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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돌아보기 - 2
게시물ID : freeboard_17083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번째커튼콜
추천 : 3
조회수 : 24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1/28 19: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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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슬아슬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내 안에 자리잡은 공포는 이미 아버지를 괴물로 만들어 놓았고 아버지의 주폭이 계속되어 갈 수록 내 마음속의 아버지와의 거리는 한없이 멀어져갔다.

아버지의 회식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날은 아버지가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때까지 계속 잠들지 못하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마치 학교에서 숙제를 안해가서 선생님께 벌 받기 전에 불안해 하는 것처럼.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잘잘못에 상관없이 폭력을 받아야 했다는 것과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 정도였다. 간혹 아버지가 만취하여 별다른 소동없이(폭력없이) 잠드시는 날에 느꼈던 그 안도감과 행복감이란..

아버지가 귀가하기 전에 미리 잠들어 버릴수도 있었겠지만, 내 머릿속에 각인된 어머니의 비명소리와 아버지의 고함소리는 잠들 수 없는 공포였고 다만 그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가지 신기한것은 술을 드시지 않았을때의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무서웠지만 폭력적 이진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집 밖에서의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성인군자 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부대내에선 최고의 능력을 가진 훌륭한 군인이였고 교회에선 가정을 사랑하는 자애로운 집사님이였다.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아는건 일부 아버지의 동료와 항상 아버지가 폭주할때 나를 차로 피신시킨 후 달래주시던 운전병아저씨, 그리고 불쌍한 나의 어머니와 형 뿐이였다.


나와 한살터울인 형은 여러가지면에서 나와는 반대였다.

직장에서 엘리트 군인으로 인정받던 아버지는 그만큼 형과 나의 학교 성적에 대해서도 엄격했는데 나는 다행히 항상 반에서 1~2등을 다투는 성적을 가지고 있었기때문에 그나마 혼이나진 않았지만, 형은 반대였다.

나는 아버지에게 혼이나는것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했기때문에 공부가 좋아서라거나 학교생활이 재미있어서가 아닌 혼나지 않기위해 공부를 했고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았다. 조금은 좋은 머리가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형은 초등학교때부터 남달랐다. 내성적이고 겁 많았던 나와는 달리 형은 외향적이고 거침없었다. 학교내 소풍이나 수학여행때는 항상 무대위에서 춤을 선보였고 (지독한 몸치인 나는 상상할 수도 없다) 동네에선 골목대장이였으며 항상 많은 친구들에 둘러쌓인 인기있는 사람이였다. 또한 싸움도 곧잘 하는 모양인지 매일 저녁이되면 우리집엔 형에게 맞은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를 대동하고 나타나 항의하기 일쑤였다.


아버지에게 성적문제로 혼이나고 종아리를 맞거나 할때도 형은 울지 않았다. 대꾸도 하지않고 그냥 얌전히 혼이나고 매를 맞았다. 오히려 대답하지 않는다고 더 혼이날지언정 형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혼나기전부터 울어버렸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아버지의 주폭이 있을때였다. 나는 아버지의 음주 소식을 들으면 이미 저녁때부터 공포심에 위축되었고 아버지가 돌아올 시간이 되어가면 마치 형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두려워했지만, 형은 태연히 만화책을 본다거나 티비를 보곤했다.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그리고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끔찍한 상황을 외면 하는 것이 형 나름 터득한 그 힘든 상황을 피하는 방법이였던 모양이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그런 형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은 형이 원망스러웠다. 겁쟁이에 키도작고 힘도없는 나보단(난 초등학교때 140정도의 키로 반에서 작은것으로 다섯 손가락에 꼽았다.) 씩씩하고 싸움도 잘하는 형이 그 상황을 막을 수 있다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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