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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찰 161205
게시물ID : freeboard_14298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키저씨
추천 : 1
조회수 : 1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05 18: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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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감사.
20년을 넘도록 부모님께서 나한테 가장 많이 한 말씀 중 하나가 바로 “매사에 감사하면서 살아라”이다. 매사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매사가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는 뜻이었다.
지금까지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넘겨왔지만, 요즘들어 감사라는 게 정말 중요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이슈화되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도 결국 감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오늘 한 수업시간에 페미니즘과 군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군대는 그 자체로도 너무나 방대한 문제점을 갖고 있어서 페미니즘이랑 같은 카테고리에 묶일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성혐오라는 말에 자동반사적으로 “그러면 군대는!”이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거 같다. 군대는 남성혐오가 아니다. 6.25 이후 남한에서 군대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고, 당시 시대상황이 남성위주였기에 남성들만 가는 징병제(이건 좀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오히려 당시 여자는 군대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미천한 존재취급을 받았다는 게 보다 타당할 것이다. 그럼 도대체 왜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가 나올 때 마다 포켓몬의 로켓단마냥 군대이야기와 남성들의 억울함이 등장하는 걸까?
이는 상당부분 ‘감사의 부재’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대부분의 남성들이 20대 청춘의 가장 중요한 2년을 군대에 소위 꼬라박는다. 보상은 아무것도 없다.(월급 안 쓰고 다 모아 봐야 밖에서 2달 일하면 그것보다 많이 번다. 군가산점은...얘기할 필요가 없다 빡친다)
그런데 페미니즘 논의가 진행되는 곳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남자들이 군대얘기를 하면 여성들, 혹은 페미니즘 옹호자들은 “어쩌라구요, 국방부에 가서 얘기하세요.” 라는 식의 반응이다.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이는 그들이 말하는 ‘사회적 공감’을 스스로 무시하는 꼴이다. 남자들이 남녀 논쟁이 벌어질 때 군대이야기를 하는 건 자신들의 서러움을 공감해달라는 것이고, 일말의 감사를 바라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남자는 군대가자나!”하는 사람들한테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셨네요.” 한 마디 해주면 “어... 감사합니다” 하면서 어벙어벙한다. 
간단한 감사의 표현이면 끝날 일이 이상한 논쟁으로 번져서 서로 있는감정 없는 감정 다쏟아내는걸 보면 별로 바람직해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여성혐오와 관련된 상당부분에서도 일맥상통하는데, 한국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지금껏 당연시 여겨져 왔던 여성에 대한 착취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함의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개선이 시작되지 않을까

한국사회가 전무후무한 희대의 무양심 대통령(진짜 각종 쌍욕을 다 쓰고 싶지만...)을 만나면서 한층 감사하기 힘든 구조로 변한 것 같다. 당장 내 앞에 먹고살기도 힘든 사람들이 어떻게 남한테 감사하면서 살 수 있을까. 이건 감사라는 이름으로 착취를 강제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 심해져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앞에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당연시 여기던 것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한 게 아닐까. 
내 앞에 주어진 것들에 진심어린 감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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