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몸이 너무 안좋아서 회사를 나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서 컴퓨터를 키고 게임을 하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흑흑 엉엉..." 심장이 덜컥 내려 않았다.
엄마가 너무 아프게 울어서... 아빠랑 싸웠나? 싶었다.
"외할머니가 돌아 가셨데..."
너무 깜짝 놀랐다. 어디 아프신곳도 없는 분이신데..당황스러웠다..막 눈물이 나오려는데 왜인지 참아졌다..
엄마가 더 아프고 슬픈데 나도 같이 울며불며 할 수는 없었다.
바로 신랑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외할머니가 돌아가셨데..."
당시에 시어머니께서도 투병중이셔서 힘들었던 남편은 울먹거리며 그게 무슨소리냐고 나에게 물었다.
"할머니 돌아가셨데 빨리 가봐야할거 같아. 빨리와"
내가 기억도 못하는 어렸을 때, 동생을 막 낳아 케어하는 엄마를 대신해 날 키워주셨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랑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뭔가 끈끈한 애정이 있었다.
한달에 한번정도 안부전화를 드리고 가끔 달달하고 맛난 간식을 택배로 보내드리곤 했다.
둘이서 엄마욕도 하고....ㅎㅎㅎ
같은 경주이씨라며 나의 신랑을 많이 이뻐해주시기도 했다.
이 소식을 듣기 바로 전주말에,
할머니한테 전화한통 해봐야지...하고 생각은 했는데, 그때 전화하지 않은게 너무 후회스럽다.
몇년간 나를 키워주셨는데, 나는 고작 1년에 두세번 찾아가고 가끔 전화나 한게 전부였다.
기억난다, 마지막에 뵈었을 때 친구분이랑 드시라고 피자를 사드렸는데...ㅎㅎㅎㅎ
손녀때문에 생전 처음먹어본다며 웃음꽃이 만개했었다.
너무 소녀같고 아이같았는데 엄마도 외삼촌들도 아무도 생각을 못했다.
장례식장에서 나는 울 수가 없었다.
동생은 다음날 미국 출장으로 저녁에 친정에서 준비를 햇어야 했고,
신랑도 내일 모레 다 출장이 잡혀있었다.
나라도 정신을 차리고 엄마를 챙겨야 했다.
비참한 외할머니의 죽음을 계속 말하며 엄마는 너무 슬퍼했다.
근데, 어찌 생각하면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할머니의 성격 그대로 가버리신거 같다.
돌아가시고 나서도 너무 보고싶었다.
전화해서 수다도 떨고 싶었고, 아직 핸드폰에 저장된 "할머니"의 번호가 그대로인데..
그래도 손녀중에 제일 날 이뻐하셨던지라 어제 꿈에 날 보러오셨었다.
어느 자리에 앉아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찰랑찰랑한 몸빼바지에 찰랑찰랑한 반팔티를 입고 웃고 계셨다.
"할머니~ 왜 이제왔어~"하고 내가 안아주자
"어이구~ 내새끼~"하며 날 안아주셨다.
마지막에 봤을 때 처럼 등은 약간 굽었지만, 얼굴이 너무 환하고 주름도 싹 없어진게 한 20년은 젊어지신거 같았다.
할머니를 부둥켜 안고 막 울었다.
"할머니 미안해. 내가 늦게가서 미안해. 내가 너무 일찍가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하면서 펑펑 울었다.
"괜찮아 괜찮아" 날 다독이셨고 꿈에서 깻다.
꿈꾸며 울었던지 눈가가 축축하고 잠에서 깻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이른새벽에 엄마한테 전화해서 막 울었다.
할머니를 봤다니까 엄마도 막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