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철원 dmz 안에 살거든요. 막 주변에 지뢰밭이 많아서 숲 같은 곳은 못 가고, 강도 예전에 지뢰 떠내려와서 터진 적이 많아서 못 가거든요. 그래도 약수터도 있고 등산로도 있는 곳이 한 군데 있어요. 원래 민통선 안에서는 밤에 돌아다니면 안 되는데 거의 무시해요. 저도 그날은 그냥 산책 삼아 나갔었죠. 그렇게 춥지도 않았어요. 여름이었거든요. 사실, 모기나 풀벌레들 특히 뱀이 무서워서 밖엔 잘 안 나가거든요. 근데, 그 날은 좀 너무 더워서 밖에 산책 나간거죠. 그리고 약수터로 가서 물을 떠 마시는데 뒤에서 풀 숲이 움직이는 거에요. 뱀이 움직이는것 치곤 꽤 많이 움직이고, 밤이라 멧돼지일 수도 있고, 사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간첩일 수도 있잖아요. (다행히 달이 밝아서 귀신 걱정은 없었어요.)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지만... 궁금하잖아요? 어차피 지뢰도 없는 지역이고... 그래서 다가가봤죠. 멧돼지 같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보았어요. 아직도 생생히 기억 나네요.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는 밤이슬이 내린 듯 촉촉했죠. 그리고 연푸른 드레스를 입고 있었어요. 한복 같기도 하고, 뭔가 서구적인 느낌도 나는 그런 옷이었죠. 사실 밤이고 무섭잖아요. 그래서 보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어요. 비 올 줄 알았으면 안 나왔을텐데 날씨도 여름치고 습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비가 막 오는데 그 여자는 그냥 맞고 있는거에요. 뭐, 사실 비 피할 곳도 없었지만요. 그래도 아무리 여름으라지만 비 맞다가 감기 걸릴 수도 있으니 내려가자고 하려했는데.... 그 자리에 여자는 엎고 파란 비느로 뒤덮인 용 한마리가 있는 거에요. 그 용은 잠시 나를 보더니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어요. 소나기가 그치고, 잘못 본 건가 싶어 그 자리로 가보니까 연푸른 허물이 마치 드레스처럼 펼쳐져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