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마당, 할머니의 화분 속 꽃을 본다 꽃은 산소호흡기 거두고 헐떡이던 할머니와 닮았다 마른 강바닥의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헐떡이는 몸의 소리 점점 크게 들려오더니 활짝 입이 벌어지더니 목숨을 터뜨린 꽃, 향기를 내지른다. 할머니의 입 속같아 하얀 꽃, 숨쉬지 않고 향기만으로 살아 있다 내 콧속으로 밀려오는 향기, 귀신처럼 몸속으로 들어온다 추억이란 이런 것, 내 몸 속을 떠도는 향기, 피가 돌고 뼈와 살이 붙는 향기, 할머니의 몸이 내 몸속에서 천천히 숨쉰다 빨랫줄 잡고 변소에 갈 때처럼 절뚝절뚝 할머니의 몸이 움직인다 내 가슴속을 밟으며 환하게 웃는다 지금은 따뜻한 봄날이므로 아프지 않다고, 다 나았다고, 힘을 쓰다 그만 할머니는 또 똥을 싼다 지금 내 가슴 속 가득 흘러넘치더니 구석구석 번지더니 몸 바깥으로 터져나오는 추억, 향기로운 나무껍질처럼 내 몸을 감싸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