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장사중인 젊은 사장입니다.
젊은데 사장이라 부럽다는 분들은 제 말을 다 듣고 부러워해주셨으면 합니다...
너무나도 넋두리를 하고 싶은데 어디다가 말할 곳도 없어서 여기다 주절주절대는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배부른 소리라 생각되는 분들은 죄송합니다. 저 역시도 저 보다 힘든 분들 많은 거 잘 알고 있습니다만, 남이 저보다 더 힘들다고 해서 제가 안힘든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장사 시작한지 4년이 되었네요. 정말 별의별 인간들 다 보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오만가지 인간들도 다 보고 직원들은 휴일을 내고 명절날 쉴 수 있지만 저는 맘 놓고 쉰 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저요, 나름대로 좋은 사장, 좋은 고용주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예전에 회사 다닐 때 회식도 싫고 돈 짜게 주며 부려먹는 것도 싫어서 우리 가게 일하는 분들 내 월급 줄여서 많이 드리고 알바하시는 분들한테도 퇴직금 주고 시급도 이 동네 최상급으로 주고, 편의점도 같이 하는데 거기 일하는 친구들 식당 밥도 먹이고 시급 많이 주고 조금이라도 시간 초과해서 일하면 다 써놓으라고, 그리고 다 챙겨주고.
아 술 한 잔 해서 말이 횡설수설하네요. 일단 저는 지방에서 장사중입니다. 편의점이랑 식당이랑 하고 있어요.
이것만 보면 되게 돈 많고 걱정 없을거 같죠? ㅎㅎ...
당연하지만 다 빚내서 하는거고 이자가...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래도 먹고 살만은 합니다. 휴일이 없어서 글치..
아무튼 제가 죽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제 몫 줄이고 일하는 분들 드리고 있어요.
식당쪽은 처음 오픈하기 직전 멤버들이 다 처음보는 사람이니까 딱 한번 회식하고 그 후로는 전혀. 저도 회식을 원래 싫어하고 우리 주방 실장님부터 직원분들도 싫어하는 분위기라 이건 좋았어요.
지방에서 장사하면 제일 곤란한게 아르바이트 구하기에요. 특히나 제가 사는 지역은 알바를 할 학생들이 여유가 많아서-돈이 별로 안중요해서- 알바 당일에 연락없이 잠수 타거나, 알바 시간 다 지나고도 안나오거나 뭐 그래요. 그나마 좋은 알바 뽑아도 알바니까... 정직원도 아니고 평생 편의점 알바하다가 죽을 것도 아니니까 몇 개월 후면 당연히 나가죠. 새로 알바 구인하면 일단 지원자도 적은데 그 중에서도 제가 보았을 때 괜찮은 사람 뽑아야 하니 그것도 힘들고...
미안해요. 서두가 길었네요. 그런데 친구들한테도 말 못한 이야기에요.
원래부터 장사할 자금이 있던건 아니었어요. 어찌보면 사회에서 돈 못버는 일에 종사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그 당시 저랑 친하던 친구들이 제가 지방와서 이러니까 아니꼬왔나봐요.
그 전까지 친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중에 5할 정도는 갑자기 태도가 비꼬거나 빈정대거나 욕하거나 해서 친구도 많이 잃었어요.
아마 그 친구들한테 저는 언제까지나 꿈만 쫒으며 자신들보다 못 살 인간들이었을지도 모르죠. 그러던 인간이 갑자기 장사한다고 하더니 돈도 잘 벌고 하니 그게 싫었나봐요.
네, 그래서 많이 잃었어요. 지금은 친구라 부를 사람 정말 조금만 남았네요. 자연소멸한 관계도 많고.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난 일하는 사람들이 제일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 월급 반 이상 깎아가며 직원들 월급 주고, 보너스 주고, 시급도 다른 곳 보다 많이 주고....아, 물론 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모 음식점은 시간당 만원 준다는데 전 그만큼은 줄 수가 없어서 7~8000원 줍니다. 서울은 요새 어떤지 모르겠는데 여기선 최고급 시급이에요.
서울권 살면 잘 모르는 사실 중에 지방은 인금 착취가 되게 심해요.
편의점의 경우엔 3, 4000원도 널렸어요. ㅋㅋㅋㅋ 처음에 와서 듣고 어이가 없어서...
편의점 6천원 줘요. 4년을 그렇게 했더니 요샌 많이 보이더라구요 6천원.
우린 500원 더 올렸지만.
처음에 시급 그렇게 주니까 주위 사장들이 난리에요. 너때메 자기들한테 사람 안온다고.
ㅋㅋㅋㅋ 사장들 중에 나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요. 싸가지 없다고.
지금은 어느정도 안정기라서 적자까진 나지 않지만 4년중 절반은 적자였어요.
내 월급? 있으면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줬고, 난 지금도 그게 옳다고 여겨요.
아 서두 길다.
본삭금 걸었는데 풀고 걍 자고 일어나면 싹 지울까... 어느 곳에서 일하는지 특정될 거 같아서 좀 무섭네요. ㅋㅋ
서울 살 땐 진짜 별 생각 없었는데 지방은 무서워요.
아무튼 알바가 1달에 8번 나오는 친구가 있는데 3번도 안나와요.
자르기로 했어요.
2명 중 하나는 태도가 너무 불성실해서 손님들한테 클레임만 한달 반을 들어요.
자르기로 했어요.
식당에 계시는 한 분은 사장이 어리니까, 호구로 봐요. 말을 너무 편하게 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손님 몰려와서 죽을 거 같을 때 쓰레기 버리러 간다며 휭 나가서 담배 피고 느긋하게 놀다가 20분 지나서 오고 ㅋㅋㅋㅋㅋㅋ
며칠 전엔 자기 이제 곧 1주년인데 시급 인상 알고있냐며... 하, 내가 안올려주고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그걸 굳이 붙잡고 얘기 해야하는건지도 모르겠고, 일이나 잘 하면서 그러면 말도 안하겠는데 반년 전에도 자르려고 얘기하다가 잘 하겠다고 해서 냅뒀는데 짚어준 것들 하나도 안하면서 같은 주방에 있는 다른 분들께 "여기서 내가 왜 일하는데, 편해서 일하는거지. 손님도 없고 편하니까 일하는거지" 이런 말이나 하고, 시급제니까 자기가 한시간 늦게 오거나 한시간 일찍 가면 체크해서 그 시급은 안주는게 맞는건데 그거 달력에 체크하니까 누가 자기거 체크했냐며 지랄발광, 왜 체크했냐며 지랄.
ㅋㅋㅋㅋ
그래서 오늘 얘기했어요.
반년 전에 말했는데 별로 나아진 거 없는 거 같다고, 이야... 노려보는게 무슨. 난 또 눈빛으로 죽이려는 건 줄 알았네.
그러더군요. 자기 딴엔 노력하고 변했다 싶었는데 사장님 눈에 그렇게 안보이면 어쩔 수 없다고, 그런데 이럴거면 반년전에 얘기할 때 일년 채우고 나가라고 하지 그랬냐며.
모르겠네요... 중간중간 그런 거 보일 때 마다 붙잡고 지랄했어야 하는건가.
나이도 두배쯤 더 드신 분이니 한 번 말했으면 알아듣길 바란게 실수인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