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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돌아보기 - 6
게시물ID : freeboard_17146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번째커튼콜
추천 : 3
조회수 : 2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2/13 13: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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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 스스로 나의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병원 치료에 조금 더 적극적이 되었다. 그렇다고 병원에 스스로 가서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였지만, 상담치료를 할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의사선생님을 상당히 신뢰하였다. 당시 내가 가던 신경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종종 방송에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출연하곤 하던 실력있는 선생님 이셨는데 그 부분 또한 내가 선생님께 더 의지하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마치 선생님께서 우리 가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실거라는 믿음같은 거였다.


하지만 모든 병이 비슷 하듯이 병은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낫지 않는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의 병의 근본 원인이였던 아버지께서 변하는것을 거부하셨기 때문에 나의 심리 상태는 별로 나아지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이 있으면 잠이 잘 드는것 정도가 병원에서 받는 도움이였다. 물론 그 이외의 치료효과도 있었겠지만 내 병증이 악화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가면서 나의 우울증과 조절장애는 더욱 심해져가고 있었는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장해 가면서 오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많이 힘들었다.

그 괴리감이란 학교에서와 집에서의 차이가 내 성격의 명암이 극명했기 때문이였는데, 학교에서의 나는 나름 친구들도 많고 방과후에 친구들과 놀기도 하면서 밝게 생활했지만 집에 돌아오고 난 뒤의 나는 말수가 없어졌고 방에서 숨죽여 지내는 어두운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서의 나는 상당히 예민했고 겁먹었고 이것저것에 눈치를 보며 지내곤 했다.


그 무렵의 나는 감정의 기복이 상당히 심했는데 내 마음은 항상 밝음과 어두움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고 가장 힘든점은 그것을 누군가에게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였다. 유일하게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건 의사 선생님 뿐이였는데 선생님은 항상 나에게 나의 속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조언해 주시곤 했지만 그건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였다. 나의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건 우리 집의 상황을 누군가에게 솔직히 알린다는 것 이였고 그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 이였다.

일단 이런 집안사정을 누군가한테 알린다는게 창피하기도 했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것이 곧 부모님에 대한 욕이라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나의 상황을 이야기 한다는건 뒤에서 아버지의 흉을 보는것이나 다름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내 부모님을 욕하면 어쩌지 하는 심리가 있었던것 같다.

또한 아버지의 계속되는 정신병자 어쩌구 하는 말 때문이였는지 내가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 역시 누군가에게 밝힐 수 없는 나의 부끄러운 부분이였다.


그렇게 혼자 병을 키워가던 어느날. 아마 중학교 3학년쯤이였던것 같다. 그날 저녁도 우리집에선 큰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버지의 고함소리와 어머니의 절규. 그 지옥같은 하모니가 울려퍼지는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나 듣고 있었을까. 나는 집을 뛰쳐나왔고 펑펑 울면서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의 난 학교와 집밖에 모르는 범생이였고 그 밤 중에 집에서 뛰쳐나온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고  갈곳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 가장 먼저 떠오른것이 그 친구였고 그냥 전화를 걸어 전화기를 붙들고 울고만 있었다. 친구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고 그냥 우리집에서 10분거리에 있던 자기 집앞으로 오라고 했다.


그때 우리 동네에는 아직 달동네가 남아있었는데, 친구는 동네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면 있는 어느 집의 옥상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자기가 마음이 답답할때 오는 곳이라면서.

그 옥상 위에선 동네가 한눈에 보였다. 어두운 밤이라 켜져있는 불빛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보이던 그곳.

친구는 그곳으로 날 데려갈 때까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내가 그 옥상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우리 집 얘기를 털어놓을때도, 그 이후에도 친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었고,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의사선생님 이외의 누군가에게 처음 솔직해진 그날 밤을 절대 잊지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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