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형이였는데 형제랑 싸우면 저희 아빠는 항상 똑같이 혼났습니다. 동생이 싸움발생의 원인이였을 때 말이죠.
벌을 세우면서 싸움의 원인이 뭐였는지 인과관계를 물어보고 결과적으로는 제가 충분히 참았다가 폭력으로 변하게 된 계기가 대다수였죠. 아마 아빠는 제가 분노하지 않고 침착하게 동생을 타일러서 사건을 바로잡게 인도하는? 그런 이상적인 형의 모습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인생이란 뭣인가? 이런 책 많이 읽는 분이거든요)
하지만 어린애가 어떻게 그리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선택한 행동은 그냥 '참기' 였습니다. 억울하고 당했어도 그냥 참았죠. 그러다가 나중에 폭발하면 역시 혼나고 다시 참았습니다. 결국 커서는 분쟁을 피하는 성격이 되어버렸죠. 나서서 불합리함을 말해 봤자 싸울 뿐이니 그냥 당하고 말지. 같은 성격요.
그리고...저희 엄마는 무슨 교육책을 읽어가지고 "유대인은 자녀한테 절대 NO 하지 않는다." 면서 저한테 안돼 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눈치를 엄청 줬죠. 뭔가 원하는 게 있으면 '저기.. 엄마 혹시 00이 런거 괜찮아.' 라고 눈치보면서 물어보고 대답이 없으면 그대로 혼자 고민하다가 얼버무려 버렸습니다. 그러고 서로 관계는 어색해지고..
저는 이게 보통 가족인 줄 알았어요. 눈치보는게 일종의 존중인 줄 알았고, 이런 상황이 괴롭지만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가족들을 만났을 때 아이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부모한테 당당하게 말하고 부모는 yes혹은 no를 확실히 말하며 서로 의견을 조율해가면서 그 과정중에 싸움이나 분노가 거의 없던 상황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다는 걸 그때 알았고요.. 의사표현도 못하고, 타인과 이견을 조율도 못하고.. 그런.. 성격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아빠가 원했던 결과는 이런 게 아니였겠죠. 육아교육 책에 나오는 그런 이상적인 아이가 나오길 바랬겠죠. 하지만 결과물은 의사표현은 하지 않고 계속 참기만 하다가 폭발해버려서 결국 모두에게 비난받는.. 그런 사람이 나왔네요.
지금.. 갑자기 생각해보니 많이 원망스럽고 스스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부모님의 은혜는 하늘의 은혜라고.. 평소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가끔 이렇게 확 화가 밀려오네요. 여러분들도 한번 씩 이런 생각 감정 드신 적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