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군대 전역하고 양은냄비공장+주말편의점알바 해서 3년동안 돈만벌었는데 부모님댁에 얹혀살아서 일하면서 번돈은 거의 한푼도 안쓰고 25살때 5천정도 모았었습니다.
모은 돈으로 뭐 할까 생각하다가 부모님이 천만원가량 더 대주셔서 부천에 정말정말 작게 개인토스트집을 차렸었어요. 당시엔 집이 영등포고 차가 없어서 부천역까지 전철로 왔다갔다 했었습니다.
늦게 장사를 끝나고 집갈때 매번 막차 아니면 막차 바로 전 열차 탔었는데 시간은 오후11시 30분 전후였던것 같아요.
제가 원래 혼자 멍때리는거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사람없는 열차의 분위기랄까 느낌을 되게 좋아했는데 장사한지 2달 됐나? 그 날도 막차였나 막차 전꺼를 탔었어요.
근데 열차 딱 타자마자 그 칸에 저말고 아무도 없었는데 긴 의자 한가운데에 진짜 새빨간 가죽 핸드백이 엄청 바르게 올려져 있었어요. 일부러 각잡고 정가운데에 올려둔거처럼?
당연히 내릴때 돌려줘야겠다 생각 하고 가방 옆에 앉았는데 솔직히 호기심이 생겨서 가방 안을 봤는데 장지갑 하나만 들어있더라고요.
당연히 남의물건 손대면 안되지만 돈훔치거나 할 의도 없이 지갑을 열었는데 신분증이 바로 보이더라고요. 이름은 흔한 여성이름이었고 인상착의는 머리 길고 얼굴도 긴 약간 말상이셨는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이더라고요.
제가 동성애를 혐오하진 않는데 막상 여장남자인지 트랜스젠더인지 모르겠는분 사진 보니까 저도 모르게 지갑 닫고 그대로 영등포역사에 분실물이라고 드렸습니다.
그리고 2~3일 지났나? 출근시간에 전철 엄청 낑기잖아요. 핸드폰 보면서 가는데 볼 때 핸드폰 말고도 주변 시야도 희미하게 보이잖아요. 근데 왼쪽시야에서 새빨간 핸드백이 보이길래 순간 스치듯 그 일이 생각나서 고개 돌려서 쳐다봤는데 그 주민등록증에서 본 남성분이 저를 보고계셨던거에요.
진짜 깜짝 놀랐는데 가방 주울땐 열차에 저밖에 없었고 진짜 우연인가보다 하고 안놀란척 다시 핸드폰 하는데 그분이 부천역 문 열리기 전에 제 뒤에서 낮은 목소리로 "고마워요." 이러시는겁니다. ㄷㄷ. 순간 소름돋아서 진짜 빠르게 가게로 뛰어갔었습니다.
그 이후로 며칠 뒤에 또 소름돋게 막차에서 그분을 봤는데 제가 타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오시더니 다짜고짜 본인 동성애자인데 동성애에 대해 편견을 갖고있으면 깨 줄 자신 있으니 만나보자면서 핸드폰번호를 달라는거에요.
정말 무섭고 저보다 체격이 크시기도 해서 안주면 해꼬지 당할까봐 번호 드리고 다음날 바로 번호 바꾸고 무리해서 200만원 대출받아서 인천가가지고 필요도 없던 중고차를 사서 몇달동안 가게 왔다갔다 했었습니다.
어떻게 끝내야할진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렇다구요.. 지금은 다 정리하고 사무직 하고있습니다. 물론 차도 다시 팔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