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식으로든 자살하면 타인에게 폐를 끼치니까 죽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지금도 폐를 끼치기는 마찬가지다. 아예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다른 사람들도 나 때문에 힘들거나 상처받는 일은 없었겠지. 이렇게 쓰면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거나 그래도 좋은 일도 있지 않았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개개인이 소중한 존재지만 나는 아닌 거 같다. 뻔뻔하게 잘 먹고 웃고 그냥저냥 지낸다고 말하기도 지친다. 햇빛을 쬐고 걸어다니고 맛있는 거 먹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그런 기쁨도 돌아서면 사라진다. 아니 그 시간에도 순간순간 비집고 들어오는 불안감이 나를 괴롭힌다. 죽을 용기도 살 용기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