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오래간만에 제 의욕없는 삶에 스팀을 더해준 사건에 대한 당사자가 사과를 했네요.
그런데 정말 기분 나쁩니다.
얼마나 우리나라를 무시했으면 사과마저도 이렇게 형편없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방금 트위터에 올라온 사과입니다.
짧은 영어로 번역하자면 대충 이렇습니다.
- 기분나빴으면 미안
- 한국 역사를 무시하려던건 아니었음
- 한국은 한국의 가치와 경험으로 발전해왔음
- 나 한국 친구들 있고 좋은 기억들 있음
- 평창 올림픽 잘 되길 바람
내가 잘못했다거나 반성한다는 의미는 전혀 없는 대충 휘갈긴 전형적인 빙썅 미국 사과문입니다.
딱히 내가 잘못했다는 말도 없고 니가 그렇게 받아들였으면 유감이라는 뉘앙스에요.
미국 사람들도 다 압니다.
I apologize to anyone offended/I apologize if you were offended. 이거 진심이 담긴 사과 아니라는거요.
어떤 방송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어디선가 누군가가 내놓은 사과문을 분석하면서 if you were offended로 시작하는 사과가 아니라 좋다는 말을 방송 호스트들이 하는걸 들은 기억이 있어요.
미국사람들 포함 그 어느 나라도 진심으로 사과를 할때는 저렇게 어물쩡 자기 잘못은 쏙 빼고 넘어가지 않아요.
아래 캡쳐는 최근에 제가 본 사과문중에 가장 적절했다고 생각되는 사과다운 사과의 예시입니다.
얼마전에 H&M에서 미국 흑인 아이에게 "나 쿨한 원숭이임"이라고 씌여진 후디를 입힌 광고를 냈다가 어린이에게 인종차별 메세지 담긴 옷을 입히고 광고를 냈다고 미친 질타를 받았습니다.
H&M은 곧바로 사과하고 그 옷 다 회수해갔는데 아래가 그 때 냈던 사과문입니다.
- 우리는 사회적인 의식을 가지고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부족했음
- 우리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인정함. 비록 의도하진 않았찌만, 직접적인 인종차별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뉘앙스를 줄수 있는 것들은 근절해야한다는 것에 동의함
- 우리 회사가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존중할 책임이 있다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음
- 이 사건은 의도하지 않은 실수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불쾌해하고 불편해하는걸 이해하지 못하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것은 절대 아님
- 앞으로 두번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최선을 다 하겠음
- 인종차별은 어떤 형태로도 존재해서는 안됨. 이번에 우리 회사는 세심하지 못했음
- 우리의 변변찮은 사과를 받아주세요
뉘앙스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사과를 하기 위해 쓴 사과문과 시끄러우니 어쩔수 없이 던진 사과문의 차이가요...
NBC도 그렇고 앵커도 그렇고 개막식에서 개최국을 모욕해놓고 정정보도도 없고 같잖은 사과도 한줄로 때우는게 어이가 너무 없습니다.
그냥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것도, 같잖은 말들만 해놓은것도 얼마나 우리나라가 우습게 보이면 저랬을까 싶어서 열받습니다.
솔직히 스타벅스가 직접적으로 잘못한거 하나도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저 사람에게 메세지가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저 사람이 스타벅스 이사회에서 잘릴때까지 안갈꺼고 NBC도 안볼껍니다...
티도 안나겠지만 저 하나라도 저 인간 제대로 사과하던지 짤리던지 하라고 불매 떠들고 다니려구요.
이 글은 인터넷에서 사과했으면 됐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보여서 한번 써봤어요.
저딴 사과문으로 넘어가는 우리의 모습도 저는 좀 서글픕니다.
기분이 그냥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