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는 왜 국민여동생이 되는데 실패했을까
한밤의연예가섹션 2013/02/14 10:25 | 인물과 논쟁
제2의 김연아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김연아’에 가장 근접한 인물을 꼽으라면 리듬체조의 요정으로 불리는 손연재일 것이다. 손연재는 깜찍하고 귀여운 얼굴로 단숨에 주목을 받으며 각종 광고에 출연하고 숱한 화제를 몰고 왔다.
지금도 그의 주목도는 김연아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연예인이 아님에도 졸업사진까지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하는 선수는 드물다. 손연재는 그렇게 스포츠 스타의 자리에 매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손연재의 스타성은 김연아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김연아의 경우, 김연아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피겨 볼모지에서 나온 피겨 천재라는 이미지와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강력한 실력이 결합되어 대중들의 관심의 중심에 섰다. 김연아의 인기는 물론 김연아의 외모에서도 기인했지만 피겨라는 종목에서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힘든 인물이라는 희소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실력과 외모, 희소성이라는 삼박자가 고루 갖춰졌을 대 김연아가 갖는 스타성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수많은 광고가 쏟아졌고 그의 행보가 모두 주목받기에 이르렀다. 모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님을 상기해 볼 때 김연아의 경우 역시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라 불릴 만하다. 그러나 이런 관심은 어디까지나 김연아가 ‘현역 피겨 스케이트 선수’로서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손연재의 경우는 이와는 다르다.
손연재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큰 대회에서 받은 실적과 성적보다는 그의 예쁜 외모와 광고에 더 그 비중이 쏠린다. 마치 스포츠 스타가 소비되는 방식보다는 아이돌 가수가 소비되는 방식과 더 가깝다. 물론 손연재는 스포츠 스타로서는 드물게 귀엽고 깜찍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웬만한 아이돌 가수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그 외모만큼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손연재는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성적만이 스포츠 스타를 탄생시키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 러시아 출신의 테니스 선수 안나 쿠르니코바는 단식에서 단 한차례도 우승한 적이 없지만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었다. 그는 테니스 실력보다는 관능적인 외모와 스타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테니스 선수를 은퇴하고도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자신의 외모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펼친 스포츠 스타였다.
손연재도 예쁘고 귀여운 외모로 주목을 받은 경우기 때문에 이 둘의 행보는 얼핏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손연재는 안나 쿠르니코바와는 약간 다른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안나 쿠르니코바는 대중이 먼저 그를 발견하고 주목한 케이스다. 테니스의 인기와 더불어 그가 단식에서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자 대중들은 그의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관심은 자연스레 테니스에 대한 인기로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상 손연재의 인기는 대중에 의해 발견되고 탄생된 것이라기보다는 꾸준한 기삿거리와 광고등의 노출에 더 큰 빚을 지고 있다. 안나 쿠르니코바는 자신의 인기로 인해 테니스에 대한 관심역시 증가시켰지만 사실상 손연재로 인해 리듬체조에 대한 주목도나 인기가 올라갔다고 보기도 힘들다. 세계적인 관심은 물론, 손연재가 그토록 인기있다는 한국에서도 리듬체조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미미하다.
손연재에 관해 쏟아지는 기사만 보더라도 손연재가 대중에게 관심을 끄는 방식을 알 수 있다. 손연재는 훈련이나 성적에 관련된 기사보다는 행사나 출국, 광고촬영과 같은 소재에 머물러 있다. 손연재가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경우는 B급 대회거나 아시안 게임 정도다. 올림픽 같은 경우도 5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국가별 쿼터제로 한국가 당 두 명 이상 참가할 수 없다는 규칙이 강력히 도움 됐다.
손연재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배출한 리듬선수들 중에는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열에 든 선수라고 볼 수는 없다. 더군다나 리듬체조 선수는 스무 살이 넘어서면 선수로서의 생명력도 하향세에 접어든다. 리듬체조의 여제로 불리는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카나예바가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은 그의 나이 우리 나이로 갓 스무 살도 채 되지 않던 때였다. 그리고 그가 올림픽 2연패를 한 뒤 은퇴를 선언한 것은 우리 나이로 갓 23살이 되었던 해다. 그렇게 따져보면 이제 스무 살이 된 손연재는 이미 완성된 형태의 리듬체조 선수인 것이다. 더 이상 발전할 가능성은 적다. 나이가 들면서 유연성이나 지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리듬체조 자체도 세계적으로 폭발력을 자랑하는 인기 종목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피겨 스케이팅처럼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기 보다는 단순한 올림픽 종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예전에는 스포츠라기 보다는 레크레이션이란 형태로 더 즐기기도 했다. 안나쿠르니코바처럼 테니스에 대한 인기를 타고 급상승한 선수와는 달리 손연재에 대한 관심이 리듬체조로 인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것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성적에 대한 꾸준한 성과를 내기 힘든 손연재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된 언론의 버프가 필요하다.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라는 무기만으로 ‘운동선수’ 보다는 ‘연예인’에 가까운 취급을해야만 눈에 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들의 관심은 불러일으키
는 기폭제가 되는 동시에 대중들의 반감을 사는 행동이 되고 말았다.
자연스럽지 못한 인기는 단순히 더욱 큰 화젯거리를 만들기 위한 언론플레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손연재에 대한 관심과 인기역시 증가하지만 그런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들보다 손연재가 더 주목받고 꾸준한 기사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것은 대중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손연재가 가진 스타성을 부풀리려는 전략에 불과하다. 인기를 이용해 광고를 찍고 행사를 참여하는 것은 좋지만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미묘한 상황을 연출하는 손연재를 대중들은 스포츠 스타로 대해야 하는지 연예인으로 대우해야 하는지 헷갈리기만 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해야 하는 일은 확실히 해 놓은 다음에 하는 부수적인 일들은 인정하기 쉽지만 자신의 분야를 등한시한 채, 오로지 잿밥에만 관심 있는 모습은 긍정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리듬체조 선수’인 것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은 얼핏 이중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약 그가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런 이미지 메이킹은 잘못되어도 한 참 잘못된 형태다. 스포츠 스타로서의 매력이 부족하니 결국 외모와 광고만으로 그 매력을 대체 하려는 것이다.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형태에 불과하다. 지금은 반짝인기가 있을 수 있지만 선수의 장래를 생각해 봤을 때도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그는 과연 스포츠 스타인가, 아니면 연예인인가 하는 의문만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대중의 수요가 있었던 선수와 대중의 수요보다는 부풀리고 과장된 허울로 유지되는 선수는 차이가 있다. 대중이 진정으로 환호하고 인정한 경우라면 손연재가 그의 주장처럼 국민여동생이 못될 것도 없다. 그러나 손연재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자연스럽기 보다는 만들어지고 가공된 느낌이 짙다. 이런 상황에서 손연재를 국민여동생으로 강요하는 언론플레이는 대중들의 차가운 시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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