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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 대하여.
게시물ID : animal_1422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ib
추천 : 24
조회수 : 1186회
댓글수 : 95개
등록시간 : 2015/10/02 22: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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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있었지만 최근들어 가입한 초보유저입니다.
공지사항을 정독하긴 했는데 그래도 혹시나 글에서 금지된 표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베오베글만 주로 잠깐씩 읽는 편인데 여기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것 같네요.
요즘 고양이관련해서 먹먹한 일들이 많았는데 이곳에서라도 털어놓고자 처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최근 두마리의 새끼고양이를 저 세상으로 보냈습니다. 제가 사는 서울과 부모님이 계신 포항에서요.

서울 얘기부터 할게요.
몇 달전 다세대 단지가 있는 오피스텔로 이사를 왔습니다. 
단지내에 고양이들이 한 5마리쯤 되어보였는데 주민분들과 별 마찰없이 건강하게 지내더라고요. 
주변 음식점 주인분들이 먹이랑 물도 챙겨주시고 얼마전에는 새끼고양이들이 허피스에 걸려서
저를 비롯해 고양이 돌보시는 몇몇 주민분들이 동물병원에서 상태를 진단받아 집에서 임보하면서
간간이 치료한 덕분에 다행히 회복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방사해주었어요. 다행이죠.
언론에서 보여지는 길고양이와 주민들과의 마찰로 일어나는 각종 불상사들을 여기선 겪지 않을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제 그중 가장 건강했던 한마리가 내장이 파열되어 죽은채 발견되었어요.
동물병원에서 사체를 보고는 누군가가 발로 세게 뻥 찬것 같다고 하더군요. 
정말 너무하지 않나요? 도대체 왜 그런걸까요. 

그리고 오늘, 포항에 계신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 집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고 고양이가 한마리 있어(이 얘기는 마지막에 할게요) 부모님이 길고양이들
밥을 마당 데크위에 준비해두십니다. 하루에 밥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많을때는 한 7마리까지 갔던것 같아요.
추석연휴때 집에 가보니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절뚝거리며 마당에서 울고 있었어요. 
늘 집에 밥먹으러 오는 새끼고양이라 부모님이 박스에 담요를 마련해서 거처를 마련해주셨어요.
한동안 안보인다 싶더니 그렇게 나타난겁니다. 동물병원에 데려가보니 다리가 엉망(괴사상태)이라
응급치료를 해주고 어머니가 소독을 해주셨는데요. 오늘은 먹이까지 못먹어 아침에 데려가니 
병원에서 손쓸수가 없고 너무 고통스러워 해서 결국 저 세상보내주고 오셨다고 하네요.
불교신자이신 어머니는 다음생에는 좋은데서 건강하게 태어나라고 빌어주셨고요.

최근 연이어 두마리의 돌보던 고양이를 보내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동물애호가가 아니예요. 그냥 단지 '너도 한평생 나도 한평생인데 잘 살다가자'라는 마음으로
주변에 있는 보이는 동물들이 곤경에 처해있으면 능력닿는 선에서 도우려는 편입니다.
그래서 동물을 싫어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건 아닙니다. 저도 싫어하는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마음을 동물에게 폭력이라는 방법으로 표출하는건 분명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냥 단순히 눈에 보인다는 이유로 새끼고양이를 뻥 차버려서 죽게만든 그 사람은 도대체 무슨생각이었을까요?

그리고 또 걱정되는건 저희 어머니의 트라우마예요.
오늘 동물병원에서 고양이를 보내주면서 수의사쌤이랑 얘기하셨다고 해요.
"에휴.. 아픈고양이들 우리집에 안왔으면 좋겠어요. 올거면 조금 다쳤을때 오던가..치료 빨리해서 낫기라도 하게"
맞아요. 저희 집에는 아픈 고양이들이 많이 와요. 수의사쌤 말로는 고양이들도 영리해서 자신들이 다쳤을때나 아플땐
자기를 지켜줄수 있는 사람을 귀신같이 알고 찾아간다고들 하는데요, 아마 동네에 소문났나봐요. 
비싼 동물병원 진료비는 차치하고서라도 건강하게만 다시 살아나주면 한 생명을 살리는것보다 보람있는 일이없죠.
하지만 이번처럼 안락사를 해야하는 입장(대부분은 수의사선생님이 99% 결정하시지만요)이 될때마다
어머니는 마음이 참 안좋으셔서 며칠간 울적해 하십니다. 그렇다고 집 마당에서 우는 아픈애들을 못본척도 못하시고요.

하지만, 모든 일이 늘 마음 아픈 일만 있는건 아니죠.
셋째문단에서 언급했던 저희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사실은 허피스에 걸려 어미가 버리고 갔던 죽기직전의 새끼고양이였어요.
동물병원에 데려가니 실명했다고 해서 어머니가 키우기로 결심하셨어요. 앞도 못보는게 험한세상에서 어떻게 살겠냐면서요.
사실 동물병원을 세군데나 데리고 갔는데요, 눈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수의사분들이 포기하실정도로 상태가 안좋았었어요. 
음식을 먹기만 하면 토하는 식도장애까지 있었거든요. 한창 아플때 가족들끼리 교대해가며 뜬눈으로 상태 지켜보고
허피스 후유증으로 앞도 못보던놈이 날아가던 나비를 쫒아가던날,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식도장애 고쳐보겠다고 외국 고양이관련 사이트들까지 망라해가며 인터넷에서 얻은 각종 정보들 등등으로 이것저것 해봐서
음식을 삼켜서 소화시키게 되었을때도 이제 너 혼자서도 잘 살수있겠구나! 하며 안심했고요.
만약 반려동물을 키우고 계신분들이 있다면, 친구들이 아프다고 실의에 빠지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경험담 적은겁니다.
간혹 많이 아픈 사람에게도 기적이 일어나듯이 동물도 마찬가지더라구요. 정성껏 간호하고 보살피면 기적이 일어나요.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 몰라서 저희집 고양이 사진 올리고 갈게요. 그럼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긴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P.S 혐짤까진 아닌데 처음 구조되었을때 사진이 많이 안됐어요. 주의하세요.




10419414_663278670421857_8415080163840720809_n.jpg
-> 처음 구조되었을때.


CIMG0133.JPG
-> 허피스가 나았지만 아직 앞은 잘 못보던 때죠.


CIMG0148.JPG
->이때도 시력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마당에서 햇볕쪼이는걸 좋아했죠.


CIMG0123(640x480).jpg
-> 그러다 갑자기 시력을 회복함!!! 나비를 쳐다봄!! 너무 극적이라 찍어둠


KakaoTalk_20140617_173521340.jpg
-> 뽀로로도 잘보고요


KakaoTalk_20151002_221007522.jpg
->식도장애 개선해보겠다고 온갖 방법 다써볼때. 제일 효과있었어요.



CIMG0167.JPG
-> 세상 다가진 표정으로 낮잠



KakaoTalk_20140729_231542667.jpg
-> 실물 왜곡한 그림에도 격한 리액션을 해준 고마운 고양이.



CIMG0171.JPG
-> 여전히 낮잠.


그러다가
KakaoTalk_20151002_221035401.jpg
->요즘은 이렇게 건강해졌답니다. ^^

출처 나와 우리가족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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