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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니 기일이 7월 15일이래요
게시물ID : gomin_14301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Rsa
추천 : 4
조회수 : 477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05/14 07:47:55

언니와 이별을 한 것은 3년 전 2012년도였어요.
그 날은 친할머니와 1년전에 언니 곁으로 가신 친할아버지가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날이였죠.
아침을 먹고, 공항에 가서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를 배웅해드리고 화목하게 집으로 돌아왔었죠.
언니랑 오랜만에 셀카도 찍고.. 물론 틱틱대기도 했지만... 낮에만해도 너무 화목했었어요.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치도 못했죠....

아니... 전 정말로 몰랐을까요?

우리 언니와 전 옛날부터 많이 매 맞고 자랐어요. 아빠의 사랑의 매라 할지라도.
미국에 온 후부터 육체적인 매는 없었지만 그래도 정신적으로 많이 트라우마가 남았었나봐요..
전 아직까지도 아빠가 기분이 안좋으시면 불안함에 잠기기도해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데, 우리 언니는 얼마나 더 불안했겠어요?
거기다 많은 친구들과 작별하고 아무도 모르는 나라에 와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덤으로 흑인들과 남미인들이 많은 동네에 오기까지... 소통도 잘 안되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하지만 3년 전의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내 아픔에 울기 바빴거든요...
근데 솔직히 지금도 전 언니에 대해서 잘 모르는것 같아요.
제가 기억하는 언니와 저의 관계는... 싸우고 다투고 울고하는 나날들밖에없었으니까요...

그 누구도 언니에게 많이 힘드냐 묻지 않았어요.
적어도 동생이란 사람은 물어봤었어야됬어요...

아빠와의 사소한 말다툼이 커지고 언니는 마침내울음을 터트렸어요.
엄마는 언니를 나무라며 아빠에게 사과하라고 다그쳤죠.
전 그순간 두 가지의 고민을 했어요. 언니에게 언니 잘못이 아니야, 하고 위로해줄까? 아니면 그냥 무시할까.
아. 전 그 고민이 언니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선택지일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습니다....
그랬기에 전 매정히 뒤돌아 밖에 나갔죠....... 집 밖에 나가 찬 공기를 마시며 집이 잠잠해지기까지 기다렸어요...
집이 잠잠해지는 순간 언니의 아픔이 배가 되 고동칠줄 모르고... 전 그렇게 언니의 슬픔을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을땐 부모님은 빨래방에 가시러 나가고 없었습니다...
거기다...
언니도 없었어요...
문뜩 옥탑방에서 들려온 발자국소리에 전 언니가 위에 있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2층침대 위에 누워 핸드폰을 했죠...........

정신없이 웃을때 언뜻 장롱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ㄴ것같았어요.... 확실치 않지만 언뜻...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오시고.....
언니가 집에 없다는 사실에 엄마는 걱정되는 물음대신 가출했구나, 하셨어요...
그리고 전... 생각없이 돌아올거라 말하며 장롱 문을 열었죠...

언니가 있었어요.
언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언니는 그 곳에 항상 있었던 거에요... 내가 있었던 그 곳에...

빨간 줄에 매달려 평온한 모습으로.


그렇게 언니는 영영 우리 곁을 떠났어요...

그 날 아빠가 저에게 울부짖으며 

넌 대체 뭐했어!

하고 절 다그칠 때

전 저에게 그 물음을 되물었어요..

난 도대체 뭐했지?

14년동안 언니와 함께 지내면서 난 뭐했지?

언니에게 많이 힘들지?하는 걱정도 묻지 않고

난 뭐했지?

왜 나만 아픈거야 대체 왜! 하며 울부짖던 언니의 목소리에도

난 뭐했지?

의자 좀 너가 당겨줘 하며 자살시도 했었던 언니에게...

난 무슨 말을 했었지?

난 언니에게 무슨 존재였지?


아아.... 3년이 지난 지금. 그리고 오늘. 전 또다시 제 자신에게 묻고 싶네요.

언니가 그리 아파할때 난 뭐했었냐고.


자살의 반댓말은 살자가 아닙니다.

타살이에요.

그리고 전 언니를 죽인 살인자 중 한명입니다.

17살 이뻐야할 꽃 한송이를 무참히 꺽어버렸거든요.


3년이 지난 지금 17살이 된 저는 제 언니에게 묻고싶습니다.

많이 힘들었지?

이제는 거기서 푹쉬어

날 용서하지말아 언니

난 평생 속죄하며 살꺼야



언니의 기일조차 몰랐던 저는 3년이 지난 지금. 그리고 오늘이 되서야 언니가 떠난 날을 알았습니다

2012년 7월 15일

사랑해 언니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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