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진 밀레시안에 대해서 설정이 별 거 없었는데 여기서 하나만 추가하겠습니다
- 체인 블레이드 퀘스트를 깼습니다. 근데 그다지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
* 저번 내용은 g21 그늘의 물푸레나무(시작), 이번 내용은 g21 미지로의 접근~작은 미늘까지의 내용을 다룹니다.
제가 중간에 착오로 스킵한 부분이 있는데 언제 수정하면 이 부분은 수정할 계획입니다 ;ㅅ;
* 맥락은 비슷하고, 각색은 여전히 아주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우리가 설치했던 함정이... 발동했나?"
[네. 수정이 꽤 차갑네요.]
밀레시안이 직접 만지면서 느끼는 감촉이 그에게도 전해졌다. 또한 이 감촉은 밀레시안 본인이 예전에 어딘가에서 만져본 것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랑은 좀 다르네요. 마나와 신성력의 차이인가.]
사제들이 합심해서 선지자들을 막기 위해 설치한 함정이 후대에 제대로 발동했다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노릇.
지금 그가 가는 길의 결말이, 결국은 실패했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미래에서 실패했나?"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밀레시안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말 그대로 묻고 있는 걸세. 내가 한 일이, 결국은 제대로 끝맺지 못한 모양이군."
[.....]
오솔길을 넘어 아발론 깊숙한 곳까지 오면서 더 많은 사제들이 죽었다. 그들의 유지를 위해 여기까지 왔건만, 지금까지 그가 하려는 행동이 미래에 의미가 없었다는 사실은 잔인할 정도의 상처를 남겼다.밀레시안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단장이 웃었다.
"그대 잘못이 아니네."
[단장님 잘못도 아니죠.]
곧바로 돌아온 말에 이번엔 단장의 입이 막힐 순간이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어떻게 되었다라고 단정짓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위로하는건가?"
[위로가 될 지는, 글쎄요.]
위로라고 딱 잘라 말하지 않는 밀레시안의 반응에 조금 더 그를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그가 무슨 이유로 자신과 이어지고 있는 지 깨달은 단장이 수정과 관련된 말을 꺼냈다.
"이계의 존재들, 혹은 선지자들을 가두기 위한 수정은 그들을 봉인하는 역할을 수행하네. 아마 정신이 드는 것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거고. 죽은 건 아니니 걱정은 하지 말라고 단원들에게 전해주..."
뚝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뚝하고 끊긴 소리에 단장이 자신도 모르게 놀랐는지 고개를 들었다. 비정상적인 감응의 종료. 미래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텔레파시가 끊겼으니 그것을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그 밀레시안과의 짧은 대화동안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면 늘 마지막에 이 말도 안되는 연결을 끊은 건 자신이었다. 지금 이것은 그도, 밀레시안도 끊은 게 아니었다.
"사도인가."
착잡했다. 마침 밀레시안이 있던 위치는 얼마 전 죽은 단원들을 묻어두었던 묘지였다. 연결이 끊기기 직전 느껴진 위화감을 생각하면 구토가 나올 것만 같은 역겨운 결말을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죽은 이들로 무슨 짓을..."
왠만한 일엔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죽은 이에 대한 예의조차 없는 선지자들의 무자비함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잘못됐다. 세상 어떤 신이 죽은 자를 되살려 이용하는 것을 목도한단 말인가.
차라리 위로한다고 답했다면 그의 마음도 조금은 괜찮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미래에서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고, 과거인인 자신은 그런 미래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아튼 시미니시여. 지켜보고 계시다면 부디 이 이상 시련에 들지 않도록 해주시옵소서.'
과거의 그가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기도 뿐이었다.
'미래를 보고 싶다'
당혹스러운 말이었다. 밀레시안은 자신이 에린에 살아간다 해도 끝내 에린에선 규격 외의 존재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신을 구하고, 신들과 맞서 싸워 반은 신이 된 데다 그렇다보니 에린의 수호자라는 말도 안되는 명칭까지 얻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평범한 사람의 범주는 한참 벗어났다는 걸 거부할 생각조차 없었다.
그런 자신에게 미래를 보고 싶다고 한 단장의 말은 그래서 더 당혹스러웠다. 과거에 존재하는 이가 미래를 보고 싶다고 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그게 이 세계의 규율을 깨는 일이 아닐까?그리고 이 미래를 보여주면 과거 또한 바뀌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부터?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그렇네."
서러브레드의 털을 쓰다듬으며 고민해봤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초대 단장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가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알반 기사단 내에서 거진 반신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우러러보는 대상. 몇 번 실제로 대화도 해봤지만 단장으로써의 그를 알 수는 있어도, 인간으로써의 그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아마 상대도 그럴 지 모른다. 실제로 대면한 것도 아니고 검을 매개체로 대화하는 건데 그게 얼마나 많은 정보량을 전해줄까?
그럼에도 밀레시안은 지금 던바튼 성 외곽에서 서러브레드에게 여물을 주고 있었다. 목적지는 이멘 마하.
그다지 멀지도 않은 거리에, 그의 부탁을 들어줄 법한 사람이 막 떠오른 참이었다.
"다 먹었어? 먹었음 가자."
"히이잉-"
자그마한 키에 어울리지 않게 능숙하게 서러브레드 위에 올라탄 밀레시안이 말의 배를 가볍게 찼다.
밀레시안의 눈으로 본 것들은 어찌보면 그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 같았고, 그것과 별개로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결국 제대로 끝맺지를 못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 같은 아픔을 수반했다. 실제로, 그가 아발론을 제대로 봉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을 후대의 알반 기사단이 대신 처리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그 죄책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알반 기사단원이 아닌 밀레시안까지 거기에 끼어들어서 수습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더 그러했다.
미래가 어떻게 되었는가도 분명 궁금했지만, 그가 원했던 것은 지금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밀레시안이 무슨 일을 하며 살아왔는지 궁금한 것도 있었다. 이멘 마하의 근위대장과는 같은 인간이기 때문일까. 어딘가 친근한 마음으로 밀레시안을 대했다면 이리아에서는 제 3의 종족에 대한 미묘한 경계심도 거기에 섞여있었다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그들의 마음의 기저엔 밀레시안에 대한 호의가 드러났다. 자신과 같은 불멸자로써 살아가고 있다면, 죽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이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선의가 느껴졌다. 이번엔 그저 '보기만' 했을 뿐인데 밀레시안이 왜 그렇게까지 에린에 헌신적인가 짐작할 수 있는 바는 그것 뿐이었다. 그가 말한 것이 아니지만, 이 여정의 답은 이미 내려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왕 이렇게 태어났다면,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쓰고 싶어요.'
아마, 밀레시안이라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그 끝없는 선의에 경의를 표하면서, 한 편으로 이미 정해진 미래를 말없이 곱씹던 단장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제 중 또 누군가가 성소에 도달하지 못한 채 묻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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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간 열심히 치이고 와서 스토리 진행이 더디고... 저는 또 캐릭터를 생성하는 미친 짓을 저질렀고.... 아 빨리 알반 기사단 스토리 다시보기 하게 해주세요 이따위로 끝내지 말라고!(와장창)
- 마무리가 엉망진창이었는데도 이렇게나 뭘 남겼다면 만약 이 스토리가 계획대로 흘러갔을 때 얼마나 많은 찌통을 남겼을까요. 그랬음 제가 이렇게 쓰지도 않았겠죠. 보고있나 ㄷㅂ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