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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바이올린
게시물ID : humorstory_1421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의목소리
추천 : 1
조회수 : 6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09/02 19:55:14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아파트에 살았다. 고작 2살때까지 였기때문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머니의 말로는 아파트 치고는 인정이 많았다고 한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집은 유치원을 다니기 전, 우리가족은 친척이 사는 빌라에서 새들어 같이 살았고 나는 매일을 놀고 싸우기면서 다치기도 하는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평범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나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도록 하셨고, 싫었지만 그런 바이올린 교실을 4년 가까이 다니게 한 것은 차가운 겨울아침에 포근하게 내리던 눈과 여름날 따가운 햇볕이 내리쬘 때 이곳저곳에서 들리던 매미의 소리가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바이올린교실을 다니지 않기 시작했고, 한 아파트단지로 이사를 하면서 나는 더 이상 바이올린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 , 절대로 못 잊을 그 일이 있었다.


  “날씨 좋다...”
 지금은 겨울, 학기 초이다. 아직 학교에서 친한 아이를 만들지 못한 나는 주말마다, 혼자 창가 앞에 있는 작은 옷장위에 앉아서 풍경을 구경하는 취미가 생겼다. 16층에서 보는 풍경은 매일 같으면서 하늘만은 매일같이 모양이 변하기 때문에 질리지 않았다.
  “오... 눈 내린다. 꽤 많이 내리네.”
  눈은 모든 세상의 소리를 삼켜버리고  세상에는 나 혼자 남겨진다. 가만히 부신 눈을 감고 조용히 눈구름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고 있었을 때 나홀로 남겨져있는 세계 속에서 또 하나의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소리지?”
  '친숙하면서, 처음 듣는 소리'
  “바이올린? 어디지?”
  소리는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누나?”
  우리 누나는 바이올린을 잘 켠다. 나와 달리 커서도 바이올린학원을 계속다닌 누나는 혼자 독주를 할 정도로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같은 악기를 잘 다루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 나뿐이다.
  “윗집인가? 아랫집?”
  내가 바이올린을 끊고서 딱 한번 바이올린을 다시 배우고 싶었던 적이 떠올랐다. 


  아직 중학생이었을 때 나는 어머니가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학교를 일찍 등교했고, 아침에 교실은 언제나 나 혼자였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거나 돌아다니기 같은 나에게 아무 도움 되지 않는 일들을 하면서 매일아침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다른 날과 같이 일찍 학교에 도착하여 차가운 겨울 냄새를 맡으며 등교하던 어느 겨울 날... 
  밤새 차갑게 얼어버린 시멘트로 만든 벽과 계단의 냉기를 느끼며 조용히 교실로 올라가던 나에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신비로운 소리에 이끌려 발을 천천히 옮기고. 텅빈 복도와 아무도 없는 교실 구석구석에 퍼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리의 근원지로 다가면 다가갈수록 그 소리는 점점 더 짙어졌고. 소리 나는 곳이 나 혼자만의 교실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내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고. 차가운 문에 손을 대어 천천히 문을 열자. 그곳에는 차갑게 식어버린 나의 손과 발, 그리고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바이올린선율을 들려주는 천사가 있었다.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아.. 사라졌다.”
  .
  .
  .

  “바이올린이라...”
  초등학교이후 손도 대지 않은 장롱위에 먼지 쌓인 바이올린 케이스를 꺼냈다.
  “작다... 하는 수 없지”
  지금 집에는 나 혼자 뿐이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번 돌아오시기 때문에 거의 매일 집을 비우시고. 선생님이신 어머니는 학기 초라서 그런지 학교에서 늦게 퇴근하셨고 누나는 이미 친구와 함께 놀러갔다. 누나가 있었다면 발악했겠지만 지금은 없다.
  누나 방에 있는 30억 원 상당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꺼내들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있냐. 200만 원 정도면 비싸긴 하지만 스트라디바리우스랑은... 뭐.. 비교도 안되지..
 “어떻게 하더라..?”
  ‘대충 조율하는 건 몇 번이고 봤으니까, 활이2개나있네..아무거나 써도 되겟지?’
  ‘.....’
  “7년만인가.....”
  ‘쉬운 걸로 해볼까...‘ 
  어렸을 때 4년이나 배웠지만 운지법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다만 내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음에 맞추어 낮으면 높게, 높으면 낮게 음을 조율해가며 나만의 연주를 시작했다. 조금씩 실수는 줄어들었고 조금씩이나마 몸이 기억하고 있던 음색을 찾아간다. 
  .....
  ‘기분좋다..‘

  “....음?”
  같은 음인데도 다른 소리, 나의 것이 아니다.
  ‘바이올린 소리다!’
  ‘내 음악에 맞춰 소리가 들려온다...’

  눈이 온다... 

  저 멀리 흘러가는 눈구름은 온 세상에 눈을 뿌리며 모든 세상의 소리를 지워간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의 색을 잃고 하얀 눈에 뒤덮여 조용히 살아가고, 사람들은 새하얀 세상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때때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눈으로 인해 새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은 너무나도 조용하다. 하지만, 나의 손끝에서 나오는 선율과 벽 너머의 선율이 하나의 음악이 되어 온 세상의 고요를 깨고, 차가운 세상에 포근함을 불어 넣는다.

....

...

..

‘거기에 있었군요.’







// 아아.. 예전 겨울이 그리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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