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좀 이상하죠 몇년 전에는 엄마였어요 뱃속에 금이야 옥이야 예쁜 내 새끼를 가진.... 처음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 마치 난 그 소리를 듣기위해 태어난 사람인것 같았어요 조그만 올챙이같던 내 아이가 머리모양과 손위치 발위치를 확인할수 있을정도로 자라고 고운맘 카드를 만들고 주변에서 임신사실을 축하하던 그 때에...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았어요 수술로 아이를 보내고... 내가 우울해 하면 남편이 더 속상해 할까봐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척 속마음은 까맣게 타고 썩어 문드러져서 구더기가 생기는데도 아무렇지 않은듯 일하고 평소처럼 웃었어요 그렇게 2년이 지났는데 너무 힘들어요 사실 남편이 많이 배려해줘서 유산한 후로는 집안일도 많이 거들어주고 힘든일은 절대 못하게 해요 내말만 듣고 항상 이해하고 상냥하게 대해줘요
그런데 저는 뭐가 부족해서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걸까요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서 태어났더라면 내 생일과 출산예정일이 한치의 오차없이 똑같아서 이맘때쯤 아이와 난 생일을 기뻐할텐데 이제 걸음마도 할거고 엄마품에 안겨서 낮잠도 자고 퇴근하는 아빠를 기다리며 하루종일 아가와 씨름할텐데....
아무렇지 않은척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밖에 나올때 마다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아기엄마들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걸어가는 예비엄마들을 보면 지금은 무너지지 않으리라 아직은 아니야 라고 스스로의 감정을 부정했어요 그런데 너무 부러워요 나도 배가 산만하게 불러서 얼른예쁜아이 만나는 기대감에 하루종일 들떠있고 싶었는데 예쁜아기 유모차에 태워서 나들이도 가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싶었는데 엄마몸이 많이 아파서 아기에게 충분한 집이 되어주지 못하고 엄마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떠나보내게 해서 너무 미안한데.... 오늘 경조사가 있어서 하루종일 밖에서 친구들과 술마시고 들어온 남편을 보니 참을 수 없이 화가나고 원망스러워서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베고 말았어요 그사람도 힘들텐데 많이 괴로웠을텐데 매년 오월이 되면 밑바닥까지 내려가 뭐든지 물어뜯고 아귀처럼 물고 늘어지는 나같이 피해의식에 쩔어있는 여자랑 사는게 피곤할텐데 그래도 참아주고 견뎌줬는데도 물어뜯는 내가 싫어질만도 한데 .... 주변에 곧 엄마가 되는 사람들이 여러명이 되고 보니까 제 자신이 너무 싫어요 그리고 또 실패할까봐 망설이고 시도조차 하지않는 내가 너무 밉고 싫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베란다에서 뛰어내릴까 고민하다가 마음을 돌리는데 이런 속마음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게 답답하고 속상해서 그냥 끄적거려 봤어요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용기도 없고 실패부터 생각하는 내가 너무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