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로 올해 36세. 대학교 중퇴. 이 땅에서는 거의 불가촉천민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 스펙으로
중소기업이지만 나름 관리직에서 몇 년 일해본 것은 그냥 내 인생 중에 펜대 굴리면서 의자에 앉아서
일하던 시절도 있었지.. 하고 먼 훗날 회고할 수 있는 그런 추억 만들기였다고 생각하고.
'너 앞으로 공부 안하면 저런 일 해야 된다'
어느 생각없는 부모가 손가락 끝으로 저를 가르키면서 아이에게 교보재로 삼기 딱 좋은 그런 기술을
배우러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내일부터 나갑니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오히려 미래를 생각하면 잘된 일인척 담담하고 싶어도 마음 속 한 구석
어딘가에는 못내 찜찜한 면이 남아있나봐요. 그런 자리 소개 받아서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안전기초교육을 받으러 간 교육 기관의 교실 벽에 신용회복위원회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더라구요.
그렇지. 이게 통칭 노가다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지. 이거저거 다 해보고 빚까지 져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막장 인생들이 택하는 마지막 방법.
너무 지나친 비약이자 자기 비하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놀랄 정도로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막장이라기 보다는, 배수의 진을 쳤다고 생각하자. 내 인생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여기 아니면
정말 정말 막장으로 떨어져야 한다 라는 비장한 각오도 조금 생겨나고.
목표도 몇 가지 세웠어요.
등에 얹혀있는 빚도 천만원 정도 있는데 후딱 갚아버리고 싶고. 20년된 내 차도 바꾸고 싶고.
아직까지도 쪽팔리게 어머님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조그만 투룸 전세 정도 구해서 언넝 독립도
하고 싶고. 목표 중에서는 가장 후순위이지만 결혼도 하고 싶고.
지나치게 물질적이고 세속적이지만, 또 그만큼 구체적이어서 오히려 잡생각 안 하고 집중하기
좋은 것 같아요.
열심히 살아요 우리. 뭘 하든.
이 글을 읽어주고 있는 당신. 그리고 나. 모두 열심히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