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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뉴욕 타임즈 사설에 대한 제 생각(feat.트럼프랑 미국언론)
게시물ID : sisa_10099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뭄에콩
추천 : 19
조회수 : 168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01/05 15: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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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1월 3일 자 뉴욕 타임즈 사설 ("나는 더 큰 핵단추 있다"고 트윗한 트럼프를 디스한 사설)을 가져오신 오유 유저님이 계신던데 저는 그 사설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습니다. 기사 링크입니다.

https://www.nytimes.com/2018/01/03/opinion/south-korea-button.html?action=click&pgtype=Homepage&clickSource=story-heading&module=opinion-c-col-left-region&region=opinion-c-col-left-region&WT.nav=opinion-c-col-left-region&_r=0

어제 뉴욕 타임즈, CNN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더 큰 핵단추 있다" 트윗을 씹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트럼프가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랑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유명하죠.  

뉴욕 타임즈는 김정은 신년사가 나온 이후 그다지 남북 평화 회담을 환영하지 않았습니다.  사설은 나온 게 없지만 분석적인 기사가 줄곧 나왔는데 대화가 좋긴 하겠지만 북한이 한미동맹을 갈라놓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감추지 않은 기사들이었죠. 어찌 보면 대한민국 내의 수꼴들이 환영할 만한 기사였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남북 회담을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설이 나온 게 위에 링크에 걸린 저 사설입니다. 저는 이 사설이 남북 회담 자체보다는 트럼프의 "나는 더 큰 핵단추 있다"라는 트윗에 반응하는 사설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하자면 남북 회담을 밀어주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어른스러운 지도자라고 칭찬하기 위해서 (물론 칭찬하긴 했습니다만) 쓴 사설이라기 보다 트럼프의 "더 큰 핵단추" 트윗을 디스하기 위해서 쓴 사설이라는 것입니다. 

트럼프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일반적인 공격 프레임은 "지 성질을 컨트롤 못하고 함부로 트윗 날리는 철 없고 위험한 아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금치산자"입니다. 물론 막말도 잘 던지고 격식을 차리지 않는 토크쇼 진행자 같은 트럼프가 원인 제공을 하지만 전 트럼프가 그 정도로 심각한 비난을 받을 사람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 같은 분이 예의를 갖추고 진심으로 대하면 트럼프도 몰라볼 정도로 이성적이고 점잖아지는 경우를 이미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뉴욕 타임즈가 대한민국이 철없는 트럼프의 전쟁 위협(?)에 굴하지 않고 성공적인 평화 회담을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북한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라는 논조의 그 사설을 낸지 몇 시간 후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께 먼저 전화를 해서 한미 공동 군사 훈련을 연기해줬을 뿐 아니라 남북 평화 회담을 100% 서포트 해줍니다.  트럼프는 뉴욕 타임즈 사설이 걱정한 것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뉴욕 타임즈 사설의 논조를 그대로 따르는 결정과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이후 뉴욕 타임즈와 CNN 등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서 몇 군데 다녀봤습니다. 놀랍게도 조용합니다. CNN은 백악관 브리핑 (네, 백악관 브리핑이지 트럼프의 통화가 아닙니다)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가타부타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뉴욕 타임즈는 아직까지 전혀 문재인-트럼프의 전화 통화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MSNBC는 여전히 트럼프의 핵단추 트윗을 까느라고 바쁩니다. 

그래서 보수적이라고 하는 FOX News를 봤습니다 (http://www.foxnews.com/world/2018/01/04/north-korea-south-korea-to-hold-talks-next-week-seoul-says.html).  남북 대화가 날짜까지 잡혔다고 언급하면서 미국 정부가 한미 공동 군사 훈련을 동계 올림픽 후로 연기한 후에 남북 회담에 대한 구체적 진전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고 하는군요. 

"The announcement by Seoul's Unification Ministry came hours after the United States said it has agreed to delay annual joint military exercises with South Korea until after the Winter Olympics. The exercises have been a major source of tension because North Korea considers them an invasion rehearsal, although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have repeatedly said the drills are defensive in nature."

제가 밑줄로 강조했듯이 주어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미국 정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랑 전화 통화를 했다는 언급은 없지 미국 정부의 발표로 퉁치고 넘어갑니다.  리버럴한 언론이건 보수적인 언론사이건 트럼프의 "더 큰 핵단추" 트윗은 떠들기 바쁜데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에는 조용히 넘어갑니다. 트럼프 스스로도 그걸 떠벌릴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어제 미국에서 가장 큰 뉴스는 주식 시장에서 다우지수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미국 언론이 그 점에 대해서 자신의 공을 인정해 주지 않고 넘어가서 섭하다는 투의 트윗은 날렸습니다. 그러나 남북 회담 진전에 트럼프 자신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는 전혀 트윗에 언급하진 않았군요. 

왜 그럴까요? 제 나름의 분석입니다.  

뉴욕타임즈 같은 리버럴한 언론은 트럼프가 계속 비이성적이고 철없고 위험한 인물로 이미지가 굳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자신의 논조와 같음에불구하고 트럼프의 리버럴하고 이성적인 결정 (남북한 평화 회담을 100% 지지)을 띄워주지 않습니다.

폭스 뉴스의 시청자나 독자들은 미국이 당장 북한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매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트럼프가 "난 더 큰 핵단추 있지롱" 했을 때 좋다고 박수칠 사람들입니다. 폭스 뉴스의 북한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무시무시 합니다. .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트럼프의 코어 지지층과 겹칩니다.  그러니 폭스 뉴스도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리버럴하고 이성적인 트럼프의 결정과 행보"를 크게 떠들 수 없는 것입니다. 

그동안 트럼프의 투트랙 행보를 보면서  겉으론 광대스럽지만 분장 뒤에선 계산적이고 영리한 중고차 브로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번 남북 회담 진행 과정에서 트럼프가 다시 확인해 주네요. 그리고 미국 주요 언론이 트럼프를 대하는 면면을 보다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이런 복잡한 정치행보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문재인 대통령이 놀랄 만큼 잘 상대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포화에서 혼자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든든한 문꼴 오소리들이 있다는 것이죠. 

PS: 이 글을 쓰고 뉴욕 타임즈를 확인해 보니 트럼프-문재인 통화 후의 한미 공동 군사 훈련 연기 결정에 이어진 남북 대화 일정을 알리는 뉴스가 뜨긴 했네요. 그런데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의 훈련 연기 요청에 승낙해줬다는 식으로 가볍게 넘기면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 중입니다ㅋ    https://www.nytimes.com/2018/01/05/world/asia/north-korea-panmunjom-talks-olympics.html?hp&action=click&pgtype=Homepage&clickSource=story-heading&module=first-column-region&region=top-news&WT.nav=top-news&_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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