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약속들을 그러쥐느라 잎사귀를 놓쳤다 난간이 놓친 빨랫감들 도처에서 얼룩지며 펄럭였지 빨아 널어두어도 금세 더러워지는 꽃잎들 어떻게 팬티 한 장 없이 이 봄을 건너나. 입술로 체온을 더하고 손끝마다 일렁이는 초록을 내어주면 그 얇고 허망한 직물을 엮어 속옷을 짓던 손이 있었다 옅은 바람에도 온몸을 뒤집어엎는 봄이라는 계절의 안감 속옷이 필요 없는 계절이었지 혼자만의 혁명을 저지르는 왕국에서 떠나는 요일들 투명해지는 발자국들 취한 눈으로 사랑과 거부를 동시에 말할 때 벗은 종아리가 수치로 떨렸다 우리는 꽃그릇에 손을 담근 채 증발하는 자 치마를 까뒤집던 꽃들이 태양의 먼 어깨 위로 투신한다 나무들이 입던 속옷을 벗어 깃발처럼 흔드는 정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