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은근히 허세 돋고 찌질허면서도 약간은 재수없는... 그리고 다른 남자애들이랑 컴퓨터 게임만 좋아해서 여자애들은 물론 다른 남자애들도 관심을 안주는..그런 남자 아이가 어느날 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잘난 척 속에 담긴 쓸쓸함 어마어마한 학점 뒤 압박감에 쫒긴 스트레스 가끔씩 해탈한 듯 불투명한 미래를 말하며 짓는 눈웃음
그리고 사소한 이야기를 해주면서도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것처럼 나지막하게 불러주는 내 이름 속에 담긴 다정함...
이 모든게 제 눈에 들어와 그 아이는 제 마음 속 한 구석을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그저 그의 선한 눈과 카로운 콧날을 바라보는게 행복했고 내가 그를 웃게 만드는 날엔 잠이 들 때까지 그의 미소이 눈 앞에 아련거렸죠.
그러던 어느 날 둘도 없는 제 친구가 말하길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제가 봐도 그는 그녀와 더 잘어울렸어요.
한발짝 물러나 그들을 응원했습니다. 진심이었어요. 그가 행복하길 그리고 그녀가 첫사랑을 쟁취하길 바랬죠.
가끔씩 그녀가 그가 멋있는 그인 이유를 늘어놓으면 격한 공감을 하며 마음으론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지만 이내 마음을 접고 연락도 끊어서 그의 근황은 그녀를 통해만 듣고 멀어지려 노력했어요. 그 노력으로 무려 6년간 그의 소식은 듣지 못했고요.
그런데 최근까지도 그녀도 일방적인 사랑만 하고 있더군요. 제가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못차지하는 그녀가 한심하고 안타까웠어요.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조금씩 나기 시작했죠. 6년간 다른 남자들을 마음에 품고 좋아하고 사랑해왔지만 그를 떠올리면 제 자신을 휘감는 따스함에 중독이 되버린 저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작년 겨울...그의 근황을 접하게 됐는데... 그 아이의 착하고도 재수없는 미소는 이제 하늘나라 천사들만 볼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