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는 고 3 학생이에요. 이제 수시철이 오고 있어서 담임선생님이랑 상담을 했거든요. 선생님이 성/한/중대 정도에 수시 원서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셔서 저는 되게 기뻤어요. 제가 가고싶었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대학들은 거기 조금 밑이었거든요. 추천서 써 주실 선생님도 구하고 신나서 엄마한테 전화 했는데 엄마는 왜 거기밖에 못 쓰냐면서 반응도 시큰둥하시고 심지어 장난하냐고까지 하시고 너 그럼 아예 수능 포기한 거냐 공부 안 할 거냐 하시는데..... 순간 멍하더라구요.
전 솔직히 칭찬 받고 싶었어요. 추천인 구한 것도 정말 제 딴엔 큰 용기 내서 선생님들 찾아다니면서 추천서 좀 써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려서 얻어낸 거였고 수시는 원서 쓸 기대도 안 했는데 그 대학들에 쓸 수 있고 가능성도 있다는 말씀 들으니까 뭔가 꿈 같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리고 제가 수능 포기할 거라 그런 것도 아니고......
엄마는 네가 지금 공부를 충분히 안 하고 있지 않냐고 하시는데 저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졸아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듣고 자습시간에 공부하고 요즘은 고 3 돼서 잠도 줄여가면서 할 것 다 하는데.....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학원도 한 번도 안 다녔어요. 과외도 한 달 정도 하다가 끊은 게 다구요. 그런데 제 동생들은 저보다 성적도 안 나오고 아예 공부할 생각이 없는데도 학원 여러개씩 다니고 그것 때문에 형편이 어렵다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가계 좀 일으켜야 하지 않겠냔 소리는 제가 듣고.....
안 그래도 며칠 전에도 우리 집 사정이 얼마나 힘들 줄 아냐 왜 이렇게 공부 안 하냐 넌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하는 긴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것도 생각나고 하면서 갑자기 울컥 하는 거에요. 그래서 엄마한테 짜증내다 전화 끊고 한참 울었어요. 물론 제가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건 맞겠죠. 더 목표를 높게 잡는 것도 좋구요. 저희 집 힘든 것도 알아요. 제가 앞으로 가계에 구멍 난 거 메꿔야 한다는 것도 알고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할 거에요. 하지만 전 그냥 지금 한마디. 잘했다 좋겠다 대단하네 칭찬 한 마디. 그냥 그거 한 번 듣고 싶었던 건데..... 공부 하란 이야기 안 들어도 안 그래도 스트레스고 요즘 잠도 억지로 줄여가면서 해서 몸도 안 좋고 힘들었는데..... 우울하네요. 울고싶어요. 아..... ㅋㅋㅋㅋㅋㅋㅋ 모르겠어요. 그냥..... 그냥 망연하네요. 괜찮다고 한 마디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