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모님들 중에 아이들의 건강보다 출석이 우선이고 성적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더라구여...
몇주 째 보건교사 교생실습을 하는데..
진짜 병원에 가서 입원하고 정밀검진을 받아봐야 할 정도 심각한 아이들이 가끔씩 오거든요.
저번에 어떤 학생은 구토를 어제 저녁부터 아침까지 12번이 넘도록 하고 오전에 보건실로 왔는데 체온이 39도로 측정되더라구요.
이 정도 쯤 되면 장염은 물론 탈수의 위험도 있을 뿐더러 체온이 39도를 넘으면 혼수상태 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서,
부모님께 전화해서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이미 아이의 상태를 알고 있더군요.
그리고선 아파도 공부는 해야하니 무조건 7교시 정규수업까지 끝마치고 나서 그 때 다시 전화하라고 하셨어요.. ㅎㅎ
본인 자녀는 지금 너무 아파서 배를 움켜쥐고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데 말이죠...
전교 10등 안에 드는 학생이라고 하던데, 어머님께서 평소에도 성적관리를 엄하게 하신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저 상태 6시간을 버티는 건 말도 안되는데, 일단 병원을 가려면 부모님의 동의가 있어야해서..
어쩔 수 없이 그 학생은 보건실에 1시간 동안 쉬다 갔죠. 저는 그정도로 아파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안쓰러워 보이더라구요 ㅜㅜ
그리고 이번에는 저번 주에 왔을 땐 귀에서 이명이 들린다고 호소했던 학생이 보건실에 방문해서,
이번에는 이상한 사람 목소리가 자꾸 들린다고 하더군요. 누가 자꾸 옆에서 살려달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듣기 괴로운지 자꾸 귀를 막으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데, 일단은 부모님께 말해봤다고 물어봤더니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스트레스 받아서
잠깐 그러는 것 뿐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전부였다고 했어요.
근데 이명을 넘어서 사람목소리와 같은 환청이 들린다면 이건 심한 경우 정신분열병도 생각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거든요. 당장 병원으로 가봐야 할
상황인데, 부모님들 눈에는 이러한 것들이 공부보다 우선순위에 놓여있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그러다가 정말 아이에게 심각한 정신장애라도 온다면 돌이킬 수 없을텐데... 이건 진짜 안전불감증을 넘어서 자녀건강불감증인 것 같아요 ㅜㅜ
부모님들 너무 애들한테 공부만 시키지 마시고 가끔씩 요즘 아픈 곳은 있는지, 고민거리는 있는지, 정신적으로 힘든 점은 있는지 상담도 해주세요...
생각보다 고등학교에는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서..
제발 아이들의 성적에 대한 관심보다는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ㅜㅜ
이상 실습하면서 느낀 것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