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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37).
게시물ID : love_415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1
조회수 : 220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8/03/11 15:43:47
수년 전, 어느 족발집에서 술을 빨고 있을때였다.
테레비에서 마침 1박 2일에 혹한기 특집이 나오고 있었다.

지붕있으면 저게 혹한기여? 하계휴양이지?
어우~저 패딩봐. 땀복이네 땀복. 한팔만 걸쳐도 등에 땀흐르겄어.
저거 조명있지? 저기 밑에 있으면 뜨끈뜨끈해. 내가 알바해봐서 알어.

부대 자체가 주둔지에서 이탈안하고 미사일떨어지면 처맞아죽는게 임무인 부대라,
혹한기훈련은 그냥 보일러안틀고 자는날(...이지만 행보관이 보일러 동파된다고 약하게 틀어놓았음ㅋ)인 가라가 판치는 후방부대출신인 나는,
그저 이 놈들이 주둥아리 터느라 안먹는 족발보쌈 쓸어다 먹느라 말 하지도 않았다.

그때 그 족발보쌈 안먹고 말렸어야했는데...




-올해 혹한기일정입니다.
밴드에 글 올라온거 보자 한숨이 푹 나왔다.
올해도 지치지도 않고 가는구나.

그렇게 시작되었다. 혹한기모임.
아웃도어파들은 캠핑장비들고오고, 다른 가족들은 근처 펜션에서 하루 놀다오는 날.
군대에서 행군해 본 사람들은 국토대장정 그런데 안가고 그러는데,
혹한기훈련을 얼마나 개가라로 받았음 내 돈 들여서 이짓거리를 하는지 참...

-...아. 그리고 올해는 우리 김군이 특별손님을 모시고 올 예정이니...
"!!!...어쭈 안받아?"
-뒤지기 싫으면 당장 글 내리고, 냉큼 전화해라. 살려주시라고. 딸린 처자식이 있어서 이렇게 맞아죽을 순 없다고...



하지만, 올해 회장놈의 결의는 단단하기가 지 머리통만했다.



"...그렇게 해서 땅바닥에 돈버리는 짓거리가 있어...가면 진짜 추워. 한두명씩은 구안와사올것같이 입돌아가고 그래. 너 데리고 오라는데, 오지마. 너 감기...아이쿠야..."
처음에 볼때나 노량진시장에서 파는 러시아산동태눈이었지, 그 깊고 반짝거리는 검은 눈동자가 유달리 반짝거릴때...운도 띄우지 말걸.하고 후회했다.

그래도 어디 놀러갈때 D한테 오빠친구들이랑 어디간다.하고 말해주고 그래놔서 말해줬더니, 애 눈빛이 너무나 초롱초롱했다.

"캠핑?"
"어...밖에서 자는건 남정네들이고, 여자들이랑 애들은 펜션에서 자;;;;;"
"캠핑?"
"캠핑이래봐야 뭐, 그냥 고기꾸워먹고 술먹고, 조개꾸워먹고 술먹고, 다시 고기꾸워먹고 술먹고, 굴 꾸워먹고 술먹고, 해장하려고 남은 게랑 조개 때려박고 라면끓여먹고 술먹고 그러기나 하지..."
"우와와와아. 완전 재밌겠다."
아뿔싸...안 데려가면 큰일나겠다...




캠핑따라가고싶으면 토달지말고 받아.하고, 아울렛가서 패딩사줬다.
그 추운 겨울에도 그 얇은 코트에 안에 겹겹이 옷입고 다녀대서, 몇번이고 사준대도 언제나 그렇듯 기를 쓰고 안받는 애였는데
너 캠핑따라가고싶음 이거 받어. 아님 니가 뭐라해도 안 데려가. 그러니까 울상을 지으면서 받았다.
그 와중에 또 싼거찾길래, 시끄러. 이거 입어. 기왕에 커플로 가는건데 내꺼랑 좀 맞춰입어.하고 기어이 사줬다.




그리고, 당일.
"...D."
"어? 응? 오빠 깼어?"
"...알람울릴려면 한참 남았잖아...너 또 안 잤어?"
"아냐아냐. 잤어."
"불안켜도 너 거짓말하는 표정 딱 보인다. 애냐? 소풍가는날 비올까봐 조마조마하는 초딩이여? 걱정마. 이거는 눈와도 가. 재작년엔가 우리가는날 강원도 폭설이었는데 그래도 갔어. 그리고 고립됐어. 내 연차 그렇게 날려보고 온 사람이여."
"진짜 잤다니까."
D는 나를 꽉 안는다. 
"애 몸 따듯한거봐. 내가 너랑 잉야잉야는 안해도 한 이불 덮고 산지가 한달이 넘어가는데 너 체온만 느껴도 알지. 너 막 일어나면 몸 차가운데."
"오빠한테는 거짓말 못하겠다."
"넌 애가 너무 착해가지고, 저는 지금 거짓말 하는 중입니다.하고 LED전등 써놓고 거짓말하니까."
"나 캠핑 처음 가봐서 그래."
"...미안하다. 무슨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환상이든 오늘 다 깨줄께. 내가 노력안해도 와장창 깨질거야."




"...전화네? 어 임마. 왜 새벽댓바람부터...아. 제수씨. 네. 어. 데려가요. 왜?...아니 잠깐만. 남편것 좀 바꿔봐. 이거 내가 안 데려갈까봐 제수씨 시켜서 전화하는거 아녀?...뭐? 이럴때만 사이좋은 부부인척 하지말고. 아. 글쎄 데려간다니까-_-"

드디어. 연말모임때도 안 데려간 그 전설의 D가 데뷔한다는 말에 제수씨가 전화를 다 걸어왔다. 
욕실에서 홀라당 벗고 씻고 계시는 중인데 남사시럽게...

"...그거 드디어 입네."
사주시는 저번 주말에 사다줬는데, 도대체 언제 입으려고 새옷 사놓고 안입는 우리네 엄마들처럼 D는 그 패딩을 드디어 꺼내입었다.
"예쁘네. 모델이 이쁘니까 옷이 확사네."
"고마워. 오빠."
"예쁘다고 말해줘서?"
하라는 대답은 안하고, D는 내 품에 안긴다.
"맘에 드는것 같구만. 한벌 장만한 보람이 있어."
"고마워."
"뭘 이 정도로. 상품권 협찬받은거 있어서 퍽 싸게 산건데 뭐."




밥은 휴게소에서 만나서 먹을거니까 새벽같이 일어나서 밥하고 그러지마라잉.해놔서 우리는 약속장소인 용인휴게소로 갔다.

"삼추운~~~!!!!"
"차차차차차!!!!! 차있는데서는 좌우살피랬잖아!!! 가정교육을 어떡게 받은거야??? 그 애비 낯짝 한번 봐야겠다-_-+"

휴게소에 차를 대는데 애들이 그 컴컴한 새벽에 나를 알아보고 고라니같이 튀어나와서 진짜 기겁했다.
그래도 간만에 보는 조카애들 이뻐서 그래. 이리와라. 하나씩 안아주지.하고 두팔벌려 서있는데...안온다...
"어? 왜?"
"삼춘 옆에 누구야?"
"언니 누구세요?"
아...애들도 알아보는구나...

"나는 휴게소오면 통감자아니면 김치우동이야. 나는 김치우동. 너는?"
"나도 그거 먹을래."
"너 먹고 싶은거 먹어. 이게 제일 싸다고 이거 먹고 그러지마."
"아냐. 나도 우동좋아해."
"믿고 시키겠어. 아...통감자는 왜 새벽에 안파는거야..."

그렇게 우동을 시키고 자리에 앉으니, 애들이 또 쪼르르 온다.

"왜? 너네 나 안기다리고 돌솥먹었더만? 이거 안줄거야."
"삼춘꺼 안먹어. 언니꺼 먹을거야."
"촌수햇갈리게 하지마. 이모라고 불러. 그리고 같은거 시켰어."
"그럼 예쁜 이모꺼 먹을거야."
"이거이거 몇달전만 해도 나랑 빠이빠이할때 울고불고 난리치던 애가, 왜 이렇게 변했어? 일루와 삼춘이랑 놀게."
"싫어!!! 언니..이모랑 놀거야!!!"
그렇게 나를 따르던 친구놈 딸이 그렇게 D옆으로 가서 앉는다. 맘이 퐈악 상해부렀스.
"안녕. 이름이 뭐야?"
"HH요."
"어머. 이름이쁘네. 여기 삼촌한테 안갈거야?"
"안갈래요. 이제 삼촌이랑 안놀거야."
"나도 이제 HH랑 안놀아줄거다. 그네도 안태워주고 비행기도 안태워주고 무등도 안태워줄거야."
"어??? 그거는 해줘."
"싫어. 삼촌이랑 안놀고 예쁜 이모랑 놀거람서. 내가 맨날 깜빡하고 인형선물은 못해줘서 미안했는데, 이번 말은 꼭 들어줄께."
그렇게 친구딸 울리고 D랑 제수씨한테 등짝 한대씩 맞았다. 친구도 한대 거들러들길래 아니. 니가 왜 숟가락 얹어. 니껀 안맞어.하고 반격했다.




"다들 오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그래. 오느라 고생많았다. 이제 들어갈께. 만나서 반가웠고 다시는 보지말자. 자. 해산."
"저기 저 아저씨가 미모의 여성분을 모시고 와서 헛소리가 좀 많은데, 무시해주세요."
회장놈이 내 말을 싹뚝 잘라버렸다. 그리고 D는 그 모두 앞에 나와서 인사를 해야했다. 
어? 이거 왜 나 대할때랑 반응이 달라? 이거 왜 이래?

각자 챙겨오기로 한거 다 챙겨왔나. 빠진거없나. 수통물은 충만한가. 탄입대에 넣으라는 탄창은 안넣고 담배랑 간식 넣어가는 놈 없나.하고 짐체크하다가 아이고 허리야.하고 허리를 펴고 우리 D뭐하나 하고 둘러보니, D는 제수씨들 틈에서 아까부터 자기를 잘 따르던 HH를 안아들고 있었다. 
재잘재잘 무슨 말을 하는지, 그 입에서 입김이 멈추지를 않는다. 웃기도 잘 웃고 있고. 
내 친구놈들이나 문제지, 제수씨들이야 다들 인성이란걸 갖춘 사람들이라, 막내동생보다 더 어린 D를 잘 대해주었다. 




"야. 넌 엄마아빠랑 와야지."
"싫어~이모랑 같이 있을래. 엄마한테도 말하고 왔어."
"...너 그거 엄마가 두고두고 기억한다. 야. 너네 공주님 좀 모시고 가."
"우리 깐난애 있어. 너네가 좀 봐줘. 마침 D씨 잘 따르네. 고마워."
"뭘 고마워. 아~둘이 좀 있자 좀."
"오빠 그러지말구...자. 이모랑 같이 가자. 언니. 제가 HH볼께요."
"미안해~애가 D씨 맘에 들었나봐. 내가 지금 애기가 있어서..."
"네. 걱정마세요."
"...내가 걱정된다고...엌ㅋㅋㅋㅋ"
D는 울상이 된 HH얼굴을 보더니 내 옆구리에 그 펀치를 날려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진단서끊어. 이거. 이번엔 진짜 아팠어...너 삼춘이랑 이모랑 갈거면 말 잘들어야돼. 중간에 엄마보고 싶다고 막 울고 그럼 안돼. 이제 몇시간동안 계속 차에 있어야돼."
"응!!!"
"대답은 지 아빠 닮아서 청산유수지. 너네 부녀는 대답말고 문서로 남겨야 돼. 말로는 다 잘하거든...에라. 모르겠다. 타라. 삼춘차에 동요없어? 그냥 라디오만 들을거야???"
"네~"
"오빠. 미안해요. 우리 딸 좀 잘 부탁해요."
"내가 제수씨한테 내 친구도 맡기는데 HH정도야 뭐."
호호호. D씨. 잘 부탁해. 너무 떼쓰고 그럼 혼 좀 내주고 해도 돼.
아니예요. 이렇게 착한데요. 



다행히 휴게소에서 출발하고 20분도 안되서 D무릎베고 자더라. 아. 맞다. 카시트.
D도 어느새 같이 잠들었다. 
다른데는 몰라도 고속도로슈마허이지만, 곤히 잠든 두 사람 혹시 깰까봐 차선변경안하고 나름대로 천천히 달려서 목적지로 향했다.



"야야. 땅 좀 고르고 깔판깔아라. 남기라는 추억은 안남기고 허리에 여행기념디스크 남길거여? 허리배겨~. 야. 넌 배수로 좀 더 파야지. 그래가지고 혹시 물떨어지면 물빠지겠냐? 왜 그냥 저기 저수지에 담궈놓고 치지?"
"아!!! 거 쉐키. 참 말만 많네. 넌 왜 안치고 옆에서 사운드질이야."
"나는 관리감독하라고 태어난 사람이여. 그리고 나 군대에서도 분대장 달고 애들 시켰지 이거 내가 안쳤어."
"여기서 분대장 안해본 놈이 어딨어?"
"이 중에 분대장 10개월 이상 한 놈 있어? 저기 사단훈련소조교놈 말고."
"...어...없지;;;;"
"그치? 내가 손발놀리는건 못해도 딱 영창안갈만큼 갈구면서 작업시키는건 잘해. 군생활 30년 하신 행보관님이 인정한 분야여.
뭐해 쉐키야. 누가 손멈추고 입놀리래? 이거 진성M아냐. 졸라 채찍질해야 아흥!!!주인님!!! 좀 더 쎄게요!!!하면서 텐트칠 놈아냐??? 이 텐트랑 바짓속 텐트랑???"
그렇게 주머니에 양손넣고 노예놈들...아니아니...친구들 졸라 부려먹으면서 시키지도 않은 천막치는거 관리감독 및 감리까지 하며(이거이거 흔들리는거 봐. 옆에 애들 뛰어댕기다가 그 바람만 불어도 막 쓰러지겠네. 다시ㅋ)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밥먹어요~하고, 제수씨들이 부른다.

오오오오~시장이 진수성찬. 
전국팔도입맛이 섞여만든 김치찌게는 맛이 시원한듯하면서안시원하고 조금 단듯하면서안달고 조금 얼큰한듯하면서안얼큰하고 감칠맛하나는 제대로인걸보니, 대량으로 만들다보니 뭔가 오묘한 맛이 나서 그냥 라면스프때려넣었음을 짐작케했다. 
하지만 시장과 추위가 반찬이라 다들 잘만 먹었다.



그리고 그 텐트 다 치고 뭐하느냐.
잡은 펜션 큰방에 누워 일단은 다들 잠. 
애들이 아무리 놀아줘놀아줘.해도 새벽부터 운전하고 여기와서 그 넓은 표면적으로 칼바람 다 처맞아가며 텐트쳐서 다들 방전된 상태라, 일단 잠.

그래야 이따가 눈뜨자마자 마시기 시작함.

그 사이에 제수씨들이랑 아이들은 펜션에 딸린 조그만 썰매장에서 썰매타고 온다.
D. 오빠는 이 똥멍청이들 데리고 작업시키느라 기운 다 빠져서 지금은 좀 자야하니 언니들 따라가서 눈밭 좀 뒹굴고 와.
옷버린다고 애끼지말고 실컷 놀다와. 어차피 빨래는 상가세탁소아저씨가 해줄거야.

그렇게 나를 두고 떠나지 못하는 D를 보내고 나도 드러누워잤다.
발꼬랑내에 드르렁타이거의 시키지도 않은 랩에...
이게 지옥체험판이지. 지금처럼 착실히 나쁜지 많이해서 지옥가면 악마들이 재우겄어??? 잠도 안자고 굴리지??? 야. 누구 하이바있음 좀 때리던가 방독면 있으면 좀 씌워라. 드릅게 시끄럽네 잠 좀 자즈아아아아....

그 와중에 잠만 잘오더라. 

불면증??? 사람이 몸피곤하고 마음피곤하면 그런거 없음. 옆에서 굴삭기불러서 드릴질해도 잠오면 사람은 다 자게 돼있음.



"...으엌ㅋㅋㅋ 차거!!!!....어? 왜 벌써왔어??? 더 놀지???"
불 다꺼지고 커튼 다쳐서 컴컴한 방에 D가 살짝 들어와 내 뺨에 그 차가운 손을 대서...놀래서 깼다.
이거이거 어디서 연애초기라고 염장질이야???라고 시비털까봐 얼른 주위를 살폈는데, 다들 아직도 자고 있었다.
"많이 놀았어."
"...피곤하면 옆 건물에 빈방들 있어. 사장님이 온도 다 올려놨을거야. 거기서 좀 자."
"...오빠 보고싶어서."
"...나가자. 사랑을 속삭이기에 환경이 너무 좋지않다."

어떡게 이 아비규환을 뚫고 들어왔는지...
안 밟으려고 해도 너무 어두워서 몇 놈 밟고 나왔는데, D는 밤눈이 밝은지 잘도 안 밟고 나가더라...우연히도 코고는 놈들만 밟았음...자근자근 밟았음.




"...어이쿠. 얼굴 빨갛게 된거 봐. 안봐도 16mm활동사진이네. 얼마나 애들처럼 놀다온거야???"
또 뿌우~하고 얼었다녹았다해서 빨개진 볼이 부풀어오른다. 
너무 귀여워서 한 손으로 뽈록뽈록엠보싱~하고 만지다가 입을 맞추었다.
"...누가 봐;;;;"
"이때까지 지가 할때는 잘만 하더니, 내가 하니까 또 뭐래. 재밌었어? 신나게 굴렀어?"

ㅇㅇ. 
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라지. 
정말 신났었나보군.




"자~마나님들은 이제부터 입으로 들어가는 젓가락질만 합니다. 음식은 우리들이 장만할거니까."
누군가는 밥을 하고, 누군가는 꽁치참치돼지고기 다 때려넣어 개밥...아니아니...찌게를 다시 끓인다. 
숯은 사장님이 다 세팅해놓아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역시 자본주의. 
야야. 육즙 다 빠진다. 안타게 구워. 니들 2세들이 먹을거여. 우리같이 막 맥이지 마. 애들 몸에 다이옥신 놔드리게???라며 나의 감독질도 멈추질 않았다.

D는 애들이랑 많이 친해졌는지, 애들을 몰고 다녔다.
여자친구 데려온 애들도 있었지만, 군계일학. D가 제일 돋보였다.
내 여자친구라서 딱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 환한 웃음이 너무나 예뻐서 어딜가도 그리로 눈이 갔다.
주둥아리 닥칠 시간있음. 양파랑 마늘 좀 썰어.라고 회장놈이 짜증내기 전까지는ㅋ.



준비해온 돼지고기소고기 구워서 애들 맥이고 제수씨들 들고 우리도 거기에 쏘주빨고
준비해온 소세지에 꼬치에 토마토랑 옥수수구워서 애들 맥이고 제수씨들 들고 우리도 거기에 쏘주빨고
준비해온 새우에 굴구워서 애들 맥이고 제수씨들 들고 우리도 거기에 쏘주빨고
남은 해산물이랑 햄 다 때려넣고 라면먹고 애들 맥이고 제수씨들 들고 우리도 거기에 쏘주빨고하고나니,

안 그래도 짧은 겨울강원도산골하늘. 어느새 해는 다 지고, 짙은 어둠이 내려왔다.

낚시하는 애들은 얼어서 물도 안 흐를것 같은 계곡에서 뭐 잡을거 있다고 또 장비펼쳐놓고 있고,
나는 이 남는 소고기를 어떡게 먹어치워볼까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오빠아아아아아!!!!"
뒤에서 와락!!!하고 D가 나를 껴안는다.
"한 다섯 옥타브쯤 올라간거 보니까 엄청 마시셨구만?"
"아냐~"
"엌ㅋㅋㅋㅋㅋㅋ 술냄새봐. 나도 엄청 마셨는뎈ㅋㅋㅋㅋㅋ 넌 얼마나 마신거야?"
"언니드리이~와인싸왔는데 별루 안 마셨어."
"...넌 와인이랑 안 맞나보다. 와인만 먹으면 애가 막 가."
"오빠 뭐하고 있었어?"
"이 고기를 어떡게 위장으로 밀어넣을까 고민중이었지."
"나두 먹을래."
"손대면 우웩하고 터질것만 같은 얼굴에 목소리 하고 그런말 하지맠ㅋㅋㅋ"
뿌우!!! 또 두 뺨이 볼록해지길래, 막 구워 익은 고기 한점을 얼른 시켜봐 비켜볼게 있어.하고 입벌려 들어간다.하고 넣어주었다.
"맛나?"
"응~완전 맛나. 오빠 고기 잘 굽네."
그 남은 고기 둘이 앉아서 다 구워먹고나니, 아. 여기 강원도지 참. 드릅게 춥네.하고 펜션으로 들어갔다.

아직 기운넘치는 남정네들이 밖에서 부어라마셔라하고있지, 애들이랑 제수씨들. 나같이 연약한 남정네들은 여기저기 퍼져서 잠들어있었다.
"너 좀 자. 내일 아침일찍부터 또 먹을려면 지금부터 자놔야돼."
"싫어. 더 놀고 싶어."
"애는 술만 들어가면 내 말은 그냥 안 듣고 봐. 너 오늘 새벽부터 안 잤어. 너 이러다 내일 훅 가. 내일은 나도 방전상태로 내려갈거니까 도움 안돼. 꼭 이등병애들이 나 지금 괜찮다고 객기부리다가 일 만들고 그런다니깐."
"시러시러시러. 오빠랑 더 놀다 잘거야."
"단비냐? 단비여? 어디서 앙탈이야."

아. 그래. 오빠 자는 텐트 보여줄께. 내껀 아니지만.
ㅇㅇ. 보고 싶어.
눈 초롱초롱해진거 봐. 야 너 솔직히 말해. 너 안 마셨지?
많이 마셨어. 

겁나 춥네. 
다른 친구놈이랑 둘이서 잘 자그마한 텐트에 들어갔다.

"잠깐만 있다가 자러 들어가. 여기 얼어죽어. 어디...여깄다. 핫팩. 자. 흔들어주세요."
그렇게 둘이 앉아 핫팩 몇개씩 흔들어서 쓰고 뭔가 잠깐 이야기 하는것 같았는데, 쓰러져 자버렸다.



다음날 아침. 자다가 입돌아갈것 같아서 눈을 뜨니, 내 옆에는 있어야할 친구놈은 없고, D가 나를 꽉 안고 자고 있었다.
키가 쪼그만해서 침낭속으로 머리까지 들어가서 잠들어있더라.
1인용 침낭에 둘이 들어가서 침낭은 터질것 같은데, 내 품에서 춥지도 않은지 곤히 잠든 D를 보고...다시 잠들었다. 그 와중에 잠이 또 오더라.

우리에게 잠자리를 뺏긴 친구는 차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자고 나왔다고 한다. 그냥 펜션에서 자면 되잖아? 아차. 젠장.



"거봐라. 천방지축 노니까, 오빠 운전하는데 혼자서만 자고 말여."
"미안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애가 못 일어나길래, 입돌아가. 집에서 자. 하고 깨우니까 D는 당황스러워했다.

이모랑 갈끄야!!!하고 울고불고 하는 HH를 떼어놓느라 고생하고 했더니, 웬만하면 장거리 운전시 미안해서 안자려고 노력하던 D는 산길 내려오자마자 가더라. 훅.



그렇게 우리 둘은 사이좋게 감기에 걸렸고, 두 번의 겨울여행을 다녀오며 절기상 봄이 되었다. 춥기는 매한가지.



20살, 21살. 한창 꼬맹이같던 D는 점점 더 여자가 되어간다.
31살, 32살. 이 남자는 여전히 그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더 다가가지를 못한다.

그렇게 어딘가 답답한 우리의 사랑은 위태위태하게 이어져갔다.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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