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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 거룩한 밤.
게시물ID : love_399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lrone
추천 : 0
조회수 : 2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2/25 01: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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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책상을 등지고 앉아 남자는 책을 읽고 있었다. 의자의 팔걸이에 걸쳐져 비스듬히 세워진 한쪽 팔에는 삼분의 일쯤 뒤로 접혀진 문고본 책이 들려있었고, 남자의 어깨너머에서 불을 밝힌 스탠드는 막 넘긴 한 페이지를 노랗게 밝히고 있었다. 까만 밤하늘 아래로 점점이 멀어지는 창밖의 도시는 고요했다. 창문의 한쪽 벽으로 가로놓인 침대 위로 여자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가지런한 여자의 숨소리, 조심스레 넘겨지는 페이지 소리, 그때마다 미세하게 삐걱거리는 팔걸이 소리와 함께 이따금 웅웅거리는 보일러 소리가 벽체를 타고 방안으로 흘러들었다.
 
책을 반대편 손으로 옮기고 얼마 있지 않아 여자의 뒤척임이 들려왔다. 남자는 책을 내려놓고 여자를 지켜보았다. 베게에 한쪽 볼을 파묻은 여자의 얼굴은 까만 머리카락에 가려져 한쪽 눈과 콧등만 보였을 뿐이었다. 남자는 길다란 속눈썹위로 무성히 드리운 눈썹과 부드럽게 솟은 콧등 아래로 얌전히 다물었을 그녀의 입술 모양을 그려보았다. 곧, 여자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 어때 좀 괜찮아?
남자가 물었다.
여자는 대답 대신 이불속에서 손을 뻗었다. 남자는 다가가 침대에 걸터앉아 여자의 손을 잡았다.
- 미안... 나 때문에 휴일을 망쳤네.
여자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가 입가의 머리카락을 걷어내자 여자가 입술을 내밀었다. 남자는 입을 맞추고 여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여자는 다시 눈을 감았다.
- 마침 휴일에 딱 맞춰서 이렇게 아프니 얼마나 다행이야. 아주 이쁜 짓을 한거야.
남자가 말했다.
- 놀리는 거 아니지?
여자가 눈을 감은채로 힘없이 대꾸했다.
- 저질 체력인걸 알면서도 어떻게 매번 그렇게 무리한 계획을 짜니? 네가 지난주부터 들뜨기 시작했을 때부터 불안 불안하더라.
- 그래서 내가 싫어?
살며시 여자의 입가에 웃음이 맴돌았다.
- 어이그.... 우리 아가씨가 이제 좀 살만한가 보네. 그래도 예수님 덕에 이렇게 느긋하게 아플 수 있고 얼마나 좋아.
남자가 여자의 볼을 어루만지자 여자는 살짝 고개를 치켜 올리며 얼굴로 손바닥을 부볐다. 그리고는 남자의 한쪽다리를 끌어당기며 바짝 얼굴을 붙였다.
- 자장가 불러줘.
여자가 말했다.
- 오늘은 특별히 크리스마스버전으로 불러주지.
남자는 익숙하다는 듯이 곧바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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