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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축사
게시물ID : panic_977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깨동e
추천 : 11
조회수 : 189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1/13 19:34:51
2018.01.13일. 오후 2시 45분

"캭.... 큭! 캭!"

"예수의 보혈로! 예수의 보혈로!"

장정넷이 한 젊고 파리한 여인의 사지를 각각 하나씩 붙들어 메고도 절절 매고 있는 가운데 아주 인자하고 근엄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그 여인의 명치를 손 끝으로 찍어 누른다.

"떠나기 싫단 말이야!!! 크윽! 캭! 퉤"

"하나님의 자녀다! 예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자녀몸에 기생하고 있는 사단마귀는 지옥불에 떨어질 지어다!"

"자매님! 따라하세요! 예수님 살려주세요!"

"예수.. 퉤! 떠나기 싫어!"

"예수의 이름으로 떠날지어다!"

근엄한 중년의 목소리와 쇳소리를 내며 신음하던 여성의 목소리만 들리는 조그만 예배당안엔 발 디딜틈 없이 빼곡히 사람들이 들어차 있다.

"예수의 이름으로 사단마귀는, 지옥불로 떨어질 지어다!"

명치를 꾹 누르고 있던 손을 뗀 중년의 남성은, 뒤이어 엄지와 검지로 사지가 붙들려 눕혀있는 여성의 눈두덩이를 사정도 없이 꾹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떠날지어다! 떠날지어다! 떠날지어다!"

"크윽! 큭! 캬악! 켁! 퉤!"

경련하듯 사지를 부들거리며 눕혀있는 그녀의 눈두덩이에서 손을 뗀 그 남성은, 뒤이어 그녀의 목과 명치를 주먹으로 탁탁 두들기기 시작했다.

"예수의 이름으로! 사단 마귀는 떠날 지어다! 자매님! 따라하십시오! 방언은사 조시옵소서! 따라하세요! 절대 의지를 놓지 마세요!"

"방언은사! 크큭 칵 퉤! 큭 캭! 주시옵소서!'

"좀더 빨리! 사단마귀는 하나님의 자녀 몸에서 떠날 지어다!"

"방언은사 주시옵소서!"

"계속 빨리요! 방언은사 주시옵소서!"

몇번의 실갱이가 있여을까. 바닥에 강제로 눕혀 실갱이 하던 그 여인의 입에서, 아라랄라라랄 하며 정체불명의 말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아멘 거리는 소리가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 모든것이 끝났다는듯 여인의 팔을 붙잡고 있던 사내가 그여인을 바닥에서 일으켜 앉히고, 중년의 남성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강단위에 올라가 선다.

"주님께 영광돌립니다! 할렐루야!"

"아멘!"


*

2018.01.13 오후 7시 30분

"아빠, 나 이제 이거 그만하고.. 병원가면 안돼? 약 먹고.. 수술좀 시켜주면 안돼?"

병세가 이미 오래되어 보이는듯 파리한 소녀가 누워 있다. 

"아빠. 나 내년이면 학교갈거야. 응? 나 좀 병원좀 가면 안돼?"

"어. 안돼. 내일 기도 받으면 나을거야. 너도 기도 해서 사탄이랑 싸워."

"아빠. 나 기도 많이 했잖아. 제발. 응? 제발 병원 좀 보내줘. 응? 병원비 많이 들어서 그래?"

"아니, 넌 왜 그렇게 의지가 약하니? 하나님께 매달리라니까? 내일 교회가서 기도 받고, 너도 기도 해. 

울먹거리는 그 아이가 내심 귀찮다는듯,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젊은 사내가, 문을 탁하니 닫고 나가버린다.

올챙이처럼 부르다 못해, 바늘로 살짝만 찔러도 뻥! 하는 소리가 나며 터질거 같은 배를 주체못해 모로 누워있는 아이혼자 캄캄한 방안에 방치되어 있다.

*

2018.01.14

"할렐루야!"

"아멘!!"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년 부흥회라는 플랜카드를 걸어놓고 오늘은 또 어떤 기적을 일으킬건지 기대한다는 표정의 사람들이 발 디딜틈 없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조그만 기도원 안.

휠체어에 실려 오는 작고 파리한 소녀는 이제 모든 걸 다 체념 했다는 듯, 아무 저항할 기색도 없이 그 조그만 몸을 매트에 눕힌다.

중년의 사내는, 마치 거룩한 성전을 치룬다는듯한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 소녀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시작한다.

"주님, 오늘도 이렇게 주님의 작고 어린양이 치유받고자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주님의 놀라운 능력으로! 주님의 거룩한 능력으로! 사단 마귀를 몰아낼수 있는 능력을 주의 종에게 주시옵소서. 그리고 주님 홀로 영광 받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렸습니다. 아멘."

"아멘!"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오고 만지면 부러질듯한 작고 가는 팔다리를 씨름선수와 같은 장정넷이 단단히 붙들기 시작하자 다시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축사의식은 시작되었다.

"니 이름이 뭐야!"

그 어린 소녀에게 사나운 맹수의 눈을 한 중년의 남성이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잔뜩, 주눅이 들어보이는 소녀가 힘겹게 입술을 옴싹거린다.

"김예린이요."

"예수의 이름으로, 사단 마귀는 물러갈지어다."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다는듯 중년의 남성은, 목에 핏대까지 설 정도로 큰소리를 지르며 올챙이 처럼 큰 배를 두 손을 넓게 펴서 꾹 누르기 시작했다.

아이가 고통에 몸부림 치며 비명을 질러도 아랑곳 앉는다는듯, 시뻘겋게 얼굴이 상기될정도로 손에다 힘을 줘가며 배를 누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미 기력을 다해 반항할 여력도 없어보이는듯 그저 누워 눈물만 흘리던 아이의 코와 입에서 노랗고 투명한 액체가 한방울씩 똑똑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듯,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다가가 그 노랗고 투명한 액체를 휴지로 대충 닦아 낸다.

"예수의 이름으로!"

얼굴이 시뻘개져 있던 중년의 남성은, 이번이 아니면 더이상 기회가 없다는듯한  기세로 더 세게 올챙이 같은 배를 꾹꾹 누른다. 

누르면 누를수록 똑똑 하며 떨어지던 노란 액체는 울컥 울컥 하며 이내 옷까지 적실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쿠웩.!"

아이의 고통스러워 하던 비명은 이내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고, 쿠웩하는 소리와 함께 빨간 핏덩이를 쏟으며 정신을 잃은듯 했다.

이내 기대에 부풀어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당황스럽다는듯한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웅성거림과 함께 약속이라도 한듯 하나둘씩 그자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엠뷸런스 불러! 엠뷸런스!"

"목사님!"

중년의 사내는 짜증난다는듯 잔뜩 징그린채 험악한 얼굴을 하고선 바닥에 나부라져누워 정신을 잃은 소녀와,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의 아이아빠를 등뒤로 한채 쾅쾅 거리며 목양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린다.

*

2018.01.13일. 자정

중년의 남성의 무릎에 빨간색 짧은 원피스를 차려입은 여자가 다리를 꼰채 간드러진 웃음을 흘리며, 헌금통에 수북한 현금봉투를 꺼내 돈을 세고 있다.

낮까지만 해도 귀신들려 축사를 받고자 여기까지 찾아왔다며 눈물로 바짓가랑일 붙잡고 매달리고 쇳소리를 내던 그 여인이었다.

"여진이 연기는 어째 날이갈수록 더해지냐."

"그래서 자기, 내가 이번에 나 얼마챙겨 줄꼬얌?"

"오늘껀 여진이 다 해. 여진이 하고 싶은거 다해!"

"아? 진짜? 자기 최고! 요기다 뽀뽀!"

유혹하듯 살짝 올라간 치마단에 뽀얀 허벅지를 느믈느믈 만지는 중년의 남성.

"아, 자깅. 근데 내일 어떻게 할꺼야?"

"내일 뭐. 대충 손한번 얹고 할렐루야! 몇번하면 되는거 아닌가? 이거만큼 남는 장사가 어디있어!"

"그렇지? 역시 자기 최고!"

그들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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