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찾습니다.’
이영길은 식당 옆 전봇대에 서서 컬러로 된 전단지를 붙인다. 식당 앞을 청소하던 주인이 한 마디 하려는 듯 다가왔다, 그 내용을 보고 조용히 돌아선다.
“얼른 찾으시구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다음 전봇대로 이동한다. 전단지를 붙이려다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 조금 더 걸어간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뱃갑을 만지작거렸지만,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는 전단지 때문에 피우기가 여의치 않다.
폐지를 줍는 노인이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이영길의 옆을 지나간다.
“저기요. 잠깐만.”
노인은 이영길이 들고 있는 전단지를 보자 표정에 화색이 돈다.
“돌아다니시면서 비슷한 사람 발견하시면 좀.”
원하던 것이 아니었는지, 노인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리어카 위에 전단지를 올려두고 갈 길을 간다. 그마저도 바람이 불어 여태 걸어왔던 길로 다시 날아간다. 이영길은 노인을 다시 불러 담배를 건넨다. 어디서 큰 적선이라도 받은 마냥 두 손으로 공손하게 담배를 받는다. 그리고 불도 붙여 달라는 표정으로 이영길을 쳐다본다.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 준 다음, 옆길로 내려간다. 노인의 거친 손이 이영길을 붙잡는다. 돌아보니 전단지를 다시 한 장 달라는 듯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전단지를 한 장 꺼내 노인의 손에 들려준다. 노인은 전단지를 구깃구깃 접어 품에 넣은 다음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이영길은 옆길로 내려가 보이는 첫 번째 전봇대에 다시 전단지를 붙인다.
비가 왔는지 물기가 조금 묻은 전봇대에 전단지가 제대로 붙지 않는다.
“어머니 찾으시는 거여?”
뒤를 돌아보니 방금 전 식당 주인이 서있다.
“네, 3일 전에 실종 되셨거든요.”
전단지를 다시 붙이려 했지만, 계속 해서 미끄러진다.
“어휴, 날도 추운데 얼른 돌아 오셔야 할 건데. 근데 여기는 아마 안 계실 거여. 다른 데 가서 찾아보는 게 좋아.”
“어째서요?”
“보니까 집이 저기 아래던데, 어째 이렇게 높은 동네까지 올라 오셨을라고?”
식당 주인이 전단지에 붙어 있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는다. 보아하니 식당 주인은 단순한 흥밋거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도요.”
떨어지려고 하는 전단지를 테이프로 고정시킨 다음 길을 내려간다.
“아무튼 얼른 찾으시구랴.”
조금 내려오니 마을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게시판이 보인다. 게시판을 열고 전단지를 붙이려니 뒤에서 욕이 들려온다.
“야이, 호로새끼야. 썩 꺼져.”
돌아보니 할머니가 혼자 대문 앞에 앉아 있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 소매에서 나온 줄이 대문과 연결되어 있다.
“지 애비 애미도 모르는 놈. 썩 꺼져.”
이영식은 고개를 돌려 게시판에 전단지를 붙인다. 게시판에 묻어 있던 물에 치매, 라고 적힌 글자가 조금 번진다.
“아유, 어머니. 아무 사람이나 보고 욕 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얼른 들어오세요.”
집 주인이 나와 할머니를 일으켜 세운다.
“죄송합니다. 어르신이 치매라.”
번진 글자를 알아볼 수 있는지 확인하고 게시판을 닫는다.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자 시장 골목이 보인다. 사정을 설명하고 전단지를 나눠주려고 손을 뻗자, 위에서 누군가 급하게 뛰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우엉, 워어어어어, 우어.”
고개를 들어 보니 아까 담배를 줬던 노인이 허겁지겁 뛰어 내려온다. 리어카는 어디에 뒀는지, 혼자 도로를 미끄러질 듯 내려온다. 아마도 언어 장애가 있는 것 같다.
이영길이 돌아보자 노인은 손을 크게 휘두르며 자기가 뛰어내려온 위쪽을 가리킨다. 전단지 한 장을 가게 주인에게 주고 위로 올라간다. 이영길이 올라가자 노인은 급하게 뛰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올라간다. 조금 걸어 올라가자 식당 주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옆에는 노인이 끌던 리어카가 쓰러져 있다.
노인은 식당 주인을 지나 아까 지나갔던 도로 쪽으로 계속 뛰어간다. 뛰다가 부딪혀 리어카에서 박스 더미가 쏟아진다.
이영길이 올라온 것을 본 식당 주인은 울상을 짓고 그를 바라본다.
“어머니 찾았어.”
이영길은 식당 주인의 표정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식당 주인을 한 번 바라보고, 노인의 뒤를 따라간다. 식당 주인이 그 뒤를 따라 걸어간다.
앞쪽 다리 앞에서 노인이 팔을 크게 휘두르며 빨리 오라는 듯 재촉한다. 이영길이 다리에 도착하자, 품에서 전단지를 꺼내 사진과 다리 아래를 가리킨다.
다리 아래를 자세히 보니 사람 형상 비슷한 눈덩이가 다리 아래쪽에 떠 있다.
“신고는 했으니까 곧 병원에서 올거여….”
뒤따라오던 식당 주인이 조그만 목소리로 말한다. 다리위에 서서 이영식이 아래를 바라본다. 전단지에 있는 사진과 눈덩이가 입고 있는 옷이 비슷해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앰뷸런스가 도착한다. 그 뒤로 경찰차 한 대가 따라온다.
“안녕하세요. 혹시 최초 발견자가 누구십니까?”
경찰 한 명이 이영식과 식당 주인, 노인에게 묻는다. 다른 한 명은 현장 사진을 찍고, 앰뷸런스에서 내린 구급대원들은 들것을 들고 다리 아래로 내려간다.
“우어어, 우어워.”
노인이 자기가 발견했다는 듯 경찰에게 손짓, 발짓을 한다.
“신고는 제가 했어요. 이 분이 전단지 붙이고 다니는 거 봐서….”
집주인을 한 번 쳐다 본 경찰은 뒤에 서 있던 이영길을 다시 바라본다.
“혹시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전단지를 한 장 경찰에게 건네준다.
“어머니입니다.”
경찰은 받아 든 전단지를 살펴본다. 구급대원들이 다리 아래에서 시체를 들것에 싣고 왔다. 사진을 찍던 경찰이 시체의 얼굴을 한 장 찍는다.
“확인 좀 하겠습니다.”
경찰이 구급 대원을 바라보자, 구급대원은 고개를 젓는다. 이영길을 바라본 뒤 장갑을 끼고 시체의 품을 뒤진다. 구급대원이 하얀 천을 꺼내 시체의 얼굴을 덮는다. 경찰이 품에서 지갑을 꺼낸다. 바닥에 내려놓자 다른 경찰이 사진을 찍는다. 지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얼마 들어있지 않은 현금, 신분증 등을 꺼내 놓고 다시 한 번 사진을 찍는다. 경찰이 신분증을 들고 이영길에게 다시 다가온다.
“다시 한 번만 여쭙겠습니다….”
“맞습니다.”
“성함이?”
“이영길입니다.”
“아니.”
“조영희입니다.”
경찰은 신분증을 마지막으로 살펴본 다음, 구급대원들에게 눈짓을 했다.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든다.
“그럼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따라 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디로 갑니까?”
“어머니는 병원으로 모시고, 선생님은 병원에 먼저 가셔도 되고, 나중에 경찰서에 와서 전후 관계만 들려주시면 됩니다.”
“아유, 이 분이 뭔 잘못을 했다고 경찰서 까지 가요?”
그 장면을 전부 지켜보던 식당 주인이 큰 소리로 경찰에게 항의한다. 노인도 무언가 항의 하고 싶은 듯 말하지만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아, 아닙니다. 원래 이렇게 밖에서 돌아가시면 절차상 조사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전단지 까지 붙이면서 열심히 돌아 다녔는데.”
“뭐, 크게 없을 겁니다.”
경찰이 귀찮은 듯 경찰차의 문을 열었다. 구급대원들이 앰뷸런스에 타고, 사진을 찍던 경찰이 조수석에 탄다.
“같이 타시겠습니까?”
이영길은 고개를 젓는다.
“장례는 언제 치를 수 있나요?”
“그건 아마 공의가 판단을 해 봐야 알겁니다. 일단 내려 와서 말씀 하시죠.”
앰뷸런스와 경찰차가 사이렌 소리를 내며 자리를 떠난다.
이영길은 손을 흔들어 지나가던 택시를 잡는다. 식당 주인과 노인이 힘을 내라는 듯 안쓰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택시를 탄다.
택시가 출발하자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한다. 보험사 직원이 몇 가지 질문을 한다. 시끄럽게 틀어져 있던 택시 라디오 소리가 작아진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영길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젓는다. 택시 기사가 그를 위로하는 소리가 배경음처럼 들려온다. 휴대폰을 들어 인터넷을 켠다. 스포츠 토토 사이트가 화면에 뜬다. 오늘이 딱 날이 좋은데, 그런 생각하면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