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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1)
게시물ID : panic_977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깨동e
추천 : 11
조회수 : 120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1/17 00:33:28
대낮에도 눈이 부실만큼 환한 연두색 빛이 지구의 표면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일어난 일이었다. 모두가 예지몽을 꾸게 된 것이다.

*

"박동출, 지우개 가지고 나와."

"아..."

"이 새끼,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잔머리만 늘어서는 컨닝 할 대가리를 굴려?"

남학생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교실 내 잠시 머물다 떠난다.

이내 잠잠해진 교실, 시험지 한장과 OMR카드 한장씩을 책상위에 두고, 고군분투 중인 2학년 3반 교실.

단 한차례의 컨닝도 용납치 않겠다는듯 교탁위에 올라가 학생들을 내려보고 있는 교사.

"김성민, 다 풀었으면 OMR 제출하고 나가."

"워~"

일제히 학생들의 야유가 쏟아진다.

*

"야, 박동출 너 어제 몇등 꿈 꿧냐?"

"나야 뭐, 이변이 있겠어? 딱 27등 꿈 꿧다. 너는?"

"나는? 25등. 미안ㅋ"

예지몽이라고 해봤자, 그리 뭐 별로 영향력이 있거나,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도 않았다. 

딱 꿈을 꾸는 사람의 환경에 맞는 미래가 1분~5분정도로 짧게 보여지는데, 그것이 매우 상호적인것이라 '우연'이라는 단어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지 오래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리고 사회는 정상적으로 보였다. 점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건 이때부터였다.


*

<<꿈 잘 꾸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실로 매우 솔깃한 제안이었다. 꿈을 잘꾸는 방법이라니. 정말 절박해 보이는 사람 다섯이 허름한 강연장 접이식 의자에 앉아있다.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흐르던 적막도 잠시, 비싼 명품을 휘두른 호쾌하게 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 강연장 앞에 섰다.

"좋은꿈 꾸셨습니까, 한번의 꿈으로 당신의 미래를 바꿔드릴 오늘의 강사 박진호 입니다. 서로 다들 간단한 소개 한번씩 하고 시작할까요?"

서로 눈치만 보며, 자리에 앉아 밍기적 거리던 그때, 얼굴에 여드름이 난, 까까머리 남고생이 번쩍 손을 들었다.

"네! 거기 교복입은 학생, 나와서 소개하세요."


*


"안녕하십니까, 저는 18살 이름은 박동출입니다. 명진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입니다. 제 꿈은 꼴찌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이번 시험은, 저희반에 운동부가 한명 있는데 운동부 포함 27명에서 제가 27등 했습니다. 그러니 꼭! 꼴찌탈출 하고 좋은대학 가는 꿈을 꼭 꾸고 싶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적막이 흐르던 강연장내에 폭소가 터지기 시작했다.

"꼴찌 탈출의 꿈, 좋습니다. 꾸지 못할 꿈은 없습니다. 자, 좋습니다. 저기 손드신 아름다운 여성분!"

동출의 말이 끝나자 마자, 강사는 젊은 20대 여성을 강연장 앞으로 불러세웠다.

"안녕하세요, 그냥 저는 음.. 저기 돈이 좀 많았음 좋겠어요. 사실, 지금 빚 때문에 술집을 나가고 있는데. 음... 그냥 돈이 좀 많으면 빚도 갚고 다시 새로 시작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돈을 많이 가질수 있는 꿈을 찾아왔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기서 박수소리가 들리고, 이내 강사는  30대 남성을 자리에 세웠다.

"안녕하십니까. 사실, 제가 지금 이자리에 오게 된건. 지금 제가 암과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암진단을 받는 꿈을 꾸긴 했는데, 이렇게 상황이 빨리 올줄은 몰랐어요. 당장 지금 제가 먹여 살려야할 가족이 있는데, 앞날이 막막하던 찰나에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심정으로 이자리 까지 찾아왔습니다. 꼭 암을 정복하는 꿈을 꾸고 싶습니다."

그렇게 30대 남성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다음으로 나온 사람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강연장에 서 있는 사람은 요즘 가장 핫하다는 신인 아이돌 그룹 강빛찬.

"요즘, 제가 사생팬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이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부터 이런건지 사생팬들이 꿈에서도  나와 절 괴롭히고 현실에서도 계속 이어지니, 정말 죽을거 같아요. 사생팬 없는 그냥 정말 아무일 없이 조용한 나날들을 보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기소개를 하러 나온 인물은,  60대 할머니었다. 

"아들이, 그러니까. 내가 젊을적에 갑자기 사라져부럿서야. 요맨헌 꼬맹이일적에 놀이터 간다 그러고 사라져 부렀서야. 20년을 넘게 찾아댕겨도 안뷔여. 아들래미 얼굴 한번만 보면 좋겠어라."

이렇게 각자 자그마한 소망을 가진 다섯의 인물이 모였다. 처음에 그들은 이 모임이 어떠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줄 꿈에도 몰랐을것이었다.


"꿈은 심리상태의 발현이라고 하지요. 거기 박동출학생?"

강의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책상에 엎드려 잠자고 있는 동출을 강사가 깨웠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잠을 낭비하니까, 정말 필요한 잠을 자야할때 못자고, 밤 늦게까지 꼴찌 걱정만 하다 매일처럼 꼴찌하는 꿈을 꾸게 되는겁니다."

순간 강의장에서 폭소가 터졌다.

"박동출 학생?"

"네?"

"박동출 학생은, 하루에 꼴찌에서 탈출하기 위한 생각을 얼마나 합니까?"

"그... 별로 그런 생각은 안하는거 같아요."

"바로 이겁니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바라게 된다면, 심리상태에서도 소망은 자연스럽게 반영이 되고, 그렇게 꿈을 꾸다보면 이루어지는거지요. 우리 한번 외쳐볼까요? 꿈은 이루어진다."

한시간 정도의 강연이 끝나고, 그들이 이동한 곳은 어두컴컴한 암실이었다.

"지금부터, 꿈 꾸는 연습을 하게 될건데요. 지금부터 다들, 한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실겁니다. 그리고 꿈을 꾸셔도 되고, 꿈을 꾸지 않으셔도 되고 꿈을 꾸신분은 수면 이후 꾸신 꿈의 내용을 발표해 주시고, 꿈을 꾸지 않으신 분께선 그 상황을 어떻게 하면 바꿀수 있는지 30분정도 토론 후, 오늘의 강연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다섯명의 사람이 다시 또 허름한 강의실에 앉아있었다. 

"자, 꿈을 꾸신 분 계시나요?"

강사의 말이 끝나자 마자 동출이 손을 들었다.

"네, 박동출 학생"

"강의 마치고 집가는길에 5천원이 길에 떨어져 있어서, 그거 줍는꿈을 꿨어요!"

"네, 좋습니다. 다음분?"

젊었을적 잃어버린 아들을 찾으러 왔다는 60대 노파였다.

"근디 말이여, 집을 가는디. 땀뿌트럭에 찌끄만 얼라가 치이는 꿈을 꿨어라. 그기.. 아파트 단지 앞이어쏘. 우리 진구 생각이 나서 아즉도 요기가 짠 허요."

"오호.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아주 좋은 꿈의 사례이군요. 이 상황을 바꾸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 하던 동출이 손을 들어 이야기 했다.

"아이를, 길 못 건너게 하면 되잖아요!"

"맞습니다. 꿈은 심리상태의 발현이지만, 미리 일어날 일을 알게 된 이상,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그 결과는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우리 함께 이동해서 ,할머니께서는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지목해 주시길 바랍니다."


*


허름한 강의실을 나와 여섯명의 사람들이 길을 걷고 있었다. 얼마간을 걸었을까. 

"여기였소! 여기!"

노파가, 익숙하다는듯 자리에 멈춰섰다. 그때,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가 그들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쟈 드라고. 쟈."

박진호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를 붙잡아 세웠다.

"얘야."

"네?"

"아저씨가, 지금 진주아파트를 찾아가려는데 어디로 가면되겠니?"

그때였다. 쌩! 하는 소리와 함께 큰 덤프트럭이 눈 깜짝할새 그들을 스쳐 지나간건. 순간 할머니의 눈도 순간 놀란듯 커졌다.

"어이구, 바뀌었소. 꿈이 바뀌었소."

다들 큰 박수소리와 함께 첫번째 강연이 종료되었다.

*

저번보단, 조금 홀가분한 표정의 사람 다섯이 모여있는 허름한 강의실.

"안녕하세요. 박진홉니다. 두번째 강의, 시작해 볼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출이 손을 들었다.

"네, 동출 학생."

"저번에 그 덤프트럭 있잖아요. 꿈은 한번 꾼 이상 바뀌지 않는 불변의 법칙같은거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그랬었는데 사실 어제 뉴스보니까, 그 아파트 단지에서. 음... 화재사고가 났더라구요."

그 자리에 있던 다섯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게, 음.. 안보려고 했던건데 <<주원시 아파트 단지 상가내 큰 화재사고로 5명 사망. 7명 중상>> 이게 보이더라구요."

강사는 이미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는 표정이다.

"네, 맞습니다. 등가교환 방식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생명에는 각자 가치가 있고, 그 아이 하나의 가치와, 5명의 목숨 그리고 7명의 부상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말입니다. 누군가를 지목해 등가교환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아직 그 방법까진 알려지지 않았고 이 사실은 얼마전 발견되어 암암리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 졌다. 그때 암과 투병하고 있다는 30대 남성이, 손을 들었다.

"만약 제가, 죽지 않고 계속 살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된다면 세상에 또 다른 누군가는 목숨을 잃거나 다치거나, 아파야 한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강의실내 흐르는 적막을 박진호가 깼다.

"이 자리를 나가실 분은 얼마든지 나가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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