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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유다 2화 - 가룟 유다
게시물ID : readers_308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잘안들려
추천 : 1
조회수 : 3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1/05 15: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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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예수의 어머니가 참석한 혼인잔치가 가나에서 열렸다. 당연히 예수도 그 자리에 초대를 받았고, 예수는 자신을 따르던 무리들과 함께 그 자리에 참석했다. 시골 잔치 치곤 대단히 호화롭게 치러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예수를 따로 불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와서, 포도주가 일찍 동이 났구나. 더 이상 희석할 즙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니?”
 
  예수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로 거절을 하였다.
 
  “어머니, 그것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 저의 때가 아닙니다.”
 
  마리아는 예수를 설득하는 대신 주변의 하인들에게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대로 하라는 말만 했다. 잠시 팔짱을 끼던 예수는 주변을 잠시 둘러본 후, 돌 항아리 여섯 개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여기 이 항아리마다 물을 가득 채우고, 잔치 담당자에게 갖다 주게.”
 
  말을 들은 하인들이 움찔하였다. 놀란 것은 제자들이나 마리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하인들은 마리아가 한 말이 있었기에 즉각 물을 채워 잔치자리로 가져나갔다. 예수는 그의 제자들과 함께 잠시 뒤 잔치자리로 나왔다. 마침 주최자가 신랑에게 다가가 아주 흡족한 얼굴로 신랑의 어깨를 주무르며 외쳤다.
 
  “사실 이런 자리에서는 처음에만 좋은 포도주를 냈다가, 하객들이 취하면 질 낮은 포도주를 내는 법인데 지금 나온 포도주는 더욱 좋은 포도주구려!”
 
  마리아와 제자들은 깜짝 놀라 돌 항아리를 살펴봤다. 분명 물로 가득해야 할 그 항아리에는 곧 보아도 때깔이 좋은 포도주로 가득했다. 유다는 심지어 맛을 보기까지 했다. 틀림없는 포도주였고, 포도주 중에서도 최상급 포도주였다.
 
  “혹시 돌 항아리에 포도즙을 미리 따라둔 것인가요?”
 
  흥분한 유다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답지 않게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예수에게 물었다. 예수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실 예수가 고개를 끄덕였다하더라도 유다는 그가 물을 포도주로 만들었다고 믿을 셈이었다. 그것은 유다가 첫 번째로 본 기적이었다.
 
*
 
  유월절이 가까워오자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갔다. 성전 내부에서 유대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바깥에 자리 잡은 이방인의 뜰에 이르자, 예수는 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베드로가 물었지만, 예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제자들 역시 예수가 바라보는 곳을 기웃거렸다. 유다는 어쩐지 예수가 무엇을 생각하는 지 알 것만 같았다.
 
*
 
  모압 땅 가룟에서 예루살렘으로 오는 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일단 아로엘까지 온 뒤, 헤메드바와 헤스본을 거쳐 사해 위쪽을 쭉 돌아오던지, 사해로 쭉 가서 그대로 사해를 건너 가던지. 그러나 예루살렘까지 어떤 방법을 써서 번제물을 가져와도 결국 바리새들은 흠이 있다고 퇴짜를 놓았다.

  “사해를 건너와? 저런, 이미 부정한 것이군.”
 
  “돌부리에 채인 이 다리의 상처를 좀 보게. 부정하군.”
 
  “먼지가 아예 엉겨 붙은 이 양은 도저히 쓸 수가 없겠는 걸?”
 
  여기서 제물을 사려면 환전상들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금화를 써야했는데, 말도 안 되게 높은 환율 때문에 말이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보시오, 이 돈이면 성전 바깥으로만 나가도 양 다섯 마리는 살 돈이오. 그런데 양 한 마리도 안 되게 쳐준다고? 이 무슨 억지란 말요?”
 
  여느 순례자들처럼 유다의 아버지도 종종 환율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였지만, 어느 샌가 그들 주변으로 덩치들이 모여 압박을 주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듯 환전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유다는 처음엔 그 덩치들이 무서웠지만, 점차 자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굴복하는 아버지의 무기력함에도 분노했다.
 
*
 
  유다가 잠시간 과거를 떠올리는 사이 예수는 만물상에게서 노끈을 사서 채찍을 만들더니, 제물상들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크게 외쳤다.
 
  “성서에 이르기를, 이곳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유다는 예수가 그렇게 크게 소리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사람들보다 더 놀란 것은 오히려 유다와 다른 제자들이었다. 몇몇 이들이 예수를 흘끗 보았으나,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바쁘게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예수가 한 걸음 더 다가가 채찍 든 팔을 크게 들자, 굉장히 덩치 큰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그중 한 명이 예수의 팔을 잡았다.
 
  “놓아라!”
 
  30년을 목수로 살아오며 온갖 나무를 다루고 돌들을 조각해 온 예수의 몸은 굉장히 다부졌다. 예수가 다시 힘 있게 팔을 내린 순간 덩치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쓰러진 한 명을 보고 분개한 나머지 덩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유다와 베드로를 필두로 무리들이 나서서 덩치들을 막아섰고, 일부 예수에게 다가간 덩치들은 그가 휘두르는 채찍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쓰러진 덩치들을 밟아 제물상들에게 다가간 예수는 판을 다 엎으며 일갈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을 갔고, 이방인의 뜰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환전상들은 이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예수를 보고 깜짝 놀라 도망을 쳤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 있는 금궤는 예수의 채찍질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금궤를 쏟아 부으며 말을 이었다.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구나!”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바리새들이 예수에게 외쳤다. 잔뜩 경계한 표정이면서도, 몇 십 명의 무리를 이끌고 하도 당당하게 난동을 피웠으니 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쉽게 다가서진 못하고 있었다.
 
  “이보시오,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거요?”
 
  무리들과 겨루던 덩치들이 그 소리에 뒤로 일제히 물러섰고, 무리들도 제서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예수의 뒤로 물러섰다.
 
  예수는 채찍 휘두르던 팔을 축 내려놓고 거친 한숨을 쉰 후 그들을 바라보았다. 핏발이 선 그의 눈에 전에 없던 노기가 서려있었다. 눈빛에 주춤한 바리새들이 악을 쓰듯 되물었다.
 
  “도대체 무슨 기적을 보여줄 수 있기에 이러느냔 말이오!”
 
  “이 성전을 허물어 보거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울 것이다.”
 
  솔로몬 시대에 7년에 걸쳐 지어진 성전이었고, 스룹바벨이 재건할 때도 그만큼은 아니었으나 수년을 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생하며 재건한 곳이었다. 그곳을 허물라는 발언도 문제거니와, 사흘 안에 다시 세운다는 말 역시 놀랍기 그지없었다. 당연히 남은 사람들은 수군대었고, 바리새들은 저들끼리 귀엣말로 소근거렸다.
 
  “돌아가자.”
 
  손에 쥔 노끈을 땅에 툭 떨어뜨린 예수가 옷매무새를 여미며 몸을 돌렸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예수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지만, 노기보다는 알 수 없는 슬픔이 그득했다.
 
  -예수, 당신.
 
  유다는 그 옛날 성전에서 무기력하기 그지없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아버지 옷자락 뒤에 숨어 눈물만 삼키던 자신의 모습도 떠올렸다. 그러나 예수는 다르다. 가나에서 보여준 놀라운 기적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성전에서 이뤄지는 불의한 일들을 그냥 넘어가지도 않았다. 깨어있는 의식과 그를 뒷받침하는 힘.
 
  -성전을 다시 세운다는 말은 분명 상징일 것이다. 이스라엘의 회복! 무리를 이끌고 처음 맞이한 유월절, 성전에서 이런 일은 분명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겠지.
 
  유다는 저도 모르게 슬몃 미소가 지어졌다. 허둥대며 웅성거리는 제자들 사이로 유다의 발걸음만 유독 경쾌하고 힘이 있었다.
 
*
 
  산 위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낸 예수와 많은 무리들이 하산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나병환자 한 명이 예수의 앞길을 가로 막아서 땅에 엎드리며 외쳤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신다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 곁에 좌우로 선 무리들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으나 예수는 가만히 그를 보더니 오히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며 말하였다.
 
  “그렇게 해 주마. 깨끗하게 되어라.”
 
  말이 끝마치는 동시에 나병환자의 몸이 말 그대로 씻은 듯 깨끗해졌다. 썩어 문드러졌던 피부가 마치 뱀이 허물 벗은 듯 매끈한 피부로 바뀌었고, 잘려나간 손가락을 칭칭 싸맨 붕대가 저절로 풀어지더니 손가락도 온전해졌다. 나병환자였던 남자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자신의 온 몸을 더듬기만 할 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말고, 사제에게 가서 몸을 보여준 후 모세가 말한대로 예물을 드려 네 몸이 깨끗해진 것을 사람들 앞에 증명하거라.”
 
  그제야 실감이 간 남자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몇 번이고 엎드려 절을 하더니, 그길로 곧장 회당 방향으로 뛰어갔다.
 
*
 
  “이봐, 유다. 솔직히 난 아무 말 말라는 선생님의 당부를 그가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말이야.”
 
  빌립이 다소 질린 표정을 지으며 유다에게 말을 건넸다. 유다뿐 아니라 다른 무리들도 문을 열고 보이는 모습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님, 제 병도 치료해 주세요!”
 
  “나의 주님, 죽어가는 아들을 업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선생님, 꼭 한번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모인 무리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군중들이 예수가 머무른 숙소 입구에서부터 긴 행렬을 지어 외치고 있었다.
 
  “그래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지, 안 그래? 유다, 자네답지 않게 왜 그러는가?”
 
  빌립은 자신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놀란 표정을 좀체 지우지 못하고 있는 유다의 모습에 꽤 놀랐다. 그나마 무리 중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당신은 기적도 행할 능력과 세례자 요한보다 더 많은 무리들을 모으는 매력도 있고, 율법서와 예언서의 말씀을 꿰뚫어보는 랍비로서의 지식까지 갖췄소.
 
  “이사야.”
 
  “?”
 
  “야훼께서 모든 민족을 향하여 깃발을 드시고 이스라엘에서 흩어진 자들까지도 불러들이시며 유다에서 쫓겨난 자들을 땅의 구석구석에서 모으시리니
 
  “이사야 말씀은 갑자기 왜?”
 
  “어둠 속에서 고통 받던 백성에게서 어둠이 걷힐 날이 온다. 옛적 주님께서 스불론과 납달 리가 멸시 받게 버려두셨으나, 그 뒤로는 서쪽 지중해부터 요단강 동쪽에까지, 그리고 이방 사람이 사는 갈릴리 지역까지 모두 영화롭게 하실 것이다. 어둠 속에서 헤매던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쳤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말씀이 향하는 자가 바로 당신이라는 것이지. 당신은 정말로 내가 찾던 사람이야. 오늘로 분명히 확신한다.
 
  그날 밤 예수는 기도하러 가겠다는 말을 남긴 후 산으로 들어갔고, 날이 밝은 후에야 하산하여 온 무리들을 모은 후 열 둘의 이름을 불렀다.
 
  “시몬, 내가 세운 베드로. 그리고 안드레.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빌립. 바돌로매. 도마,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유다. 혁명당의 시몬. 그리고
 
  호명한 자들을 바라보던 예수의 눈길이 가룟 유다에게 향하였다. 유다의 심장이 그처럼 뛰는 순간은 이후로도 없었다.
 
  “가룟의 유다.”

  -내가 당신을 알아보듯, 당신도 역시 나를 알아보는군요.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궁극적인 메시아,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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