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에 가입하지 않고 눈팅만 몇년째였습니다. 여러가지 힘든 일이 많아서 이곳저곳 눈팅만 하고 가입도 그냥 귀찮고 어디다 마음도 둘 수도 없고 그렇게 인터넷을 쏘다니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번 스스륵 대이주 사건으로 저도 가입을 하고 말았어요. 왜냐구요?
며칠전, 여느때처럼 오유도 내가 보고 싶은 몇가지 글이나 클릭하고 가려고 왔다가 보니 엄청난 양의 게시글이 있더군요. 대충 사태를 파악을 해보느라 이것저것 읽다보니 클릭하다가 저절로 여러 사진을 보게 되었어요. 솔직히 이제 뭘 봐도 그다지 감동도 안받습니다. 그냥 뭘 보든 아무 느낌이 들 지 않은 지 꽤 오래 되었어요. 오랜 어려움 속에 있는 분들은 아실거예요. 그냥 호기심에 클릭하고, 댓글읽고, 그렇게 보았습니다.
하나, 둘 읽다가...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보이는 거였어요. 스르륵에서 온 자게이분들, 다 다른 취향을 가지고 사진마다 다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더군요. 풍경 사진이 많았는데 어떤 사진은 쨍 하니 해가 쏟아질 것 같고, 어떤 사진은 꿈꾸는 것 같고, 어떤 사진은 차분하고, 어떤 사진은 가라앉는 것 같고... 물론 당연하죠. 다 자기 눈에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내는 거죠. 그런데 그걸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가슴에 확 들어왔다고 할까요?
아, 똑같은 나무, 꽃, 들판, 석양, 지붕, 길거리인데 이렇게 각자의 눈에는 다르게 아름답게 보이는구나...
그 동안 저는 너무 제 고민에 빠져 주위를 전혀 안보고 살았던 모양입니다. 사진은 모두 그저 주변의 자기가 보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거였어요. 새삼 멀리 안가도 주위를 보며,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낼 수 있는 거였어요.
하도 사는 것이 팍팍해서 이것저것 읽어보고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하루에 세가지씩 행복한 일을 쓰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처음에는 힘들지만 나중에는 쓸 것이 넘쳐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행복한 일 세가지를 생각을 해 내는 일이 어려워서 여전히 고민을 하면서 꾸역꾸역 써내려가고 있었죠.
그 날은 어렵지 않았어요. 밖에 나가니 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집어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자게이 아재들의 접사 사진처럼 꽃은 연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나무를 보니, 세월을 버티고 지낸 나무의 결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 어느 아재라면 이걸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늘의 구름도 부드럽고 가볍게 널린 모양이 아름다웠죠. 누군가는 저 모습을 이런 구도로 찍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온통 들여다 보면 아름다운 것 천지였습니다....
오늘은 생각하다가, 고맙다는 말을 남겨야겠길래 가입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사진을 찍어준 분들, 그리고 댓글로 사진마다 마음에 든다고 표현해주신 분들, 그 분들 덕택에 제가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는 것을 다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댓글 써주신 오유분들도 정말 고마워요. '뭔진 모르지만 이 사진이 정말 좋아요. 제 바탕화면으로 해도 되나요?' 하는 말들이 제게 정말 도움이 되었어요. 좋아하는 마음이란 것, 제가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알았어요. 모든 사물, 현상, 상황도 그렇게, 나름의 의미로 아름다운데, 그저 어느 한 방향에서만 보고 괴롭고 고통스럽게 생각했어요. 모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