가 널 잘 아니까.”
톨비쉬는 흥분했던 감정을 추스르려는건지 길게 숨을 내쉬고 들이쉰다. 하긴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톨비쉬의 화난 모습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마차를 운전하실때는 마차에만 신경쓰십시오, 다른짓을 하니까 앞에 뭐가 있는지도 못보고 막 가는거 아닙니까.”
하면서 내 옆자리의 서류뭉치들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털썩 앉고는 내 손에 가볍게 들려있던 고삐를 잡는다. 알파카 마차라서 자리가 넓지는 않아서 톨비쉬와 꽤나 밀착하는 자세가 되었다.
“마침 사복상태여서 다행이군요, 갑옷 상태였으면 매우 위험했겠습니다.”
“그러게.”
“목적지는 정하셨습니까?”
“음 우선 숙소를 못정했으니까 티르코네일로 가야지.”
고삐줄을 팽팽히 잡은 톨비쉬의 손길에 다각다각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톨비쉬.”
“말씀하세요.”
“알터는 잘 지내?”
흠칫하고는 마차가 멈춘다. 톨비쉬는 그제서야 내 얼굴을 보고는 내 뺨에 손을 가져다 댄다.
“보신겁니까?”
“다는 모르지만 나한테도 알터가 수용소에 있다는 전보같은 짧은 서류가 있더라고. 그건 나로인해서...”
“밀레시안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면 나한테 우편이 왔을 리가 없잖아.”
나는 배싯 웃으면서 말을 했고 톨비쉬는 썩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 표정을 보아하니 일이 나 때문에 일어난건 맞는가보다.
“밀레시안님이 사라지고 1년이 조금 더 지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갑자기 알터가 저에게 무기를 겨누고는 밀레시안님의 행방에 대해 묻더군요, 당신이라면 다 알고 있잖아! 하는 소리를 지르며 말이죠.”
나는 어떤 상황인지 갑작스럽게 상상이 가버렸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톨비쉬의 말을 경청했다.
“그대로...알터의 사도화가 진행되려고 했습니다. 아벨린과 카즈윈이 아니었으면 그대로 이 게이트 안 자체가 통째로 날아갈 뻔했죠.”
“사도..화?”
“몸의 변형까지 일어났다가 멈췄었습니다. 아마 그 휴유증으로 몸에 흔적이 남았을겁니다. 거의 수용소또한 그것의 치료와 사도변형의 실험 목적으로 간 것이 주 목적이죠.”
“실험? 안그래도 마음약한 애한테 실험까지?!”
“큰일을 당한건 아니고 단순한 조직검사같은 것을 한거로 압니다. 딱히 더 감춰둔 자료는 없어보이니 걱정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빨개진 눈가로 톨비쉬의 손이 가볍게 쓸며 지나간다. 그 손길에 살짝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슬슬 넘어가야지 나나 너나 둘다 쉴거 같은데.”
“그러게요 해가 지는군요.”
톨비쉬는 느슨하게 잡고있던 고삐를 그러쥐었고, 그렇게 노을이 지는 스카하 해변지를 천천히 지나고 있었다.
“고마워, 덕분에 편하게 왔다.”
티르코네일의 여관앞에 도착하니 시간이 꽤 지나서 밤이 되어 있었다. 여관의 뒤쪽 마차보관소에 짐과 마차를 옮기고는 여관방을 하나 빌리고 티르코네일의 깜깜한 길을 천천히 산책을 하게 되었다.
“톨비쉬 오늘은 임무가 없어?”
“저는 밀레시안님이 오셨을땐 밀레시안님이 임무니까요.”
낮부끄러운소리 잘도하는건 그대로구나 하고 고개 돌려 시선을 회피하고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그동안 큰 일은 없었어?”
“밀레시안님이 없어서 큰일이었습니다.”
“아아...미안해. 내가 조원아이들도 챙기지 못하고...”
“아뇨, 제가 큰일이었습니다.”
옆에 같이 걷던 톨비쉬가 내 손을 홱 잡는다. 그대로 내 손등과 손바닥에 입을 맞추며 말한다.
“날 여기에 두고 가서 즐거웠나요?”
“내가 사는 곳은 여기처럼 즐거운 곳이 아니야.”
“즐거운곳이 아니라면 이곳에 있어요.”
“나도 그러고싶어.”
나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내 손등에 계속 쪽쪽대는 톨비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어두운 밤에 녹아들어서 끈적하고 손에 느껴지는 입술의 뜨거운 온도를 느끼고 있자니 선선한 밤 온도가 더워지는 느낌이다. 내 손에 입술은 댄 채로 나와 눈이 마주친 톨비쉬는 묘하게 야한 표정으로 웃고있었다.
“싫으십니까?”
“아니 이제 나는 예전의 밀레시안으로 돌아간거나 다름없으니까 이제 이렇게 같이 만나서 길을 걷거나 하지도 못하겠지.”
“아..그렇게 되려나요? 예전에 저는 밀레시안님을 먼발치에 감시하는 것이 임무중에 하나였으니까요.”
“응, 그래서 그냥 열심히 톨비쉬 구경중이었어. 이렇게 깎아놓은거같은 얼굴을 이제 언제 보나~ 싶어서.”
“흐응~ 밀레시안님은...”
톨비쉬가 내 손에서 입술을 떼고 더욱 더 내 손을 꽉 잡는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그렇게 저랑 헤어지고 싶으신건가요?”
“아니, 그런뜻으로 말한건 아니야.”
“그럼?”
“아쉬우니까.”
“그러면 제가 이렇게 쉽게 밀레시안님을 놔줄거 같습니까?”
그렇게 말을 하자마자 나는 한손이 잡힌 그대로 톨비쉬에게 이끌려 안겨버렸다.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톨비쉬는 입을 열었다.
“나는 자제심이 정말 부족한 사람입니다. 착하게 기다리는거 나는 못해! 내가 얼마나 당신의 자리를 유지할수 있도록 노력을 했는데 이렇게 사라지게 할수 있을거 같아?!”
“토..톨비쉬 좀 진정해봐.”
“당신은 돌아올 거야, 올 수밖에 없게 내가 만들꺼고!! 만일 그것이 정말 안된다고 한다면...”
톨비쉬는 잡혀있지않던 다른 손까지 잡아 들고서는 두 손을 꼭 잡는다.
“나랑 결혼해.”
“응?”
나는 그의 진지한 얼굴에 이 황당한 답변을 듣고는 갑자기 푸흡 웃음이 터져버렸다.
“푸하하하하하하!”
“밀레시안님 왜웃으시는거죠! 저 진지한데요!!”
약간 화가났다는 투의 톨비쉬의 어투 때문에 나는 더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톨비쉬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내 두 손을 잡은 손은 놓질 않았다.
“하아~ 실컷 웃었다~”
“실컷 웃으신거 같네요.”
톨비쉬의 화가났었던 표정은 약간 부루퉁한 표정으로 변했다, 오늘따라 표정이 다체롭다. 나는 숨을 한번 고르고서는 입을 연다
“‘기사단원들은 연애와 결혼이 금지입니다, 자신이 지켜야할 대상이 자신의 가족들로 변해버리기 때문이지요’ 라고 말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아 그건...”
나는 쩔쩔매는 톨비쉬의 표정을 보고는 빙긋이 웃으며 말한다.
“복귀될수 있으면 좋겠네~ 나도 조원아이들 두고 그냥 가고싶지도 않고, 사실 갑작스레 못오게 되어서 밀린 여러 가지 일들을 다 처리하고 싶었거든. 말로만 담을 수 있는 사과를 하기보단 나의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 더 올바른 사과라고 생각했어.”
쩔쩔매던 표정이 한결 풀어진 체로 나를 바라보는 톨비쉬의 모습에 나는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나같은 무명의 밀레시안을 위해 힘내줘서 고마워, 나의 자리를 비워두어 언제나 내가 돌아와도 그 자리로 돌아올수 있도록 애써줘서 고마워. 나 그동안은 모든일들이 마무리가 되면 언제나 잊혀지는 존재였거든. 사실 이번에도 내가 잊혀지는것에 당연하게 생각을하고 에린으로 돌아온거 같아. 근데...이런 나를...”
나는 갑작스럽게 눈앞이 희뿌옇게 변한다. 톨비쉬의 조각같은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나를...기억해줘서 고마워.”
그렁그렁한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흐른다, 주책맞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내가 잊혀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줌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톨비쉬는 손은 그대로 잡은 체로 이런 내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내 이마에 본인의 이마를 톡 기대고는 중얼거린다.
“당신은 내가 예전부터 지켜봐야했던 임무의 대상이자, 저와 함께 전투를 한 나의 동료이며, 이제는 저의 매우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절대 혼자 두지 않아, 저는 언제나 당신의 곁에서 있겠습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내 입술위에 가볍게 쪽쪽 입을 맞추다 진하게 키스한다.
나는 그 키스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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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나름 열심히 글썼네요, 저의 최애 엔피씨들은 아직도 건제합니다!! 든든하당!!
요즘 글로 작성할때의 카즈윈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넘나 좋습니다!
제 취향에서 메인스트림에서는 넘나 별로지만...큰일이양...글에서 넘나 매력터졋...
디이는 역시 짠내 디이죠^ㅅ^ 제가 사실 디이를 울리는것을 매우 좋아하지만..
이번글에서는 5년의 텀이 있고, 조금 성숙해진 모습을 좀 더 그려보고 싶었답니다!! 디이야!! 뉸나가 애껴!!!
그리고 우리의 톨비쉬는 흐으...
역시 달달한게 좋죠, 이번 글에서는 최대한 스퀸십을 없애보려고 했습니다.
사실 약간 본인의 감정이 제어가 안되서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톨비쉬가 보고싶었거든요.
언제나 생글거리며 속내를 알수없는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5년의 공백이 톨비쉬를 조금 밀레시안에게 미쳐버리게? 만들었다는 설정? 으로요
뭔가 약간 화만내는 캐릭터가 된 기분이에요, 땡깡부리는거같기도 하고...ㅋㅋ
그러면 글쓴이는 내일은 출근을...흡...해야하므로ㅠㅠㅠㅠㅠㅠ
이만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오타나 문장의 흐름이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모두모두 기사단에 파묻히는 쫀밤되세요!!ㅇㅂㅇ)//
p.s 모바일 분들은 꼬릿말이 추가로 있으니 한번 취향타신다면 확인 해보세요
출처 | 이틀 연속 휴무 넘나 좋은것 작성자 이틀동안 매우 기분 좋았다고 합니다^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