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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계절 속에 네가 있었다
계절의 한 끝자락 속에서
언제나 웃고 있던 너
봄바람에 흩날린 너의 머리카락과
여름별 아래 빛나던 너의 눈과
가을단풍 아래 울린 너의 웃음
마지막 한 계절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속에는
너의 모습이 없다
파랗게 얼어붙은 하늘 아래에도
하얀 눈이 내려앉은 그 길 위에도
메마른 내 마음 속에도
한 계절에 하나씩 너와의 추억을 담고 싶었다
크지 않은 욕심이라 생각했기에
이 정도는 내게 허락되리라 여겼기에
마지막 계절 속 단 하루만
너와 함께 하고 싶었다
욕심이었지
계절의 끝자락에서 너를 그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떤 뜻이 있겠나
너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풋풋한 옛사랑과 낡아버린 짝사랑
다가가지도 못해 너를 원망하는 내가 싫었기에
그저 계절마다 너를 꺼내어 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그런 나였기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봄바람이 흩날리고 여름별이 빛나던
가을단풍이 지고 겨울눈이 녹아버린 후에
너는 내게 무엇이 되어 있을지
적어도 의미 없는 서너 쪽의 이야기는 아니었기를
먼 후에 오늘을 다시 읽을 때
내게 작은 감동이 될 너이기를 바란다
내가 그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