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나는 정상이다
게시물ID : panic_980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정작군
추천 : 7
조회수 : 17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2/26 10:53:29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어둠속에서 더 잘 보인다.
 
환각이라 생각했다.
 
내 정신이 이상한건가.. 정신과 상담을 받아 봐야하나..? 내가 이상하다고 느꼈기에 나는 정상이라 생각한다. 내가 정상이라면 저것은 실체다.
 
말도 한다. 맥락도 없는 말이지만 분명히 들린다. 고함을 지를 때면 놀라기도 한다.
 
나에게만 보이는 건가? 누군가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다면 나는 정상이다.
 
친한 친구에게 찾아가본다. 불을 끄고 저 실체에 대해 얘기한다. 나를 미쳤다고 한다. 장난이라고 얘기하며 다른 이야기를 꺼내 말을 돌린다.
 
그래 이 친구는 볼 수 없는 가보다.’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본다. 신기하게도 나의 과거와 내 상황을 아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미묘하게 다름을 느꼈다. 그 순간 점쟁이의 초점이 흔들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거짓말쟁이군
 
여지없이 이 실체는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한방 먹여봐 내가 알려줄게
 
솔깃하다. 잠시 생각한다. 소름이 돋았다. 무당들이 받는다는 접신이라는 것이 나에게 일어난건가? 다시 생각한다. 접신은 정상인가?
 
그렇다면 이 귀신은 악한 귀신인가 선한 귀신인가?
 
점점 내 자신이 이 실체에게 먹힌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실체와 대화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나는 정상이 아니라고 느낀다.
 
정상이 아니라고 느꼈기에 나는 정상이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이 실체와 대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으로 나는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이 실체와 대화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난 정상이다.
 
어느 샌가 이 실체는 내 생각을 조종하는 것 같다. 아니다. 조종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하는 생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죄는 정당화 할 수 있다.
 
죄가 아닐지도 몰라’ ‘죄일지라도 아무도 모를 거야
 
처음에는 지나가는 개미를 발로 밟아보았다. ‘개미잖아
 
그 순간 나는 개미가 되어 사람이 나를 짓밟는 끔찍한 상상을 했지만 태연했다. 내 생각이 아니니까. 이 생각은 이 실체가 주는 생각이니까. 괜찮아.
 
점점 진화해보자. 쥐덫으로 쥐를 잡았다. 쥐는 인간에게 병을 옮기니까 죽어 마땅하다.
 
어떻게 죽일까?’ ‘어떻게 더 고통스럽게 해볼까?’
 
쥐를 죽일 것이라는 생각에 설렜다.
 
눈을 바늘로 찔러보았다. 쥐가 소리를 지른다. 더 설렌다. 머리를 밟았다.
 
뚝 소리와 함께 쥐는 죽었다. 나는 조종당했다. 징그러움과 슬픔과 설렘이 공존한다.
 
이 설렘이 마약처럼 느껴진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짜릿하다.
 
쥐로는 부족해
 
잠시 내 이성이 돌아온 것 같다. 분명히 그 실체는 나에게 어둠속에서 더 잘 보이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내 안에 들어온 것 같다. 나는 쥐를 고통스럽게 죽였다. 슬프다. 마음이 아려온다. 하지만 왠지 모를 설렘이 더 크게 느껴진다.
 
밤마다 고양이들이 발정이 났는지 울어대는 소리가 마치 아기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설렌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행복하다
출처 내맘속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