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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앞 길고양이9
게시물ID : animal_37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돌고래돌고돌
추천 : 18
조회수 : 144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2/12 22:58:51
아무튼 덕분에 녀석들이 그나마 바람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숙집 사람들 전원이 남자라서 저런 투명 여

자 우산 쓸 사람도 없었고 게다가 저 우산은 신발장 옆에 맨날 세워져 있던 우산이라 누가 씌워 놓은건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아마 누군가가 바람이라도 피하라고 펴놓은듯 했다. 묘한 기분이었다.

올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와서 녀석들을 정기적으로 볼 수가 없었다. 전에 말했듯 요녀석들은 하숙집앞에

먹이를 구하거나 햇볕을 쬐기 위해서 왔고 저녁에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유독 눈 온 다음날이면

아침을 먹기위해 내 얼굴을 보는 시간이 많이 늦어졌었다. 그 때마다 혹시 간밤에 얼어죽은건 아닐까 걱정

이 많았다. 물론 몇시간 지나고 쫄래쫄래 새끼들을 달고 오는 녀석을 웃으면서 보긴 했지만. 

요녀석들은 펴 놓은 우산에서 아래위로 왔다갔다 돌아다니며 놀기도 하고 바람도 피했다. 그래서인지 녀석

들의 귀가시간도 조금씩 늦어졌다. 조그맣고 부실한 구조물일지라도 녀석들에게 많은 안정이 된듯 했다. 

심지어 나비 녀석은 우산에 자기 볼을 부벼가면서 영역표시도 하고 처음으로 배를 드러내고 누운 모습을 

우산 밑에서 보게 되었으니 편한 느낌이 드는구나 싶었다. 전에 한번은 야옹거리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나비와 얼룩이 녀석 하나가 대치하고 있었다. (내가 매일 다른 고양이 녀석들을 얼룩이 얼룩이 하지만 볼

때마다 같은 녀석인 경우는 나비 남편 녀석이 유일했다. 그래서 이 얼룩이는 전에 녀석과 다른 얼룩이

다.) 밥그릇은 이미 비어 있었기 때문에 나비 녀석이 화를 낼 이유는 크게 없었는데도 소리에 놀라 나갈정

도로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지키는 녀석을 보니 녀석이 이 자리에 애착을 갖는게 느껴졌다.

전에도 한번 말했지만 나비 녀석이 주로 신발장위에서 햇볕만 쬐고 있을 때 헌옷을 깔아놨다가 거기만 피

해서 앉는 것을 보고 녀석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걸 포기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밥과 물만 준

다는 생각으로 보살폈는데 우산 밑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일단 옷은 내 냄새가 너무 묻은 

것 같아서 그 외에 따뜻하게 깔고 앉을 것을 생각했다. 아 그래 방석이 있었다. (하숙집 할머니께서 며칠 

전에 깔고 앉으라고 주신 것이다.) 이걸 한번 깔아줘 보자....

우산밑에 얼른 방석을 펴 주었다. 역시 방석을 피해서 바닥에 앉는다. 새끼 녀석들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

지켜 보기로 한다. 역시 어린녀석들이 겁도 없고 호기심도 많다. 방석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한쪽 발을

걸친다. 툭툭 건든다. 밟아본다. 아 드디어 한 녀석이 방석에 올라갔다. 드디어 방석에 앉았다. 

새끼 두 녀석이 방석위에서 뛰어 놀 동안 나비는 바닥에서 지켜 보고 있다가 자기도 슬그머니 올라간다.

너도 추웠구나? 웃음이 난다. 생각보다 쉽게 녀석들은 내가 준 방석위에 누웠다. 바람도 막아주겠다 냉기

도 막아주겠다 좋은 모양이다. 그날부터 녀석들은 자기네 집에 늦게 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사료는 주말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이 늦는다. 남은밥을 탈탈 털어 밥그릇을 채워

주고 먹는 모습을 보며 난간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때마침 내 옆방에 있던 사람도 담배 한개비를 물고 나

온다.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사실 같은 하숙집에 살아도 얼굴 마주치는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화는 

거의 나눈 적이 없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나이도 나보다 많아 보이는 분이다.

담배만 피우면서 고양이들 밥먹는 것만 보다가 너무 어색해 못견딜것 같아서 대화를 시작했다.

"고양이 좋아하세요?"

어색해서이기도 했지만 혹시 내가 고양이 밥주는 것에 대해서 안좋게 생각할 것 같아 슬며시 떠보았다.

"아니오.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당황했다. 엇 그러면 내가 밥 주는 것도 싫어하려나.

"아 그러면 고양이 싫어하세요? 혹시 알레르기 같은거 있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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