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가지 못한 외갓집에 어제야 왔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같이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전등이 나갔다.
동생과 집 앞 마트로 전구를 사러 나갔다.
마트에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고양이가 나타나
우릴 보고 애처롭게 운다.
예전에도 그런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할퀴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사만 해주고 마트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다리 옆에 와서 날 쳐다보며 야옹거린다.
배가 고픈건가?
재빨리 마트로 들어가서 고양이용 캔을 사서 나왔다.
기특하게도 어디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자기 밥을 사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바로 캔을 사서 놓아주니 무척 배가 고팠다는 듯이 허겁지겁 막는다.
먹는 게 방해될 정도로 자꾸 캔이 움직인다.
손을 뻗어 캔을 잡아주니 잠깐 먹는 걸 멈췄다가
별 반항 없이 바로 다시 먹는 데 집중한다.
사람 손을 탔던 고양이 같아
혹시 버려진 게 아닐까 또 맘이 아파졌다.
아예 캔을 가져가 바닥에 쏟아주니
또 반항없이 기다렸다가
바닥에 쏟아져 더 먹기 편해진 사료를
맛있게도 먹는다.
옆에서 보니 아랫배는 많이 나오고 윗배가 홀쭉하다.
고양이를 잘은 모르지만,
아기를 가진 고양인데
밥을 곯은지 꽤 오래 된 게 아닌가 싶다.
밥을 다 먹고는 고맙다는 듯이 야옹야옹하다가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오늘 비도 오고 날도 많이 추워졌는데
어디서 잠을 잘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혹시 몰라 캔을 하나 더 사서 같은 자리에 놓아두고
나도 다시 외갓집으로 돌아왔다.
새끼를 밴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다시 만나기도 어렵겠지만
나로썬 처음 밥을 준 길고양이인 만큼 맘을 다해 바라니
건강하게 새끼 낳고
새끼랑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