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일기장처럼 두서없이 길게 썼어요.
많이 길 거 같아요.
생각나는걸 그대로 써서 앞뒤가 안맞을지도 몰라요.
사람 사는 곳에 모임이 안 생길까마는,
저랑은 인연이 없다 여겼어요.
꽤나 빈번하게 인터넷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자체를 별로 사용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냥 원하는 정보 있으면 검색해서 찾아보곤 하고,
오유 자체에 들어오게 된 것도
음식 레시피 검색하다가 들어왔었죠.
혼자 살다 보니 시켜먹는 일이 빈번했고,
정보 알고 싶어서 디씨나 이런곳 기웃거리면서 찾아봤어요.
달린 리플이 저랑 맞지 않아서 한 두번 기웃거리다가 포기하고
그냥 블로그 같은데 올려진 음식들 사진 찾아보다
우연히 오유에 올려진 요리게시판 글들을 보게 됐었죠.
보다보니 리플들이 참 이쁘더라고요.
존대는 기본에 상처될말들은 거의 없고.
원하는 음식사진도 많고.
그래서 오유 눈팅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게시판들도 보이고,
베오베에 올려진 글들도 보게 되고.
만화 좋아해서 애니게시판도 기웃거리고,
동물 좋아해서 그쪽도 둘러보고.
어느 사이트를 가더라도 글이나 댓글같은건 안남기는 편이라 그렇게 정보 얻어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었네요.
그렇게 한참을 보다 보니
어느샌가 접속해서 일을 다 끝낸 후 자유시간에는
오유 게시판 접속해서 재밌는 글도 보고 그렇게 지냈어요.
어차피 약간의 취미 비슷한 거라 여기에 얽매이거나 감정싸움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람 사는 곳 사회나 여기나 현실감빼고 뭐가 다를까요.
그래도 스스로 걸러서 볼 정도의 지성은 된다 여겼는데,
이곳에서 상처받을지는 몰랐어요.
지금 ㅇㅅ쪽과 난리가 난 것도 한참 뒤에서야 알았죠.
원래 시사게나 자유쪽 글은 잘 읽지 않아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정치랑 종교 얘기는 피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합의점이 없는 평행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문제는
누군가를 설득할 일도, 설득당할 일도 없는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절적한 표현 범위 내에서는요.
그러다가 하도 새가 날라다니기에 이게 무슨일인지 하고 궁금해서 하나 둘 찾아보다 보니
일의 전말에 대해 어느정도 보이더라고요.
난 잘 모르겠어요.
여성시대라는 단어를 인터넷 하다가 어디서 많이 들은 기억은 나지만
별 관심이 없었으니 그저 그렇게 넘겼으니까요.
개인의 성향을 커뮤니티가 한정지을 수는 절대 없다고 생각하니까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기건 그건 그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연좌제가은것도 폐지된지가 언제인데
겨우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인과 일직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고 봐요.
물론 한 사이트는 제외할게요.
아무리 제가 이쪽에 무지해도 적정선은 있으니까요.
그래도 개인이 곧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그 개인이 모여서 만든 커뮤니티는 그 이름만으로도 힘이 있죠.
같은 공감대와 같은 성향으로 만난 그룹에서 이루어진 단체라면
어딜 가나 그 꼬리표는 없어지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곳에 좋은 사람만 모이라는 법은 없어요.
그렇다면 좋지 못한 사람을 가려내는 건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의 몫이죠.
나쁜말을 했다면 그러지 말라고 타이를줄 알고
좋지 못한 언행을 한다면 자제시키게끔 노력을 해야죠.
그건 비단 많은 권리를 가진 운영자를 떠나서 하나의 회원 스스로도 말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글을 한참 보다가 ㅅㅍㅎ 얘기가 나온걸 봤네요.
얘기가 길어졌죠. 네 저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전 한참 뒤에 봤어요.
요즘들어 멋진 사진들이 자주 올라와서 하나하나 보고 싶은 마음에
시간날때 하나씩 베오베 글 클릭해서 보고 있었거든요.
지금 이렇게 글 올리는 것도 보다가 울컥해서 올리는거라
얼마만큼 일이 진행되어졌는지, 이미 끝났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만약 제가 하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끝난 일에 돌을 던지는 식이라고 말씀하신다면 지울 용의도 있어요.
맨 처음 그 글이 언급된 걸 보고 한참을 쳐다봤네요.
사실 그거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미친건가 싶었어요.
만약 사실이라면, 저걸 저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나 싶었고
만약 거짓이라면, 저런걸 쉽게 거짓으로 말할 수 있나 싶었어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는데
밑에 내려서 리플들을 보니 전부 비슷한 생각이었네요.
저런걸, 그냥 좀 쉽게 말해 일반 커뮤니티 내에 언급할 주제는 아닌데.
범죄인데. 극악한 범죄인데.
그래서 저도 그냥 미쳤구나. 이 생각만 하고 글을 넘겼어요.
할 일 다 마치고 누워서 또 사진 구경하면서
잘 준비를 해요.
어떤 분이 글을 썼어요.
그 상황에 놓여져 봤다고,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얘기라고.
한참 보다 보니 눈물이 나네요.
그 때 깨달았어요.
아 나는 저기 저 말에 상처를 받았구나.
받았는데 내가 못 느끼고 그냥 넘겼구나.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사진과 오유 특유의 유머에 웃어요.
그리고 어떤분의 글을 봤죠.
괴물이래요 자기가. (죄송합니다. 불편하시면 언급 자체를 지울게요.)
보다가 펑펑 울었네요.
네. 저 성폭력 피해자에요.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날들을 품에 지고 사는 사람이에요.
잊지 못해요.
그 날. 십년도 넘었던 그 날을 아직도 지우지 못해서 악몽을 꾸고 있어요.
그래도 혼자 잘 버텼어요.
고등학교 때, 내 나이와 비슷한 여자아이를 찾았다는 사람에게,
빚을 지고 도망간 이의 딸을 찾아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사람에게,
잡혀서 당했어요.
난 단지 교복을 입고 야자를 빼먹고 나가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앞글자의 학교 이름만 같았을 뿐이었는데.
아직도 기억나요.
차에 타서 테이프에 묶이고,
칼을 꺼내들고.
죽을만큼 후회해요.
신호등에 멈췄을 때. 분명 옆차선에는 다른 차들이 있었는데
그 번쩍거리는 칼을 무시하고 창을 두드렸다면,
난 지금보다 덜 후회할까요.
펑펑 울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어가면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한 채,
집에 들어서자.
반겨주는 강아지와 웃는 어머니를 보며 얼마만큼 눈물을 참았는지
당신은 알고 있나요?
공부하느라 고생했다며 하얀 쌀밥위에 직접 만든 카레를 올려주면서
이거 얼른 먹어라며 토닥여주는 어머니의 손길에
내가 울지않을려고 내색하지 않을려고 얼마만큼 참았는지 당신은 짐작이나 할까요.
그 때 먹었던 카레맛은 기억조차 나지 않아요.
그냥 맛있었다고 잘먹었습니다 하고 일어나서
욕실에 들어와 물을 틀어놓고 얼마나 울었는지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을 날짜인데
상황만은 머릿속에 박혀서 떠나지 않아요.
노상처 라고 하셨죠?
난 그일이 있고 집에 가는길에 머릿속에 떠오른건 하나밖에 없었어요.
어떻게 죽어야 할까.
죽을까? 죽어야할까? 이게 아니었어요.
어떻게 죽어야 할까 이거였어요.
차에치여죽으면 당사자한테 무슨 죄에요,
아파트에 떨어지면 집값은 또 어떻게 하나요.
참 웃겨요.
죽어야 하는데, 죽고 싶은데.
그 상황에서도 그딴게 떠오르는거 보면.
참았어요. 견뎠어요.
손목에 칼도 대보고, 난리를 펴봤지만
용기가 없어서 못했어요.
꽤나 긍정적인 편이에요.
어딜 가나 너 진짜 낙천적이다 소리듣고,
어딜 가도 사랑 많이 받고 컸구나 이소리 들으며 살았어요.
너 참 잘웃는다. 이말도 많이 들었어요.
뭐 맞는말 같아요.
난 내가 더럽다 생각 안해요.
욕심은 나죠.
그 날 거기만 안지났으면, 제대로 학교에 있었으면,
뭐만안했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들.
그렇지만 재해잖아요.
못된사람이 있었고 난 운없게 휘말린건지
내가 더럽혀졌다, 내 잘못이다 이딴 생각은 그 때 당시에도 안했어요.
그래서 지금껏 사는거죠.
하지만요.
아직도 꿈을 꿔요.
난 아직도 기분이 좀 묘하다 싶으면 잠을 자지 않아요.
십년이 훌쩍 뛰어넘었지만, 그런 기분이라면 잠을 참아요.
꿈에 나타나니까요.
익숙해진다고 없어진답니까. 속에 쌓이고 있는것을.
아직도 그래요.
모르니까, 모를테니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겠죠.
그래도, 당신은 몰랐으면 좋겠어요.
모르니까 쉽게 할 말이니까,
이런 거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도 같은 심정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근데요.
하지만 몰라도 알 수는 있잖아요.
다정하게 말해주는 여기 분들을 떠나서,
세상엔 그런 사람 참 많은데요.
왜 그걸 몰라요.
겪어보지 않아도 그렇게 쉽게 말할 사항 아닌 거 알잖아요.
왜 상처를 주세요.
쌓이고 쌓이다, 제 분을 그 말하신 분에게 푸는것도, 맞다고 생각해요.
별 생각없이 한 말인데 저처럼 과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렇게 과하게 말할 만큼
쉽게 올릴 주제 아니에요.
왜 사람을 울게 만드세요. 그러지 마세요.
뭔가, 많이 봐주시고 위로해주셨으면 하는 마음과
그냥 이대로 묻히고 가끔 스스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돌아볼
묻힐 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섞여있네요.
길어서 죄송합니다.
술이 생각나는 하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