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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무 여자 당신
게시물ID : lovestory_848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닥터블랑
추천 : 1
조회수 : 3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08 19: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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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무 여자 당신
 

 

오늘은 당신이 시립 복지관
 
현대의상 수업에 처음 나가는 날
 
당신은 흰 철쭉 같은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문을 나서고
 
나는 노선도를 알려주기 위해 당신을 따라 나섭니다
 
한 길로 늘어선 이팝나무 그늘을 지나서 정류소
 
표지판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당신
 
맨날 뭐가 새로 생기고,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여기까지 이팝꽃 냄새가 밀려오는 것으로 보아
 
이팝나무 끝에서는 가지 노선 확장 공사가 한창이네요
 
당신도 실은 나무의 체질을 갖고 계시지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무는
 
평생이 성장기잖아요
 
내가 아직 옮겨 심은 나무처럼 작았을 때
 
정류소 그림자보다는 나무 그늘 밑이 더 시원하다며
 
내 손목을 잡았을 때부터 짐작은 했습니다
 
당신의 블라우스 소매에서는
 
철쭉과 이팝꽃이 둘로 나뉘기 이전에
 
머금었던 향내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향내 나는 장례식장 식탁 사거리를
 
오래된 마을버스처럼 종횡무진하던 노선,
 
언젠가 연장 개통되고야 말 줄 알았어요
 
당신의 나뭇가지가 어디까지 솟아오를지 모르지만
 
이건 알아요 현대의상 수업에서 재단한 옷감을
 
노루발로 누르고 발끝으로
 
지긋이 노선도를 눌러 박는다는 것
 
새로 생긴 버스 노선도 앞에서
 
그렇게 난해한 표정을 지어도 소용없어요
 
나무의 체질을 지닌 당신
 
나무 여자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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