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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시생의 죽음에 부쳐
게시물ID : humorbest_14218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화선생
추천 : 22
조회수 : 1559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4/25 19:59:37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4/25 18: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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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너무나 참담하고 슬픈 소식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지 생각해보니 더 슬픕니다.   

9급이라도, 그 박봉이라도, 너무나 사회가 힘들고 어려워 정말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생활을 택하고자 하는 이 땅의 수많은 청춘이 눈물나게 슬픕니다.   

저도 이 한국에 발 디디고 사는 2030의 일원으로, 이런 아픈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근본 문제가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모의고사 점수부터 줄세우고, 대학 입결에 맞춰 줄세우고, 이 나이에 이것도 못하면 넌 남들보다 뒤처지는거야라던 주변의 시선과, 그 시선속에 이어지는 자학. 2-3년을 군대에 버리고 나오면 다시 리셋이죠.

그리고서는 사회에 툭 버려집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대학때 뒤늦은 방황으로 남들보다 늦었고, 학교 특성상 대부분이 석박 가서 미룬다는 군대도 현역으로 가서, 몸까지 크게 상해 왔습니다.  

군 전역 이후 복학 기간을 놓쳐 다시 시간을 버렸고, 어찌어찌 학점을 눌러담으며 졸업하고 그야말로 사회에 툭 떨어진 제게, 대기업 공채는 물건너갔었죠. 몇몇 소기업을 전전하다 파견사 사장한테 "그 대학 나와서 대기업 못간거면 인성에 문제가 있다"라는 혐오가득한 소리도 들었습니다. 

저도 저 친구처럼,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물려받을 수저도 없고, 시운을 탄 것도 아니고, 든든한 백이 있는 것도 아닌 우리같은 사람이, 잠깐이라도 방황하고 한두번이라도 실패하면 무조건 실패자와 패배자가 되고 밑바닥이 되어야 하는 이 사회는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빛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아니 그 약하디 약한 목소리라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토론이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대통령에 누가 되어도, 체감할 변화는 크게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니, 퇴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군게과 시게로 대표되는 이 뜨거운 토론은 영원히 남을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절대 한 목소리만으로 가지 않습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끊임없이 쏟아지며 보다 더 나은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빛이 납니다. 또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저는 이 땅에 발내린 청춘이 한데 모여 큰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기성 정치인들이 감히 두려워 무시할 수 없는 큰 세력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땅에 사는 것을 비하하지 않고, 실패가 조롱이 되지 않으며, 방황은 경험이 되고, 모든 것이 모여 미래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같이 힘냅시다. 같이 외칩시다. 같이 미래를 만듭시다.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의 시각을 이해하고, 더 나은 해답을 찾읍시다.
출처 http://m.yna.co.kr/kr/contents/?cid=AKR2017042501810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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