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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그리고 물먹는 리니지 이야기(조선 펌)
게시물ID : humorbest_1416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54671;^^
추천 : 32
조회수 : 2889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6/08/22 14:52:52
원본글 작성시간 : 2006/08/21 12:39:09
새벽 1시 44분, 바다이야기엔 빈 자리가 없다

 

일요일(20일) 새벽 1시 30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주변 성인게임장. 

 

“처음 왔는데요...”

 

100여개에 달하는 ‘바다이야기’ 게임기 앞에 사람들을 보면서 카운터에 앉아 있는 관리부장에게 말을 걸었다.

 

“저희 직원이 설명해 드릴겁니다.” 관리부장이 갓 20살 정도로 보이는 직원을 불러 안내하라고 말했다. 빈 자리가 좀 있어 앉으려고 했다. 그러나 직원이 막는다. 자리에는 사람 대신 돈과 상품권이 앉아 있었다. 돈과 상품권을 접어 기계 모니터 앞에 끼워 놓은 것이다. 한 사람이 이런 식으로 여러 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빈 자리가 아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것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부터 50줄로 보이는 초로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가 가장 많아 보였다. 종업원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 갔지만 정말 빈 자리가 없다. 

 

종업원이 양복을 입은 40대 남자와 다투기 시작했다. 자리를 좀 비워달라고 한 것 같다. 20대 여자 관리직원이 달려와 종업원을 꾸짖는다. 자리가 빌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일단 게임장에서 나왔다. 문을 열고 나와 시계를 보니 1시 44분. 주말이라 밤새 이런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보다 더 쉬울 순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게임

 

같은 날 오전 9시 45분 다시 같은 게임장을 찾았다. 이번엔 게임기 앞에 앉을 수 있었다. 게임방법 설명은 불과 몇 초 만에 끝났다. 

 

“만원짜리 넣으시면 됩니다.” 

 

만원을 넣자 기계가 위에서 코인을 뿌리기 시작했다. 하나가 100원이다. 그 코인이 마치 핀볼 게임처럼 여기저기 튀다가 결국 아래로 내려 온다. 아래는 물고기, 성게, 불가사리, 보물상자 등 다양한 그림이 줄을 지어 지나가고 있었다. 코인이 그림을 건드리면 그에 해당하는 동작이 벌어진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래 있는 슬롯머신과 같은 형태의 기계다. 흔히 말하는 빠징코 기계다. 위에 떨어진 동전이 스핀에 해당하는 그림을 건드리면 이 슬롯머신이 움직인다. 바(Bar) 혹은 세븐 등이 돌아가고 같은 그림이 같은 줄에 서면 돈이 쌓인다. 2만점이 쌓이면 5000원짜리 문화 상품권 4장을 기계가 아래로 뱉어낸다. 

 

단추는 딱 3개. 아예 가운데 시작 버튼 위엔 라이타가 올라가 있었다. 말하자면 늘 시작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시작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약 3초마다 코인이 하나씩 떨어진다. 3초 안에 떨어지면 불법이라니 3초는 넘을 것이다. 약 3초당 100원, 1분이면 대략 2000원이 사라진다. 만원은 약 5분 버틸 수 있다. 

 

사람이 할 일은 없다. 돈을 넣고 담배를 피거나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면 그만이다. 옆에는 기계 몇대에 계속 돈을 넣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2만원을 넣을 때까지 딴 점수는 3000점쯤. 이딴 걸 누가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 갑자기 어렸을 때 '무도장'에서 많이 듣던 런던보이스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2만점이 터졌다. 터지기 시작하자 정신이 없었다. 

 

기계 하나가 하루 240만원 먹어 삼킬 수도

 

한참 노래가 나오는 동안에도 100원짜리 동전은 계속 떨어졌다. 깡패는 몰려다닌다. 한번 터지자 잇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5000점, 3000점, 다시 2만이 현금 2만원이 다 떨어질 때까지 나왔다. 기계가 계속 상품권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종업원을 불러 짜증을 낸다.

 

“67번은 12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안 터졌어.” 아마 그 사람은 고래나 상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상어 고래가 나왔을 때는 200만원 이상이 터지기도 한다고 한다. 그는 왔다갔다하면서 기계 3대에 계속 돈을 넣고 있었다. 말하자면 바다에 그물을 쳐 놓고 고기가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쉬지 않고 계속 했다면 수백만원을 넣었다는 이야기다.  

 

이 가게로 들어 오는 현금이 하루 얼마일까 계산해 봤다. 100여대에 달하는 기계가 1시간에 대략 10만원을 거두어 들인다. 기계가 100대, 거의 24시간을 쉬지 않고 돌아간다. 이 가계 하루 매출은 2000만원이 넘는다. 순익은 얼마일까? 손님에겐 운이지만 주인에겐 확률이다. 확률은 알 수 없다. 

 

있던 현금 5만원을 다 넣고 나서 종업원을 불렀다. 5000원짜리 상품권 24장을 돈으로 좀 바꿔 달라고 했다. 

 

“바꿔 드릴 수 없습니다. 저흰 그냥 아르바이트예요.” 

 

카운터로 갔다. “이렇게 빨리 현금이 떨어지는 건 몰랐어요.” 

 

“그런 말씀 많이 하세요.” 현금으로 바꾸어 달라고 말하자 “큰일 난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럼 어디서 바꿀 수 있나요?” 

 

“저흰 아무것도 몰라요.” 

 

현금이 모자라서 게임장 문을 열고 나온 시간이 10시 28분이었다. 실제로 게임을 한 시간은 불과 30분. 쓴 현금은 5만원. 대신 손에 들고 나온 상품권 액면가 합계는 12만원. 처음이라 몰라서 사람을 찾지 못한 것 뿐일 것이다.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 것이 틀림없다. 보통은 가게 주변에 환전소가 있는 모양인데 어디에 박혀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바다이야기에 빠져 고생하는 리니지

 

한 게임업체 사장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엔씨소프트가 “바다이야기에 빠져 물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분기 5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2001년 미국의 천재 게임개발자인 게리엇 형제를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영입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적자는 투자의 결과였다.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고, 장부책은 빨간 색이라도 내용은 튼실했다.

 

그러나 이번 적자는 다르다. 빨간 책 안쪽에도 빨간 내용이 들어 있다. 왜 엔씨가 적자를 냈을까? 회사측 설명은 신규 게임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미, 유럽 등에서 출시했던 신작게임 ‘오토어썰트’의 판매 부진에 따라 관련비용 126억원을 한꺼번에 장부에 반영했다. 

 

그러나 게임업계에선 바다이야기가 엔씨소프트를 망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한 1년전쯤 길거리에 바다이야기란 간판이 계속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횟집인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날 성인 오락실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황금성, 파라다이스 같은 바다이야기와 견줄만한 체인점도 생겼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8조7000억원 규모의 국내전체게임시장 중 성인용 게임 중심의 아케이드게임장이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매출규모는 1조1600억원. 한해 동안 무려 300% 이상 성장했다. 바다이야기는 전국에 1만개 이상이 있다고 한다. 황금성이나 파라다이스도 비슷한 숫자다. 

 

등록된 성인오락실은 1만5000개, 성인PC방은 4000개가 넘는다. PC방으로 위장한 곳까지 합치면 도박장은 3만개가 넘는다. 성인오락실엔 나이 지긋한 노인부터 정말 성인인지 의심스러운 대학생들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바다이야기를 운영하는 업체의 현직 팀장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리니지와 바다이야기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이 피시방에서 리니지와 리니지2를 한다. 많은 사람이 성인오락실에서 바다이야기를 한다. 둘 다 중독성이 있다. 게임에서 얻은 것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 게임 아이템은 불법이라지만 팔 수 있다. 성인게임방에서 받은 상품권은 리니지보다 더 현금화가 쉽다. 또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며 게임기를 여러대 돌리며 즐길 수 있다. 

 

결국 두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비슷한 성향과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이고, 상당수 중복이 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누군가 물었다. 그런데 왜 바다이야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적었냐고. 평범한 사람들은 리니지나 바다이야기에 중독 당하기 힘들다. 일단 밤새 게임을 해도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물론 바다이야기 쪽이 더 도박성이 강하다. 바다이야기를 하면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가장 단순한 내기인 홀짝 맞추기 놀이를 해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게임은 생각을 할 여지가 없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예전에는 리니지를 했지만 지금은 바다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리니지는 이제 10살을 바라본다. 20살에 시작한 대학생들이 30살을 바라본다. 실증이 날 때도 됐다.

 

리니지가 주력인 엔씨소프트 입장에선 바다에 빠진 셈이다. 새로 만든 다른 게임이 받쳐 주어야 하지만 리니지 시리즈와 맞먹을 그런 대박은 터지지 않았다. 올해 초 엔씨포스트의 경쟁업체인 넥슨 내부 연락망에 이상한 문서가 떴다. ‘엔씨소프트 리니지가 이상하다’는 내용이었다. 피시방 점유율이 점차 떨어진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피시방은 줄고 있고, 그 안에서 리니지를 하는 사람 숫자도 줄어든다. 사람들은 점차 더 단순하고 더 도박에 가까운 게임을 한다. 이른바 연신내 로데오 거리 200여미터를 걸어다니다 본 비슷한 성인게임업소가 6개였다. 

 

백강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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